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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민 Jan 10. 2017

비 내리는 이야기

교실의 아이들이 찍은 사진 한 장 -1-

비 내리는 창밖의 세상은 흐릿하다.

선명했던 일상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세상의 흐릿함이라 더 반갑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다.  

비가 내리면 그 흐릿함에 빠져 창 밖의 세상을 담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지게 된다.

이것이 내가 카메라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 비 내리는 날 만나게 되는 마음이었다.


이제는 이 흐릿함이 주는 느낌에 만성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비 내리는 날 창 밖의 풍경'은 일단 우선 찍고 봐야 할 소재가 돼버린 것 같다. 찍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인지... 일단 찍고 보는 것인지... 반자동적으로 누르는 셔터에 나의 생각과 감정은 뒷전으로 밀리거나 개입돼버리지 않기도 한다. 어찌했든 찍기만 하면 비 내리는 날 창 밖 풍경은 그럴싸하게 나오니까.


'하늘에서 내린 눈물' -초등학교 4학년 대한이 작품-

이 사진은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반 대한이가 찍은 사진이다. 자동차 안에서 비 내리는 차창 밖을 촬영한 사진인데 차창 밖 풍경은 대한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모습이다. 차창 위로 미끄러지는 빗방물에 왜곡되고 흐려진 동네의 모습을 보고 대한이는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목을 '하늘에서 흘린 눈물'이라고 지었다.


대한이가 찍은 이 사진을 보고 '비 내리는 날에 흐려지고 어른거리는 감성들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사실이 놀라움과 함께 다가왔다. 그리고 사진을 알아봐 준 나에게 열정적으로 사진에 대해 설명하는 대한이를 보며 예전 내 열정도 떠올려볼 수 있었다.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걸어주는 사진을 찍은 대한이가 실로 대견스러웠다. 그리고 대한이의 이 사진을 '단빛' 사진 전시회에 전시하기로 하였다.


비 내리는 풍경은 그럴싸하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비 내리는 날 풍경을 처음 찍었을 때 그 느낌을 잊어버린 꽤 오래된 것 같다. 세상의 새로운 모습을 하나하나 발견해나가며 카메라에 담던 그때의 느낌과 환희를 우리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보며 다시 떠올려본다.

 




대한이 사진 인터뷰 영상
4년 전 DSLR사고 처음으로 찍었던  비내리는 까페  풍경 -2013년 단양군 매포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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