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헝가리 둘째 날, 유럽에 온천이 있다

따뜻한 온천에서 피로를 풀고 부다 언덕에서 세계 3대 야경 구경

by 홍천밴드

세체니 온천

오늘은 어제 계획했던 대로 세체니 온천 오픈 런을 했다. 헝가리는 예전에 공산국가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오픈 시간이 예상보다 일찍 문을 여는 곳들이 종종 있다. 이 온천도 오픈을 아침 7시부터 한다. 아침 일찍 가면 사람이 별로 없어 즐기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픈 런을 했다.


부다페스트의 온천은 도심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라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오픈 런 할 수 있다. 역시나 7시 2분 전에 도착해서 키오스크가 켜지기도 전에 가서 7시 땡 하고 표를 사고 들어갔다. 9시 이전에 가면 할인해 준다. 할인가는 8,800 포린트로 3만 5천 원 정도 된다. 할인 티켓은 온라인으로는 살 수 없고 현장에서만 살 수 있다. 여러 명이 간다면 한 명은 캐빈료를 추가(1,000 포린트)해서 결제하면 하나의 캐빈을 같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준비물은 수건, 슬리퍼, 수영복이 필요하다. 가서 사려면 만만치 않게 비싸다.


오픈 런 해서 온천에 갔더니 우리보다 더 빠른 현지인으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이미 온천을 하고 있었다. 역시 월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리고 사진으로 봤을 때는 엄청 큰 규모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뜨겁지 않은 온도의 온천수와 차가운 날씨에 불어오는 바람을 얼굴에 맞으면 온천하는 맛이 난다. 온천은 역시 추운 날 해야 제맛이다. 한국에 있는 온천에 비하면 여러 가지 시설이나 등등 좀 낙후된 인상도 있지만 1913년도에 생긴 곳으로 유서 깊은 곳에서 온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온천에 가서 엄청 오래 놀다 와야지 하지만 2시간 정도 지나면 됐다 싶다. 인간은 참으로 신기하다. 2시간 정도 놀고 나와서 다시 숙소에서 정비를 하기로 한다. 샤워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집에 와서 보니 아직 오전이다. 시간을 뭔가 번 느낌이 들었다.


오전에 온천을 다녀오고는 한참을 쉬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세계 3대 야경이라고 하는 부다 쪽 겔레르트 언덕에서 보기로 했다.


VakVarjú Étterem Újlipótváros

저녁은 한국인 사이에서 까마귀 식당이라고 불리는 바크바르주 에테렘에 갔다. 근데 이 식당은 체인점으로 VakVarjú Étterem Újlipótváros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지점으로 갔다. 구글 리뷰에는 이곳이 훨씬 좋아서 선택했는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헝가리 음식이 굴라시(헝가리식 육개장), 슈니첼(돈가스)를 시켜서 먹었다. 굴라시는 맵지 않았고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았다. 슈니첼은 넓게 핀 남산 돈가스 같았고 맛도 거의 같았다. 대신 밑에 가니쉬로 나온 감자 요리가 있었는데, 아주 상큼하고 튀김 음식과 아주 잘 어울렸다.


겔레르트 언덕

부다 지구에서 페스트 지구가 한눈에 보이는 겔레르트 언덕으로 갔다. 트램을 타고 내려서 자유의 다리를 지나서 겔레르트 언덕을 한 십여분 올라가면 탁 트인 부다페스트 야경을 볼 수 있다. 언덕 올라가는 게 역시 쉽지는 않다. 또 한 번 더 나이가 들면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가서 구경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하루라도 젊었을 때 오길 잘했다며 나를 다시 한번 칭찬했다. 일몰이 시작할 때쯤 언덕에 올라가서 점점 어둠을 밝히면서 조명들이 켜지는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부다페스트 야경이 특별한 것은 현란한 간판이나 화려한 네온사인이 아니라 하나의 붉은 조명 색으로 일관성 있게 오래된 건축물들을 비추기 때문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화려한 느낌이라고 할까?


부다페스트 도시 이름에 대해 알게 됐는데, 부다는 헝가리말로 언덕, 페스트는 평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언덕과 평지 지형이 하나의 도시가 되어 부다페스트가 됐다. 역시 그 나라나 그 도시에 대해 하나둘씩 지식이 늘고 있다.

세체니 온천
슈니첼, 굴라쉬
언덕에서 본 야경


keyword
이전 03화부다페스트 첫째 날, 국회의사당에서 시작된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