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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Apr 23. 2024

UX, 결과를 바꾼 사고방식의 사례들

사용자 경험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고방식이라 생각한다. 아무로 좋은 방법론도 영민한 사고방식 아래 존재하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다. 그럼 어떤 상황에서 사용자 경험의 영민한 사고방식들이 탄생했을까? 사고방식은 제품 개발이 아닌 브랜드, 서비스 개발에도 적용된다. 문제를 찾고 해결한 영민한 사고방식의 사례들을 광범위하게 정리했다.






결과를 바꾸는 사고방식






6주 안에 아이폰의 액정 화면을 플라스틱에서 강화유리로 교체해라!

아이폰 액정 화면은 원래 플라스틱으로 출시할 계획이었다. 애플은 강화유리와 플라스틱, 두 가지 액정 재질 중에 고민했다. 플라스틱은 강화유리 보다 가볍고 내구성이 강해 잘 깨지지 않았다. 아이폰 사용 중에 작은 충격에도 액정 화면이 잘 깨진다면 제품 이미지에 큰 오점이 될 거란 이유로 최종적으로 플라스틱으로 액정 재질을 결정했다.



애플이 아이폰 첫 판매 예정일을 한 달 정도 앞둔 2007년 어느 날. 플라스틱 액정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경우 다른 물건들과 부딪치면서 스크래치가 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면 강화유리는 스크래치에 강하고 충격에는 약했다. 애플은 소비자 입장에서 액정 화면이 잘 깨지는 것보다 스크래치가 나는 게 덜 불만스러울 거란 이유로 플라스틱으로 액정 화면을 결정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생각은 달랐다. 스티브 잡스는 임원들을 자기 사무실로 불러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아이폰과 열쇠를 꺼내 보였다. 아이폰 플라스틱 액정화면에는 열쇠에 긁힌 자국이 많이 나 있었다. 잡스는 “사람들은 주머니에 열쇠와 휴대전화를 함께 넣고 다닌다”며 “흠집이 나는 상품은 팔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아이폰의 개발자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주장했다. "소비자가 주머니에 아이폰을 넣고 다니다가 액정에 스크래치가 나면 그건 우리가 제품을 잘 못 만든 탓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아이폰을 들고 다니다가 외부 충격에 의해 액정이 깨진다면 그건 소비자의 잘못이다." 우리는 제품 개발에 더 충실해야 한다며 판매일에 맞춰 6주 안에 플라스틱의 액정을 강화유리로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선전에 있는 아이폰 제조공장인 대만계 폭스콘이 바뀐 디자인을 받아본 것은 그날 자정 무렵이었다. 공장 측은 공장 기숙사에서 자고 있던 노동자 8,000여 명을 깨워 과자와 차를 간식으로 지급한 뒤 조립라인으로 보냈다. 이들은 작업을 시작한 지 96시간 안에 아이폰 4만 개를 생산해 냈다.




호주의 장기 기증률은 100%인 반면 독일의 장기 기증률은 왜 12%일까?

많은 국가에서 사고로 인한 사망 시 장기 기증에 대한 안내문이 운전면허증에 표시되어 있다. 2003년 발표된 한 논문을 보면,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장기 기증률은 100%에 가깝지만 독일은 12%, 스웨덴은 86%, 덴마크는 4%에 불과하다. 이처럼 국가별로 나타나는 장기 기증률의 엄청난 편차는 중요한 질문 형식 때문에 생기는 ‘프레이밍 효과’로 인해 나타난다. 장기 기증률이 높은 국가에서 기증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뜻을 직접 표시해야 하는 옵트아웃(opt-out, 선택적 거부) 양식을 사용한다. 이 단순한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기부 의사가 있다고 간주된다. 반면 장기 기증률이 낮은 국가는 옵트인(opt-in, 선택적 동의) 양식을 쓴다. 즉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면 직접 뜻을 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차이가 전부이다. 따라서 장기 기증률을 끌어올리는 최상의 방법은 귀찮게 굳이 표시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채택되는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기본값)’을 정하는 것이다.


옵트아웃(opt-out)은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기증 여부를 밝히지 않은 사람까지 잠재적 기증자로 추정해 죽은 후에 장기 적출이 가능하게 하는 제도다. 반대로 옵트인(opt-in)은 죽기 전에 기증 의사를 밝힌 사람만을 대상으로 장기 적출을 하는 제도다. 장기기증이 활성화된 오스트리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스페인, 벨기에 등은 ‘장기기증을 절대 거부한다’는 의사 표시가 없으면 장기기증 의사를 가진 것으로 보는 묵시적 동의의 옵트인 방식을 택하고 있다.


