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이 단어는 희망로드보다는 모세의 기적으로도 열리지 않을 것 같은 길 앞에 홀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대학 졸업 후에도 학원비, 식사, 교통비 등을 해결하기 위해 알바를 해야 하고, 그로 인해 시간을 빼앗기고, 취업 준비에 집중을 못 하고, 결국 장기 레이스를 달리며 어느덧 다람쥐가 되어 쳇바퀴를 돌리는 존재가 되거나, 어항 속 금붕어처럼 입만 벙긋하는 존재로 스스로 인식할지도 모른다. 누구나 그렇듯 사원증을 목에 걸고, 커피를 마시며,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맛있는 것을 먹는 상상을 하지만, 지금도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 각종 두꺼운 어학책, 면접 자료 등을 배게 삼아 따스한 햇살에 비타민 D를 흡수하는 소확행을 누리고 있을 취준생들에게 살아 숨 쉬는 면접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한다.
수많은 취업 컨설턴트들이 조언해 주는 것 또한 대부분 맞는 말이지만, 바로 적용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고, 내가 10년 가까이 사람을 채용해 보고 면접을 봐보면서 느낀 점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여러분의 민낯이 수치심이 아닌 면접장에서 화려하게 빛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마법의 가루를 여러분의 어깨에 흩날려주고 싶다.
내가 지원한 회사에서 면접 안내를 받으면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내일이 면접이라면 지금부터 심장이 어릴 적 시험을 못 봐서 부모님께 성적표를 가지고 가는 하굣길처럼 뛴달까? 뭘 말해야 할지 보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긴장되는 마음에 영어 인터뷰 예상 질문지를 보며 암기하기 시작한다.
면접에서 중요한 건 나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과, 기본기, 태도, 협력, 직무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뻔한 질문이라도 재미있게 대답을 해야 한다. 면접관들은 하루 종일, 때론 며칠 동안 본인의 업무를 뒤로한 채 여러분에게 동일한 질문을 해야 하는 상당히 피곤하고 지친 상태임을 명심해야 한다. 젊은 꼰대들은 신입사원의 업무적인 파워스킬을 기대하기보다는 회사와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을 더 찾고자 한다. 채용하고자 하는 조직 부서에 잘 융합될 수 있는 재원인지, 기본과 태도는 일반적인지 관심을 가지고 알고자 한다. 결국 회사는 평범한 사람을 선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러분이 몇 날 며칠을 밤새워 작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인사담당자는 얼마나 자세히 읽을까? 내 경험으로 이력서는 10초~30초, 그리고 이력서에서 관심 포인트가 생겨나면 비로소 자기소개서를 넘겨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자소설'로 보일 경우, 거의 탈락의 기로에 서게 되며, 요즘은 인권과 각종 사회적 영향으로 학교, 출신, 심지어 나이까지 묻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이 이루어지다 보니, 면접관들은 물어볼 게 더 없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본인을 더 자세히 어필하는 게 필요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하면서 면접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원자가 적절하게 언급하는 경우는 괜찮다고 본다. 그리고 면접관들이 편하게 해준다고 느꼈다면... 결과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 떨어질 사람에게 괜한 불편함을 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만약 면접관이 공격적이었다면 나름 기대를 해봐도 된다. 뽑고 싶기에 더욱 실무적인 질문을 하는 심리적인 성향이 있다.
영어 테스트는 긴장되지만 외워서 하는 것보다 단어와 문장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면접관은 한두 문장만 들어도 그 사람의 영어 수준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영어 필기 (작문) 시험의 경우, 국문 번역 혹은 영작 형식인데,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완성하려는 것보다, 절반을 하더라도 꼼꼼하게 하는 것이 좋다. 사실, 영작 시험의 경우, 이미 입사한 선배 직원들도 시간 안에 다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면접은 대기실에서의 태도도 중요하다. 절대 늦으면 안 된다. 항상 늦는 사람은 그 습관을 쉽게 바꿀 수 없다. 작은 습관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을 면접자들도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왜 지원했냐는 것이다. 평생직장이라는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고용주와 고용인이 서로 충족될 수 있는 건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더욱이, 지원한 회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최대한 어필하기 위해서는 회사 홈페이지와 사업 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존경하는 위인이라는 교과서 같은 질문에도 흔한 답으로 시간을 소모하지 말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결국 재미있어야 관심이 생기고, 능력이 뭔지 찾으려 한다. 그리고 면접 때는 살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너무 자연스럽고 태연하게 답하는 지원자는 때로는 거만하게 보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면접 후 자리를 뜰 때 면접관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도 작은 예의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관리자 입장보다는 노동자의 입장을 더 고려 한다고 생각할지라도 결국 여러분을 선발하는 사람들은 '꼰대(늙은)'들이다. 그들은 치열하게 생존하며 살아온 분들이고 그들에게 야근은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일상이었다. 지금은 시대가 다르니까. 사회가 변했으니까, 나는 트렌디한 90년 대생이니까 하는 유별난 태도는 결국 '이 지원자는 조직에 적응하기 어려울 듯하다'라는 메모를 인터뷰 결과물로 남기게 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어떤 회사는 새로운 직원으로 인해 새로운 뉴파워 (혹은 분위기)를 얻고자 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회사는 눈에 띄는 신선함보다는 기존 조직에 잘 녹아드는 인재를 원하는 경우가 있으니, 지원한 회사의 조직문화를 잘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결론은, 내 스펙이 날 잘 포장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나를 선발하는 꼰대들을 향한 적극적인 이해와 적응이 중요하다. 능력보다는 기본기와 태도가 고려되어야 하며, 살아온 삶에 대한 성실함과 솔직함, 그리고 재미가 있으면 5부 능선은 넘어간 것으로 봐도 된다.
면접을 잘 본 케이스는 어떤 경우인가? 조직 문화가 다소 무거운 경우, 활력소 차원에서 신선하고 위트 있는 직원을 선호하기도 한다. 통통 튀는 아이디어가 있거나 사무실 공기의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직원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답을 할 때는 "지원자가 어떤 위치에서 (임무)에서 어떤 사람들과 협력하여 어떤 결과물을 도출했으며 그 가운데 어떤 문제를 해결했고, 결과는 어떠했으며, 개인적으로는 어떤 성취감이 있어 그 영향이 나에게 이렇게 작용했다." 라는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이게 없으면 자신만의 답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지원자는 아래와 같았다.
1) 지원자의 전 직장에 레퍼런스 체크를 했었는데 그 평이 가히 우수한 경우:
"어제보다 내일이 더 기대 됩니다" "저를 믿고 쓰셔도 됩니다" "뭘 하든 다 할 수 있는 재원입니다" "귀 회사에 큰 힘이 될 겁니다"
2) 면접 시 면접자의 질문과 코멘트를 많이 유도한 경우 (면접자가 흥미 있고 관심이 있다는 증거)
3) 영어 필기 전형 중 전체 답변의 절반도 다 완성하지 못했지만, 기완성된 문장의 완성도가 나름 우수하다고 평가될 때
4) 문제해결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질문 시, "저는 소통의 창구입니다"라는 식의 무료한 답보다는 알바 혹은 대학에서 경험한 내용을 가지고 본인이 성취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갈 때
5) 응시자의 답변 가운데 이 친구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묻어날 때
누구나 이 레이스를 빨리 끝내고 싶어 하고, 멋진 화이트칼라가 되고 싶어 한다. 영어, 컴퓨터, 해외연수, 학력, 공모전 모든 것이 스펙이지만, 기본기와 인생 스토리를 잘 정리해 본다면 의외로 쉽게 면접을 뚫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당신은 면접장에서 더 빛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