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나와 여행을 다니면서 본인이 숙소의 뷰를 상당히 중요시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현재 우리 집은 5층에 위치해있으며 창밖으로는 PC방과 전봇대가 떡하니 보이는 뷰이다. 늦은 깨달음에 우리 집 뷰에 대한 아쉬움을 여행으로 달래고 있다.
진도 쏠비치리조트는 숙소에서 보이는 오션뷰로 유명했다. 하지만 오션뷰가 잘 보이는 방을 배정받으려면 1박당 2만 원의 추가 요금을 더 내야 했다. 진도군청에서 지원받아서 온 우리는 지원금을 초과하는 금액이었기에 오션뷰 방을 선택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도 평일 체크인에다가 5박으로 연박이었기에 추가 금액 내지 않더라도 뷰 괜찮은 방으로 잘 배정해주겠거니 생각했다. 점심을 천천히 먹고 4시에 진도 쏠비치에 갔다. 프런트는 한산했고 우리는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갔다. 그런데 우리 방은 공용 조리시설과 분리수거장이 바로 옆에 붙어있었고 주차장 뷰였다.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서 룸 체인지 요청을 했지만 빈 방이 없어서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진도쏠비치 우리 방 뷰
체크아웃하는 날 11시에 프런트에 내려가니 벌써부터 체크인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다. 3시 체크인이지만 뷰가 좋은 방을 배정받기 위해 12시부터 시작되는 체크인 대기표를 뽑으려고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평일인데도 줄을 서야 한다니 아내와 나는 진도 쏠비치를 너무 만만하게 봤던 것이었다. 늦게 온 데다가 추가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좋은 뷰의 방을 배정 받으려했다는 것은 큰 욕심에다가 불가능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뷰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음 숙소 진도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의 가장 멋진 뷰를 지녔던 숙소를 꼽아보면 여행 중이 아니라 단양 가곡면에 위치한 사택에 혼자 살 때였다. 원룸형 빌라 3층이었는데 병풍처럼 펼쳐진 산과 갈대밭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볼 수 있는 뷰였다. 2년을 살면서 풍경에 대한 감동은 점점 희석되어갔지만 남한강의 윤슬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던 것이 그냥 일상이었던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좌)가곡 사택 살 시절 창문 뷰 / (우)학교 출퇴근 길
그래도 여행 중에 가장 뷰가 좋았던 숙소를 꼽자면 인도 라다크 레 지역의 숙소였다. 고산지대라서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힘들어서 침대에 누웠는데 침대 머리맡의 창문으로 보이는 라다크의 파란 하늘과 구름 그리고 목가적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라서 쉬는 것이 곧 여행이었다.
(좌) 인도 라다크 레 숙소 / (우) 스페인 톨레도 숙소
진도 자연휴양림에 예약한 방은 연립동 2층이었다. 나는 자연휴양림을 예약할 때 독채인 숲 속의 집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진도 자연휴양림을 예약할 때는 빈 방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휴양관을 예약했었다. 실제로 와보니 휴양관이 휴양림 가운데 위치해있고 2층이라서 오히려 뷰는 숲 속의 집보다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휴양관 전체가 거북선 형상이어서 더 특별한 숙소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북선 모양의 진도휴양림 휴양관 / 진도 자연휴양림 전경
방에 입실하고 설레는 마음에 창을 열고 발코니로 향했다. 창 밖으로 펼쳐진 초록빛 휴양림 산책로와 넓은 남해 바다가 내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날이 좋으면 저 멀리 제주도까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마음으로 한라산 봉긋한 제주도를 더하여 그렸다. 보배섬 진도의 보물 같은 이 풍경은 여기서도 쉬는 것이 곧 여행이라 일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