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끝난 자리에서
길다면 길었던 유럽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왔다. 역시 한국이 참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골목골목 깨끗하고 화장실 인심은 후하다. 한국이 외국 갔다 오면 다르게 보인다. 옛날 건물이나 어떤 예전 것들을 지키지 못하는 건 아쉽긴 하지만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겠지. 새로운 곳을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의 선택들이 모여 그 도시를 만들어낸다.
유럽에 2개월이나 있어서 그런지 당분간은 유럽에 또 가고 싶은 마음은 사라졌다. 잦은 이동의 수고로움이 쌓이고 쌓이면 피곤함도 같이 쌓이는 것을 알게 됐다. 에어비엔비의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너무나 많이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정말 길어도 한 달이 넘는 이동이 많은 여행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이동하는 날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동 시간도 시간이고 아무리 기차로 이동하더라도 기차 소음과 계속 새로운 곳의 자극의 연속은 사람을 긴장감 속에 몰아넣는다.
그리고 여행이 길어지면 몸 어딘가가 고장 나기 마련인데 여행지에서 딱 맞는 병원을 찾기란 어렵다. 찾는다고 해도 보험 적용도 안되고 말도 잘 안 통하는 경우가 많아 병원 문제도 무시 못한다. 여행자 보험은 여행이 길어질수록 더 필요하다.
여행지 언어는 조금이라도 배워두면 쓸모가 있다. 특히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정도의 인사말은 배워두면 요긴하다. 그 나라 현지어로 "감사합니다" 한마디를 하면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서로 기분이 좋아진다. 안녕하세요 보다는 감사합니다가 훨씬 사용빈도가 높다.
한글로 된 책이 필요하다. 해외에 장기간 있다 보면 한글로 된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지에서 한글로 된 책을 살 수는 없으니 밀리의 서재에 가입해서 책을 봤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보는 책은 이제 나이도 있는지라 눈도 아프고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겁긴 하지만 책을 가져가는가 여행지에서 읽는 맛은 또 다르다. 한글이 아닌 다른 나라 언어만 보게 되어서 더 그런 것 같다.
이제 곧 여행책이나 블로그 같은데에서 정보를 얻는 건 끝날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많이 활용한 앱은 챗GPT였다. 여행지 볼거리, 먹거리, 교통 시스템 등등 물어보면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준다. 물론 엄하게 틀린 탑을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맞는 얘기를 해준다. 메뉴판을 찍어서 올리고 한글로 정리해 주기도 하고 기차역에서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을 번역을 해주기도 한다. 에어비엔비에 있는 세탁기를 찍어서 올리면 사용법도 알려준다. 뭐든지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답이 바로 나오는 세상이 왔다.
여행하면서 정말 예기치 못한 일들이 참 많이 생겼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작은 에피소드들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일들이 당황스럽고 늘 해결해야 하는 압박감도 있었다. 여행도 체력전이다. 새로운 곳에 가서 여행지를 탐색하고 탐방하는 일을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나이 들면 정말로 이런 여행은 못할 것 같다.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다면 체력을 좀 더 길러놔야 한다.
결론적으로 무탈하게 돌아왔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