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반적인 거 아니야?"
"일반적인 방식의 반대로 해서 차별성을 어필하자!"
"그건 일관성이 없는데..."
일관성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속성.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 중에 하나가 일관성이다. '디자인에 일관성이 없다.'라는 피드백은 디자인에 질서와 규칙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나는 어떠한 개념을 분석할 때 항상 사전을 통한 명확한 의미를 찾아본다. 그렇다면 일관성에 대해 사전에서는 어떻게 정의할까? 일관성 [명사] 하나의 방법이나 태도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성질. 그렇다면 일관성은 변하지 않는 질서 또는 반복되는 규칙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3년 애플 디자인 어워드 우승 앱인 야후의 날씨 앱이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됐었다. 그 당시 야후의 날씨 앱은 굉장히 유니크했었다. 야후 날씨 앱은 지역의 날씨와 장소를 고려해, 그 지역의 실제 플리커(Flickr) 사진을 제공했었다. 서비스에 사용하는 리소스를 따로 가공하지 않고, 실제 유저들이 올린 이미지 활용한 것인데, 아시다시피 플리커(Flickr)의 퀄리티는 굉장히 높다. 사용자들끼리 경쟁심리로 퀄리티 있는 사진만 올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내추럴한 날씨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버전이 출시됐을 때 iOS의 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UI 스타일을 iOS 그대로 출시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구글의 한 디자인 리더가 그 부분을 지적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일관성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우리가 사물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일관성이란 강한 속성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야후의 날씨 앱은 매우 세련되고 아름지만, 그것은 안드로이드 디자인 일관성에 위배된다. 그것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맞지 않는 디자인이다. 그때는 Material Design이 발표되기 전이었지만, 개발 가이드는 존재했다. 그가 지적한 것은 디자인 퀄리티가 아니라, 배포한 생태계의 일관성을 따른 것인지, 아닌 것인지의 문제였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일관성에 대해 지적을 한 것일까?
일관성은 변하지 않는 질서 또는 반복되는 규칙이다. 한마디로 패턴이다. 우리는 패턴 속에 살아간다. 누구나 패턴이 있고, 최적의 패턴을 찾아 살아간다. 디자인에도 패턴이 있다. 그것은 일관성이다. iOS 만의 UI 패턴, 즉 일관성이 있는 반면, 안드로이드 UI 스타일의 패턴도 존재한다. 과연 iOS의 UI 스타일을 안드로이드에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사용자는 자신의 OS 패턴에 익숙하다. 그것의 패턴에 변화가 있으면, 그만큼 사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항상 위치했던 곳에 버튼이 없거나, 제스처의 패턴이 바뀌면 당연히 그것에 대한 사용성은 떨어진다. 나는 항상 7시에 일어나 30분에 지하철로 출발한다. 그것이 나의 평일 출근 패턴이다. 그 과정에 문제 발생하면, 그날의 출근 패턴이 깨진다. 간혹 30분에 지하철로 출발했지만, 놓고 온 물건이 있어 다시 집으로 돌아갈 때면 그날의 출근 패턴은 깨지게 된다. 아침 출근 시간 패턴이 깨진다는 것은 그 이후의 패턴도 깨진다는 것이다. 40분에 탈 수 있는 지하철을 놓친다는 것이고,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 또한 늦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하루의 패턴이 몽땅 깨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에서 패턴이 깨지면 어떻게 될까? 패턴의 가장 큰 장점은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그것을 사용할 때 예상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에서 패턴이 깨진다면, 사용자는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사물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일관성이란 강한 속성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일관성의 정의는 사용성과 연결된다. 음료수의 뚜껑은 왼쪽으로 돌리면 열리고, 다시 반대로 돌리면 닫힌다. 음료수를 열고 닫는 방향은 전 세계가 동일하다. 방향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도 일단 음료수의 뚜껑을 잡으면,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돌린다. 그것이 일관성의 강한 속성이다. 일본의 자동차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 한국과는 반대의 규칙을 사용한다. 한국 운전자들이 일본에서 주행할 때, 역주행의 실수를 저지르는 것 또한 일관성의 속성 때문이다. 이렇듯 일관성이 깨지면,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디자인에서 일관성에 대해 고민하고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용성과의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 iOS 앱을 디자인할 때 iOS의 아이콘을 그대로 사용하는 디자이너와 새롭게 다시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새롭게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의 주장은 디자이너가 의미를 재해석하고 새롭게 디자인을 해야지 제공하는 리소스를 그대로 쓰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라는 것이다. 후자의 디자이너의 열정에는 존경을 표한다. 하지만 일관성이란 속성을 감안하면, 그것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경우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사용성과 연관되는 일이라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모든 어플마다 공유 아이콘의 스타일이 다른 이유는 후자의 디자이너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콘 하나의 스타일 때문에 사용성이 현저히 떨어지진 않겠지만, 그런 디자이너들이 음료수 뚜껑이 열리는 방향을 오른쪽으로 디자인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일본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수출용의 운전석을 오른쪽으로 제작해서 수출할까? 그들은 수출하는 나라의 일관성에 맞게 운전석의 위치를 고려한다. 그것은 사용성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오른쪽에 운전석을 그대로 수출했다. 톨게이트에서 통행 요금 계산을 할 때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들도 일관성에 대한 속성을 깨달은 지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거 같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면, 일반적인 방식은 차별점이 없고, 아이디어가 없어 보인다. '일반적인 방식은 똑같아서 차별성이 없어 보이겠지? 그럼 우리는 반대로 간다!’ 아무 이유 없이 일반적인 방식을 벗어나는 건 마치 음료수의 뚜껑의 방향을 반대로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 명확한 이유와 전략 없이 일관성을 벗어나는 것은 매우 큰 리스크를 동반한다. 바보도 아니고, 그런 디자이너가 어디 있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실제로 실무에서 자주 목격되는 상황들이다. 부분만을 보게 되면 시아가 좁아진다. 일관성은 부분이 아닌 전체를 봐야 한다. 또한 차별성은 일관성의 반대가 아닌, 일관성의 유지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그것을 뒤집기 위해서는 일관성의 속성을 반전시킬 전략과 컨셉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것이 지루하거나 차별성이 없어 보인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무턱대고 변경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관성은 사회적 합의를 의미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일관성 있는 디자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