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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 셋째 날, 은은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야경

느긋한 섬 산책과 금빛 야경 감상

by 홍천밴드

머르기트 섬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머르기트 섬에 놀러 가서 점심을 먹었다. 머르기트 섬은 숙소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생각보다는 큰 섬으로 여러 스포츠 시설, 공연장 등이 있었다. 까마귀와 비둘기도 아주 많았다.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하니 까마귀가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내 쪽을 안 보는 척하면서 까마귀가 내 앞을 서성거렸다. 난 하나도 줄 생각이 없다고 다리를 들어 위협하면서 표시했다. 익숙한 듯 조금 피하더니 다시 눈치 싸움이다. 내가 관심을 주지 않고 다 먹으니 어느새 눈치를 채고 새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한국 공원에 있는 비둘기나, 헝가리 있는 까마귀나 습성을 비슷하다.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새가 사는 곳인가 보다.


국회의사당 야경

오늘은 언덕에서 보는 야경이 아니라 다리 위와 국회의사당 반대편 쪽에서 보기로 했다. 일몰 시간에 맞춰 머르기트 다리로 향했다. 아직까진 바람도 불고 춥긴 했지만 비 안 오는 게 어디냐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이 찾아오면서 불빛이 하나둘씩 켜졌다. 머르기트 다리에서 보는 국회의사당은 아주 이뻤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업무 보는 곳을 이렇게 이쁘게 지을 생각을 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보통은 왕이 사는 곳 아니면 이렇게 까지 힘을 주지는 않을 텐데.


다리를 건너 국회의사당 맞은편까지 갔다. 맞은편에서 야간모드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큼 아름답게 나오지는 않았다. 더 좋은 카메라가 있어야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여러 장 사진을 남긴다. 내 얼굴이 들어간 사진은 나중에 AI 기능으로 내 부분만 오려야 할 정도 사진 속 내 얼굴은 많이 늙었다. 하지만 십 년 후 내가 오늘의 사진을 보면 아 이때가 참 젊었구나 할 것이 분명하다.


부다페스트 야경은 세계 3대 야경으로 꼽힐만하다. 이렇게 만든 풍경은 저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새로 지은 건축물은 주변의 건축물과 잘 어우러지도록 만들어야 하는 규칙이 있고 헝가리 건축가가 건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노력 덕에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풍경을 눈을 담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낸 나 자신을 칭찬하며


feat 헝가리 와인 토카이

야경 보고 돌아오는 길에 헝가리 와인인 토카이 5를 마트에서 사서 마셨다. 숫자가 높을수록 달달하다고 했는데 역시 아주 달달하고 맛있다. 음료수 먹는 느낌이라 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안 좋아할 수도 있지만 가볍게 즐기는 와인으로는 아주 좋았다.

머르기트 다리 위에서 본 국회의사당
머르기트 섬의 까마귀들 샌드위치를 먹자마자 모여들었다
헝가리 와인 (토카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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