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디자인합니다."
"디자이너는 의미를 부여하고 시각화합니다."
"그렇다면, 디자이너로서의 당신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입니까?"
철학
가치 그리고 의미
대부분 디자이너들이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디자인하며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채용 시 인터뷰에서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가치나 의미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이유는 가치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시각적 표현의 방식으로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가치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시각적 표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가치를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의미에 대해 말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그것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말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앞에 말한 질문에 답할 수 있으려면 스스로 질문해야 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디자이너로서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나의 의미는 무엇인가?'
시각은 표현의 수단이지 가치와 의미의 본질이 아니다. 가치와 의미의 본질은 철학이다. 철학이 있는 것은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철학이 없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고 무의미하다. 가치가 없고 무의미한 것들은 제 기능을 못해 쓸모가 없다. 내가 철학을 운운할 때면 지인들은 어린아이 경기하듯 처음부터 거부감을 드러낸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런 거 없어도 잘 산다.", "좀 전까지 기분 좋았는데 그런 이야기나 할 거냐?" 라며 말하는 사람을 멋쩍게 한다. 철학은 대단한 대의나 단계 높은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방향 없이 방황하는 것은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목표가 없을 때 철학은 목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고, 어떤 시련에도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 신념 또한 갖게 해 준다. 그게 바로 철학이 필요한 이유다. 철학 없는 디자인은 목표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되기 어렵다. 철학 없는 시각적 표현만이 가치와 의미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디자인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나와 당신과 우리의 사회 안에서 그것이 가지는 속성을 이해하고 파고들어 공감을 형성시키는 일이다. 그것이 디자인에 철학이 중요한 이유다. 무언가를 디자인할 때면 그것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또 사회 안에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 것인가? 그것의 의미는 유의미한 것인가? 그 유의미함은 공동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여러 관점에서 성찰이 필요하다. 의식의 성찰을 통해 무형(無形)의 것에서 유형(有形)의 것으로 전환시키는 사람이 디자이너다. 그 과정에서 의미와 가치가 태어나며 우리의 의식은 한 단계 더 성숙된다.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것이 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디자인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나와 당신과 우리의 사회 안에서 그것이 가지는 속성을 이해하고 파고들어 공감을 형성시키는 일이다. 2003년 무인양품은 Emptiness 캠페인에서 MUJI 로고를 지평선에 둔 이미지를 공개했다. 지평선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평선이란 아무것도 없는 영상이지만 반대로 모든 것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하늘과 땅 모두를 바라다보는 영상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람과 지구를 다루는 궁극적인 풍경이다. 무인양품의 가치는 '세계 합리 가치'이다. 극히 이성적인 관점에서 성립한 자원 재생 방법 혹은 제품의 사용 방법에 대한 철학이다. 무인양품은 Emptiness 캠페인은 그 철학을 사회에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계획이다.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 중]
철학은 가치를 추구하는 무형(無形)의 정신이며,
디자인은 철학을 담은 유형(有形)의 결과물이다.
그것이 디자인에 철학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