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하고 신기한 일 중 하나는 입맛이 바뀐다는 것이다. 좋아했던 음식을 마다하게 되거나, 쳐다보지도 않던 음식을 내 돈 주고 사 먹게 되기도 한다. 예전 동료 선생님들과 저녁에 약속이 있어, 솥밥을 맛나게 먹고 카페에 갔다. 카페에 가면 으레 달달한 커피를 주문하고 싶지만, 임신 중인 내 몸과 아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커피의 대체제를 물색하다가 차류까지 시선을 넓힌다. 카페에서 몇 천원씩 주고 티백차를 사 마시는건 돈 아까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원한 페퍼민트차를 한 번 마셔볼까 싶어 페퍼민트를 주문했다.
얼음 가득 채워진 페퍼민트차는 목으로 넘길 때마다 기대 이상으로 청량했다. 임신을 하고 늘 입이 쓴 탓에 자주 기분이 가라앉곤 했는데 민트의 청량함이 쓴덧을 조금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덕분에 나의 쓴 입맛보다 오랜만에 조우한 동료 선생님들과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같이 근무했을 때 좋았던 기억, 폭풍 성장한 자녀 이야기, 다른 학교와 선생님들의 소식... 비교적 외부와의 소통이 적은 나에게 선생님들과의 만남은 페퍼민트처럼 청량하게 느껴졌다.
선생님들과 헤어지고 집에 오니, 또다시 페퍼민트가 생각나 바로 페퍼민트 티백을 주문했다. 임신했을 때 바뀐 입맛이 아기의 입맛이라는 말이 있던데, 뱃 속의 아기는 페퍼민트를 좋아하는걸까? 아기의 생김새도, 성격도, 취향도 모두 궁금하다. 나중에 아이와 같이 카페에 가서 나는 바닐라라떼를, 아이는 페퍼민트를 마시는 상상을 해본다. 아직 출산하기도 전이니 아기가 함께 카페에 갈 수 있는 정도로 크려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지나야겠지. 그때까지는 아기가 내게 일깨워준 페퍼민트의 맛을 원없이 음미하며 지내야겠다. 민트향이라면 평생 치약에서 느끼는걸로 족했는데, 놀라운 변화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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