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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지 Apr 19. 2023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래서 제로웨이스트 사람들이 할 수 있겠어?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것은 비누 스타터 키트이자 여해용 키트(폼클렌징, 바디위시, 샴푸)이다. 제로웨이스트의 가장 큰 적은 '편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반대로 비누도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준다면 어떨까?라는 마음에서 제품을 기획했다. 정부 지원사업을 창업초기(3년 이내) 이후 받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 운 좋게 디자인 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수혜 하게 되었다. 그래서 심사위원 앞에서 제품에 대한 발표를 해야 했다.


그런데 심사 후 눈물이 터져버렸다. 평소에 잘 안 우는 성격이고, 스스로도 주변에서도 멘탈이 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고, 또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성격도 아니라서 나 스스로도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덕분에 내가 왜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게 됐고, 제품을 통해 소비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분명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우선 작당모의에서 비누를 만드는 이유는 바디워시, 샴푸, 폼클렌징이 잔류에 피부로 흡수(경피독)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내 몸에 대한 안전을 생각하면 자연히 내가 속한 환경의 안전도 생각하게 되고 미세플라스틱이나 제로웨이스트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애초에 바디버든을 줄이기 위해 기획한 제품인데,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비누=제로웨이스트' 그렇다면 띠지, 포장, 모든 것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그 주장은 1+1=2라고 말하는 것처럼 단호했고, 나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심사위원들이 말하는 것처럼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제품의 매력도가 충분해서 사람들에게 제로웨이스트나 바디버든을 낮출 수 있게 하면 우리 입장에서도 패키지 비용이 줄어들고 쓰레기도 만들지 않으니까.


하지만 제로웨이스트를 지속하게 하기 위해서는 '편리'에 굴복하지 않는 '의식'이라고 생각했다. '의식'은 단순히 제품에 패키지가 없는 것을 보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편리'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제품에 왜 우리가 이 제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바디버든은 무엇인지 적고 싶었고 최소한 제품의 표기사항이라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아무리 이 말을 해도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띠지=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복된 공격만 계속 받았다.


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데 직원이 따라 나와 '왜 이렇게 심사위원들이 공격적인 줄 모르겠다, 고생하셨다'는 말에 눈물이 울컥 나왔다. 심지어 센터장님도 따라와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시는데 얼마나 분위기가 좋지 않았으면 그 자리에서 말하지 않고 나와서 말씀하시나 싶었다.




어차피 진정한 평가는 시장이 하는 거니까, 그리고 왜 눈물이 났는지에 대해서 돌아와서 글로 정리해 봤다.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진정한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사적으로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음식을 포장할 때도 용기를 챙겨가 포장하는 편이다. 자주 가는 카페에서는 비닐봉지 하나 쓸 때도 나한테 물어본다. 그런데 제품을 만들 때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만드는 매력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좋은 의도로 만들었더라도 소비되지 않으면 그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띠지 없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며 고민에 빠지는 것보다 목표와 방향을 정해놓고 천천히 나가더라도 수정을 하면서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어 사람들이 구매하게 되고, 정말로 액체 제품대신 비누에 정착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진정한 기여이고, 이 제품을 기획하게 된 목적이다. 단순히 띠지를 쓰지 않아 당장의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나 혼자 그렇게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을 통해서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생각해 보고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 더 큰 의미이다.


울만큼 억울했지만 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돼서 잘 소화시키면 이 또한 작당모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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