이제는 어딜 가도 만삭 임산부라는걸 딱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배가 나왔다. 앉았다가 일어날 때 '아고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낮이나 밤이나 새벽이나 묵직한 태동이 수시로 느껴져서, 아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지난주에 갔던 정기검진에서 담당 의사 선생님은
"이제 진통이 있으면 병원 와서, 언제라도 아기 낳으면 되는거에요."
하셨다. 비로소 출산이 임박했다는게 실감났다.
감기같은 잔병치레는 많았지만 작은 수술도 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참 두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긴 누군들 두렵지 않을까, 출산을 앞두고서야 새삼 엄마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그땐 그랬지' 정도의 이야기로 들리던 엄마의 출산 스토리가 내 현실로 다가오니 더 귀를 쫑끗하게 되는 것이다. 자녀란 이렇게나 부모의 노고와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없는 법이다. 30년 훌쩍 넘게 철없는 자녀로만 살아오다가 이제 엄마가 된다니 얼마나 어색할까. 나는 도무지 우리를 키울 때 보여준 엄마의 인내심은 발휘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곧 세상과 조우할 아기를 기다리며 작디 작은 아기옷과 손수건을 빨아 널면서, 엄마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헤아려 본다. 내 옷보다 아기옷을 더 공들여 청결하게 하는걸 보면, 분명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이리라. 한없이 주어도 때로는 그러지 못해 미안해 하기도 하면서. 그 마음을 다 알아가는 동안 내 얼굴도 엄마처럼 주름이 늘어가겠지.
앞서 두 명의 손주들을 보면서 이제 할머니 소리에 익숙해진 엄마의 얼굴을 찬찬히 본다.
또 한 명의 손주가 태어나 자라면서
"할머니"
하고 우리 엄마를 수없이 부를 것이다.
말문이 트여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아기의 음성을 듣는 것 또한 기쁨이리.
머지 않은 그 날을 기다리며, 배불뚝이 산모는 이제 조금씩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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