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 설계는 매우 중요해요."
"로켓 성장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에요."
"아닐걸요!"
나는 사실 UX에 대해 모른다.
내가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내 직무에 대한 명칭은 web designer였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됐고, 국내에는 2009년부터 판매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폰 출시 후 web에서 mobile로 트래픽이 옮겨가기 시작했다. 당시 구글 회장인 에릿 슈미트가 '모바일퍼스트월드' 콘퍼런스에서 모바일 퍼스트를 외치면서 그 이슈는 더 커져 갔다. PC의 트래픽을 mobile이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은 당연했다. 그렇게 web designer들은 mobile device도 추가로 디자인해야 했다. web site design을 하면 mobile device에 맞게 mobile web site도 디자인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mobile web과 mobile application이 혼동되기도 했다. 결국 web이라는 명칭이 디자인 사업의 영역을 좁아 보이게 만드는 상황이 됐다. 그 상황은 에이전시의 사업영역 또한 작아 보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UI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했다. web UI, mobile UI. 에이전시들은 mobile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홍보하기 시작했는데 그때쯤인가... UX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던 게... 그렇게 web 에이전시들은 UX 컨설팅 에이전시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들은 너도 나도 UX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mobile 사업 관련 제안이나 구축 시 주요 전략으로 요청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인하우스 조직에도 UX조직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에이전시 주요 인력들을 쓸어 모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UI 앞에 UX가 붙던지 UX 앞에 UI가 붙는 식으로 사용하기 시작됐다. UX/UI 또는 UI/UX로 표기했다. 슬러시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둘은 순서만 바꿔가며 여러 조직에서 쓰기 시작했다. 아직도 궁금하다. UX 인력들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던 것일까?
그렇게 UX 인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때 가장 혼란스럽던 것이 UX 인력은 '디자이너인가?', '기획자인가?'였다. UX 인력들의 스펙은 석사 이상의 박사들이었는데, UX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아트웍 작업은 하지 않았다. 리서치나 분석이 주요 업무였다. 근데 왜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사용했을까? 아마 디자인의 어원인 설계를 가져다 쓴 거 같다.
그 당시에는 UX 인력을 채용하는 사람도 지원하는 사람도 헷갈려하던 시기다. 그렇게 uesr experience design은 사용자 경험 설계라는 명칭으로 에이전시 또는 인하우스 조직에서 프로모션의 요소로 쓰이기 시작했다. 고학력자들로 구성된 UX 인력이 없는 조직은, UI 앞에 UX를 붙여 UX/UI 디자이너라는 직무를 만들고 채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UI 디자이너가 UX도 수행한다는 뜻으로 굳혀지기 시작했다. 어찌하다 보니 web 디자이너가 UI 디자이너로 또 UX 디자이너로 통하는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UI 디자이너는 정말 UX를 하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 UI 조직들이 UX를 한다고 착각한다. UI 디자인에 앞서 리서치를 하고 분석을 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고 말이다. 그건 web design 시절에도 존재했던 방식이다. 그때도 리서치를 하고 분석을 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사용자 경험 설계가 무엇인지 논해 보자. 사용자 경험 설계를 정의하면 '사용자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가장 많다. 여기서 사용자에게 '무슨 경험을 제공하냐고' 물으면 대체로 답이 없다. 보통 하는 말은 '긍정적인 경험'이 대부분이다. 모든 경험에는 동기가 있고 목적이 있다. 그 동기와 목적을 인간 중심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 UX다. 예전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는 인간을 이해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간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다. 산업혁명 이후 생산의 총량이 늘어나면서 시장은 커지게 되고 경쟁 또한 심화되기 시작했다. 그 후 우리는 생산과잉 시대에 살고 있고, 공급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 중심 디자인의 중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경쟁은 초기 공급자 중심 생산에서 소비자 중심 생산으로 개념을 이동시켰다. 그 과정에서 인지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많은 리서치와 연구가 힘을 얻게 된다.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 유도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사용자 경험 설계인데, 그 과정에서 인지심리학을 활용해 인간의 행동방식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UI를 하면서 UX를 한다고 착각한다. 정말 당신은 인지심리학을 기반으로 리서치하고, 분석하고, 전략을 도출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개선해나가는가? 그것은 정말 인지심리학 즉, 인지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
UX을 하면 성공하는 것인가? 디자인이 성공의 필수 요소 인가? 둘 다 아니다. 중요한 건 비즈니스 수익모델이다. 보통 UX와 비즈니스를 혼동하게 되는데 그 이유에는 스타트업들의 과장된 UX 예찬론이 한몫한다. 스타트업은 스마트하고 유연하고 창의적인 이미지를 잃으면 안 된다. 그런 이미지를 잃게 되면 투자받기 어렵고 소비자들에게 인식되기 어렵다. 스마트하고 창의적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도구가 필요하다. 또 이미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지나치게 포장한다. 고속 성장의 비결을 UX 방법론으로 달성한 주요 요인으로 포장해서 전도한다. 그런 포장은 보통 현재의 프레임으로 과거를 해석하면서 왜곡된다. 그 당시에는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에 떨었음에도, 성장하고 성공 궤도에 오르게 되면 그때는 성장할 것을 예측했고 확신했다고 왜곡한다. 또 성장할 수 있던 요소로 창의적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부분을 포장하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UX를 활용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스타트업 중에 UX가 훌륭해서 성공한 것인가? 아니다 비즈니스 수익모델이 시장과 맞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바로 mobile 시대에 mobile 시장과 잘 맞았던 비즈니스 수익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PC의 트래픽을 mobile이 앞서기 시작하면서 로켓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지 UX가 훌륭해서 로켓 성장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또 경쟁자가 없던 초기 시장을 선점하여 로켓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UX는 비즈니스 수익모델의 제품화 과정이다. 제품화 과정이 훌륭해서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없다. UX는 과정일 뿐이지 비즈니스가 아니다. 비즈니스 수익모델이 시장 상황과 맞을 때 성공한다.
정말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UX가 필요한가? UX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도 인정하지만, UX가 마치 성과의 바이블인 것처럼 인식되어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UX는 단기간 성과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점진적 개선으로 장기간의 계획이 필요하다. UX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UX가 마치 로켓 성장의 치트키처럼 인식되는 것이 안타깝다. 스타트업의 투자 조건은 수익 발생 가능성을 중요하게 평가한다. 당장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도 앞으로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건 지금 또는 앞으로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수익모델이 맞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수익모델이 잘못됐을 때 수익을 낼 수가 없다. 그것은 성장 가능성을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이다. 성장 가능한 수익모델이 있고, 그 수익모델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UX가 있는 것이다.
버튼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UX일까? UI일까? 버튼의 테두리에 라운드를 적용해서 인지 요소를 줄이는 것은 UX일까? UI일까? 모든 사용자의 가독성을 고려해 텍스트의 명도 대비를 4.5:1 이상으로 맞추는 것은 UX일까? UI일까?
필요한 건 과연 UX일까? UI일까? 당신이 하고 있는 것은 UX인가? UI인가? 정말 UX를 통해 비즈니스의 로켓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가? UX가 비즈니스를 당연히 성과로 이끈다는 현실 왜곡장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당신의 비즈니스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시장 흐름을 벗어난 사업전략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