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준 국제개발협력 민간협의회(KCOC)에 등록된 ODA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는 130여 개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민관협력실에서 시민사회단체 및 대학 연구기관을 통해 진행되는 전체 사업예산이 약 820억이며, 200여 건의 다양한 섹터의 사업을 개발도상국의 빈곤감소와 복지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바라보는 시각과 판단 기준에 따라서 ODA 사업의 성공요인이 사뭇 다르다고 생각되지만, 본인은 시민사회단체에서의 ODA 사업을 기획하고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사회단체가 추구해야 할 해외사업의 기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ODA 사업을 수행하는 많은 시민사회단체의 실무자들은 사업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PDM(Project Design Matrix)을 작성하는 데 골머리를 앓은 적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사업의 성과목표를 도표 안에 작성해 가려면 복잡한 현지의 사업 환경과 현지 주민들의 수요를 단순화하여 작성해야 하기에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모순적이게도 실무자들이 PDM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사업 수행기간 내에 성과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지만, 사업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공모기관에서는 그 보다 더 강조하는 부분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어, 현지 로컬 시장에서 간이 영수증 가지고 (혹은 영수증을 발급 못하는 시장 상인에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물품들을 제대로 된 영수증을 발급받기 위해 비싼 마트에 가서 몇 배나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한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단체 입장에서의 성공적인 사업은 과연 예산 집행을 가이드라인에 맞게 구비하는 것일까? 아니면 PDM의 성과를 맞춰 실적을 내고 지속성을 강화하며 자립을 도모하는 것일까? 시민사회단체들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ODA 사업의 기준을 과연 무엇일까?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은 OECD 자료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DAC 회원국들이 시민사회단체를 중요한 ODA 사업 파트너로 보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0여 가지의 중요 순위를 나열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혜자와의 근접성/신속한 인도적 대응/취약국가 지원 가능/전문성과 기술 보유/본격적인 사업을 위한 시범사업 가능성 등을 주요 결과물로 뽑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NGO가 GO와 협력해야 하는 요건”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NGO들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조건이며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기본 요소가 될 수 있다.
교과서적인 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성공적인 ODA 사업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PDM의 목표 달성 및 예산 집행실적, 집행 예산 증빙의 완성, 출구전략 마련과 지원물품에 관한 지속성 확보, 수혜자 만족도 조사 등으로 수많은 강의들과 공모기관의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재원의 ODA 사업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후원자(후원기관)와 수혜자 사이에서의 중계자 역할을 하면서 사업비가 효과적으로 수혜자들의 환경을 변화시켜 그들의 자립성을 도모하며 지속 가능한 환경을 구현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성공적인 사업은 PDM 안의 숫자(정성평가)에 담겨 있기도 하지만, 수혜자와의 인터뷰(정량평가)와 사업 이후의 그들의 변화된 행동과 가치관의 척도를 통해서 가늠할 수도 있다. 빈곤이라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이유만으로 야기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소규모 예산과 사업의 섹터 구분을 이유로 한 지역에 대한 전방위적인 통합적인 지원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작은 마을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사업을 수행자 입장에서 종료했다고 해도 수혜자들은 이 사업을 성공이라고 보진 않을 것이다. 수혜자마다 그들의 삶에서 느끼는 외부 지원의 성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라는 측면에서 성과를 달성하더라도 수혜자 측에서는 생계/교육/거버넌스/ 그 외 역량개발 등 다양한 삶에서의 문제의식이 여전히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업 수행주체인 우리들은 사업비 전액 소진과 PDM에 준한 ODA 사업 성과 달성이라는 이유로 성공적이라고 스스로 판단하지만, 과연 수혜자들도 우리의 사업을 성공이라고 판단한다 자신할 수 있을까? 빈곤이라는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우리나라 옛말이 있듯이 통합적인 지원 없이 소규모의 예산을 가지고 진행하는 ODA 사업의 성공을 찾기에는 시민사회단체가 가지고 있는 제약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출구전략 없이 무작정 그들의 요구에 맞춰 도움을 줄 수도 없는 것이다.
성공적인 ODA 사업이라는 주제가 한국 ODA 사업에서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작은 ODA 사업일지라도 실패하지 않는 사업을 만들어 가는 게 지금 우리나라 ODA 사업에 더 중요하고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성공적인 ODA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민사회단체 실무자들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직이 잦은 이 분야의 특성상, 단체의 설립이 10년이 넘어간다 해도 실무자의 경험이 1~2년이라면 사업에서의 10년의 노하우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무자들이 단순히 숫자를 맞추고, 영문을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서 현장을 지휘하고 이해관계자를 완벽하게 숙지하고 수혜자들과의 대면 시 다양한 설문 기법과 인터뷰 스킬을 구사할 수 있다면, 실무자가 수행하는 사업이 절반은 성공한 사업이 아닐까 한다. 실무자의 역량을 ODA 사업의 중요 기준이라고 우선순위에 올려놓는다면, 수혜자 만족도 및 투입량에 대한 효과적인 사업 성과를 가격 효용 분석을 통해 가늠해 볼 수도 있으며, 수치의 중요성도 분명히 있지만, 한 수혜가족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임팩트 측면에서의 사례연구도 점차적으로 중요한 부분으로 인지되고 있다.
현장방문, 인터뷰, 설문조사 등 여러 현장 조사방식을 가지고 사업의 성공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PDM을 적극 활용한 성과관리도 중요하다. 사업비 집행에 있어서 가이드라인 준수 및 투명성 확보 또한 비영리 기관인 NGO의 핵심가치를 고려할 때 중요한 요소임이 틀림없다. 주민교육 및 의료진 실무교육을 성과관리 지표에 맞게 몇 회 제공했다고 해서 그들의 역량이 개발되는 것과 행동이 변화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의 성과를 위해서는 다양한 모니터링 및 평가 기법이 적용되어야 하고, 좀 더 혁신적인 사업의 척도 분석을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수치에 의한 지표 분석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혜자들에게 변화된 것들을 강요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은 “Nudge”을 도입해 보면서 사업의 지속성과 효과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업의 제안서 작성 시에만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이해관계자 분석을 사업 말미에도 확인하여 사업 안에서의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즉, 사업의 수행과 모니터링 및 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공유와 더불어 사업의 다음 단계로의 문제 분석 또한 중요하다.
시민사회단체가 ODA 사업을 함에 있어 그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것보다는 수혜국가/수혜그룹이 원하는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단순한 지원방식을 넘어 사업 안에서의 수혜자, 공여자, 이해관계자 등의 사람의 중요성을 인지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서로 긴밀한 소통을 한다면 사업은 최소한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우리는 간혹 사업비의 집행과 사업 일정에 다급해서 사업 안에서의 사람의 중요성을 간과하기도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많은 궁금증을 만들어 보았으며 이러한 궁금증은 사업의 실무자들이 사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가슴에 늘 품고 있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공헌을 목표로 하는 기업과 정부의 ODA 사업,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의 ODA 사업에 대한 성과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수혜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그들의 존엄성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정의로운 지구촌을 실현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ODA 사업에 대한 목표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ODA 사업의 출발은 시민사회단체가 ODA 사업을 하는 목적에 대한 제고로 출발하여 최소한 실패하지 않으려는 시민사회단체의 쉬지 않는 그 노력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