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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천밴드 Dec 08. 2024

시간이 멈춘 듯

잘 익은 군고구마 맛있네

겨울이 되니까 시골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이 많이 있어서 도시에 있을 때도 물론 봄을 기다렸지만, 더 많이 봄을 기다리게 된다. 도시에 있을 때는 단순히 왜 봄이 안 올까? 오늘은 너무 춥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5도 2촌을 한 이후부터는 도시의 겨울보다는 시골의 겨울을 더 걱정하게 되기도 한다.


홍천은 눈이 많이 왔을까? 눈이 쌓여있을 텐데 괜찮을까? 텃밭에 심은 양파는 다 얼어 죽었겠지.. 보일러 외출 온도 기준 아래로 기운이 내려가 보일러가 마구 돌아갈 것 같네... 다 얼어붙는 거 아닐까? 등등 별의별 생각도 든다. 특히 요즘 겨울은 눈이 한 번에 많이 왔다가, 추웠다가, 따뜻했다가 마구 날씨가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럽다. 어쨌건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고 하더라도, 겨울은 겨울이고, 눈은 내린다.


겨울에 낭만은 난로인데, 그래서 지난번 겨울에는 파세코 난로를 샀다. 계속 무언가 사는 게 기상이변에 한 몫하는 것 같지만, 추위를 피하는 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생존 본능과 연결시켜서 사야만 하는 당연한 논리가 세워진다.


겨울에 난롯가에 앉아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낼 때면, 밖은 추운데 난롯가 주변은 따뜻해 상대적 안심과 여유가 한 번에 느껴진다. 난로의 좋은 점은 난로를 켜고 조금만 지난 면 금세 공기가 따뜻해진다. 난로 주변에 앉아 아무것도 안 하고 불꽃을 보면서 멍 때리며 시간을 보낼 때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이게 제대로 난로멍이다. 


난로 위는 꽤 뜨거워져서 고구마, 감자 등 구황식품을 구워 먹을 수 있다. 정성스레 호일에 싼 고구마를 올려놓은 지 시간이 조금 지나 호일을 열어보면 고구마가 아주 뜨겁게 열을 내고 있다.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면 달달하고 따뜻한 고구마가 몸을 더 따뜻하게 해 준다. 


이런 것이 행복 같다. 비싼 명품, 비싼 차 이런 것 보다 난로 주변에서 고구마 한입 먹는 그런 행복, 이런 행복이 소소하지만 따뜻한 행복이다. (이른바 소따행?ㅎ) 

추위가 싫지만 난로 땔 기름과 잘 구워진 고구마가 있다면 그 어떤 누구보다 부럽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따뜻한 난로가 있고, 잘 구워진 고구마, 감자가 있어도... 겨울은 빨리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오길 기다린다. 여름에 심을 농작물을 계획하며...

추운 겨울 난로에 앉아 고구마 구워먹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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