프레이밍 효과는 사람들이 옵션이 긍정적인 의미로 제시되는지 부정적인 의미로 제시되는지에 따라 옵션 사이를 결정하는 인지 편향이다. 개인은 옵션이 긍정적으로 제시될 때 위험을 회피하는 선택을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부정적인 옵션으로 제시될 때 손실 회피를 더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편향 연구에서 옵션은 손실 또는 이득의 확률 측면에서 제시된다. 이득과 손실은 시나리오에서 결과에 대한 설명(예: 인명 손실 또는 구조, 환자 치료 여부, 금전적 이익 또는 손실)으로 정의된다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는 문화를 고려할 것, 현지화 전략.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킷캣(네슬레의 글로벌 초콜릿 브랜드)은 지극히 영국적인 상품이었다. 킷캣은 영국의 노동자들에게 "잠깐 쉬세요, 킷캣과 함께"와 "영국에서 가장 소박한 한 끼"라는 문구로 광고되었다. 이후 1970년대 킷캣에 영국 상표를 달아 여러 국가로 수출했고 그중에 일본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판매는 부진했다. 너무 달아서 엄마들이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 탓이 컸다. 이후 킷캣은 스위스 네슬레에 인수 됐다. 2001년 일본의 킷캣 브랜드를 담당하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특이한 현상이 포착됐다. 규슈 지방에서만 판매량이 12월과 1월 2월에 급증한 것이다. 뚜렷한 이유는 없었으나 '킷캣'이라는 이름이 규슈 지방의 방언으로 '반드시 이길 거야'라는 의미의 키토카츠와 비슷하게 들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2월과 2월 사이에 고등학교와 대학교 입시가 치러질 때 규슈의 학생들이 행운의 징표로 킷캣을 산 것이다. 처음에는 고베(스위스의 지명)의 레슬레 일본 지사에서는 이런 문화의 현상이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슬레의 경영진은 일본의 판매 부진으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라는 압박에 시달렸다. 일본에서는 "잠깐 쉬세요"라는 마케팅 메시지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의 마케팅 팀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청소년들에게 이런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잠깐 쉬세요"라는 개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진을 한 장 골라 보드에 붙이고 어떤 의미인지 그들의 생각을 설명하게 했던 것이다. 미국의 마케팅 업계에서 20세기 후반에 처음 출현한 이 방법은 민족지학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서구의 기업은 문화충돌을 겪을 때가 많아 이 방법을 자주 활용했다.


일본 청소년들은 주로 음악을 듣거나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잠을 자는 사진을 골랐다. 초콜릿을 먹는 사진을 고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본의 수험생들은 초콜릿을 먹는 것이 '잠깐 쉬는'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휴식은 제대로 푹 쉬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본의 네슬레 마케팅 책임자 타카오카 코조는 이시바시 마사후미와 마키 료지를 비롯한 동료들과 "잠깐 쉬세요."라는 문구를 줄이고 벚꽃 사진과 함께 "반드시 벚꽃이 필 거야!(꼭 합격할 거야!)"라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스위스 브베의 레슬레 본사 경영진들이 이 이미지를 봤다면 그냥 이쁜 사진 정도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벚꽃은 입시 합격을 상징했다. 일본 레슬레로서는 스위스 본사의 브랜딩 규정을 어기지 않으면서 킷캣의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들은 입시장 부근 호텔 측에 부탁해서 투숙객들에게 "반드시 벚꽃이 필 거야!"라고 적힌 엽서와 함께 킷캣을 공짜로 나눠주게 했다. 훗날 이시바시는 이 상황을 네슬레 본사에 구체적으로 보고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유는 분명 이상하게 볼게 뻔했기 때문이다. 킷캣의 판매는 급증했다. 학생들은 킷캣을 오마모리(일본 신사에서 신도들에게 파는 행운의 부적)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는 문화의 상대성이다. 영국에서 탄생한 킷캣의 노동자들에게 "잠깐 쉬세요"라는 문구는 일본에서 통하지 않았다. 반대로 벚꽃은 서구권에서 합격의 의미가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현지 문화에 맞게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인류학적 방법으로 증명한 셈이다. 2003년 일본의 인터넷 포털 구(Goo)에서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서 무려 34%의 학생들이 킷캣을 오마모리(행운의 부적)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짜 부적을 사용하는 비율인 45%에 이어 두 번째였다. 이에 힘입어 일본 킷캣은 엄청난 확장을 했다. 2003년 딸기 맛 분홍색 킷캣, 말차 맛의 킷캣, 와사비 맛, 간장 맛, 옥수수 맛, 자두 맛, 멜론 맛, 치즈 맛, 버터 맛 킷캣이 출시되었다. 말차 맛의 킷캣은 역으로 글로벌로 제품으로 출시 됐다.




제품의 이미지가 매력적이지 않다면 소비자는 선택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는 초창기 숙소를 판매하기 시작했을 때 방이 잘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그 부분에 대해 고민했고 문제점을 발견했다. 자신들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숙소의 사진들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스트들이 올리는 숙소 사진의 퀄리티는 굉장히 떨어졌다. 호스들이 숙소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어 올리는 게 문제였다. 당시 핸드폰 사진은 지금처럼 해상도가 좋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는 5천 달러를 들여 전문 사진작가를 고용해 호스트들의 숙소 사진을 찍어주기 시작했다.

게스트는 방 이미지로 예약을 결정한다. (예시 이미지)


그렇게 숙소 사진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방을 직접 예약해 생활해 본 게비아(에어비앤비 공동 창업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돈을 지불하고 사용할 방이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으니 예약을 할 리가 없었다.”라는 평을 남겼다. 현재 에어비앤비는 호스트를 위해 숙소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가이드를 제공한다. 하단 이미지는 에어비앤비의 가이드 샘플이다.

"숙소의 식사 공간과 간이 부엌 창문으로 데크와 뒤뜰 정원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위층의 마스터 침실에서는 야자수와 바다 전망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거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돌길을 따라 뒤뜰을 거닐어보세요."


에어비앤비는 가이드에서 게스트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숙소에 대한 시각 정보를 제공하며, 호스트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이미지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또 전문가처럼 사진을 수정할 수 있는 자동 조정 기능 활용법도 제공한다. 숙소에 대한 중요한 세부사항을 설명하고 예비 게스트가 숙소에 머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도록 사진 설명 또한 넣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사진을 잘 편집하고 올리는 방법 또한 제공한다.





참고도서


이전 11화 인류학에서 UX로. 다시, UX에서 인류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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