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이야기
홍천에서 5도 2촌을 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관심이 많이 생기고 많이 듣는 음악이 재즈다. 초기에 집에 있던 LP판들이 많지 않았는데 대부분 재즈였고, 그 덕분에 자연스럽게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되었다. 재즈는 언제 들어도 듣기 편한 것도 한몫했다. 그중에서도 빌 에반스 앨범 Waltz for Debby을 자주 들었다.
빌 에반스는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현대 재즈 피아노 스타일에 큰 영향을 남긴 인물이다. 즉흥적인 연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작곡된 듯한 감성적 흐름과 서정적인 터치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1959년, 마일스 데이비스의 전설적인 앨범 Kind of Blue에 참여하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이후 자신만의 섬세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당대 재즈 뮤지션들이 흔히 겪었던 약물 유혹에서 그 역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그가 죽기 일 년 전에 그의 형이 자살해서 죽게 되어 약물에 더 의존했다. 약물 중독과 우울증이 그를 오랫동안 괴롭혔고, 결국 1980년, 51세의 나이에 약물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Waltz for Debby는 그의 대표작이자, 재즈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명반이다. 베이시스트 스콧 라파로가 빌리지 뱅가드 공연이 종료된 이후 11일 뒤에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에 빌 에반스, 스콧 라파로, 폴 모티 안 트리오의 마지막 앨범이다. Waltz for Debby는 빌 에반스의 조카인 Debby 데비에게 바치는 곡으로 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조용히 감상하기 좋은 앨범이다. 유년기의 순수함, 상상력, 유쾌함을 표현한 곡으로 들을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다.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이 서로를 보듬듯이 주고받는 호흡은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부드럽고 아름답다.
이 앨범은 재즈에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편안한 음악이다. 복잡한 기교보다는 감정이 살아 있다.
홍천의 시골 조용한 밤, LP 바늘에서 들리는 이 음악은 어떤 말할 수 없는 큰 위로가 된다.
https://youtu.be/Vhca9Ol_sls?si=8OSwMDnwz8lesOG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