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의 몸으로 지내는 겨울,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원피스를 찾으러 아울렛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매장 가격이 인터넷 가격과 차이가 많이 나서, 남편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주었다. 남편은 얼마 후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 곳으로 출장을 갔다. 그게 지금으로부터 두어 달 전의 일이다.
남편이 출장을 간 후 주문한 원피스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있다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겨울 원피스를 떠올렸고, 그제야 택배가 왜 안오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물건을 주문한지 한 달이 넘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남편의 아이디로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보니 배송 완료라고 뜬다. 물건을 받은 적이 없는데 배송 완료라니. 택배사에 문의를 하니 반품 접수된 물건이라 회수했다고 한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반품 접수를 하지 않았는데. 미스테리의 연속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에 문의글을 남기고 다음 날이 되어서야 판매처와 연락이 닿았다. 물건을 반품한 적이 없는데 반품이 되었다고 설명하니, 판매처 담당자는 의아해 하면서도 반품된 것은 맞으니 물건을 다시 보내준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물건은 오지 않았다. 바빠서 좀 늦게 보냈을거야, 하면서 기다려 봤지만 10일이 넘어가자 슬슬 불안감이 몰려왔다.
다시 판매처에 연락을 했다.
"진즉에 보냈는데, 아직 안 갔다구요? 허 참..."
운송장번호를 확인해 달라고 하니, 당황한 음성이 이어진다.
"아... 이거 어쩌죠. 확인해 보니 522동이 아닌 552동으로 써서 보냈네요."
이런!
이유를 알았으니 552동으로 향했다. 벨을 여러 차례 눌렀으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경비실에서 종이와 펜을 빌려, '나는 522동 주민이며 552동으로 택배가 오배송 되었는데 택배의 행방을 알고 계시면 연락 부탁드린다'고 써서 문 앞에 붙여놓고 왔다. 잠시 후 핸드폰이 진동하며 액정에 뜨는 낯선 번호. 552동 주민 분임을 직감했다.
그 분의 말인 즉, 한 달 전에 다른 사람 이름으로 택배가 와서 반송을 시켰는데 열흘 전에도 또 같은 택배가 왔다는 것이다. 주소 자체가 자신의 집으로 온 것이라 누구인지 찾아줄 수도 없고 환장할 노릇이라 택배 본사에까지 전화를 걸어 직원이 다시 물건을 회수해 갔다고 했다. 도대체 왜 물건을 두 번이나 잘못 보냈냐는 답답함과 분노가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간단히 말씀드리며 본의 아니게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하다고 하니, 나보다 더 내 역성을 들어주시면서 다음에도 이런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며 훈훈하게 전화통화를 마무리했다.
552동 주민 분의 입증으로 알게된 점은, 처음부터 업체에서 주소를 잘못 써서 택배가 오배송 되었다는 것이다. 흡사 탐정과 같은 추리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판매처에 다시금 연락해 일의 자초지종을 소명하여, 결국 처음 주문한 이후 두 달이 지난 오늘에서야 겨울 원피스를 받을 수 있었다. 돌고 돌아 이제야 나에게 온, 사연 많은 원피스다.
택배를 보낼 때나 어떤 일을 처리할 때 확인, 또 확인하자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원피스를 입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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