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격고 느꼈던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개인의 경험이란 것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환경이나 같은 고민에 있는 사람들, 또는 다른 사람의 경험이 궁금한 분들에게 공감이 됐으면 합니다.
한 회사에 오래 일한다는 것은 좋은 의미일 수 있다. 성실하다는 의미일 수 있고, 어쩌면 끈기 있어 보이기도 하다. 한 회사에 오래 있는다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단점도 있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경험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또 경험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해 준다. 단순히 경험이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지만, 경험이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더 넓은 지식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 회사에 너무 오해 있지 말라는 것은 이직을 많이 하라는 말로 오해해서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 나 또한 목적 없는 이직은 사양한다.
나는 신입 디자이너 시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록하는 것을 잘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기록하는 것이 중요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번째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시안 말고는 쓸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직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때 시안만으로 정리하는 것보다, 콘셉트의 과정 또 그것을 풀어낸 이야기들이 섞여 들어가면 포트폴리오 구성이 더 탄탄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록했던 스케치 또는 콘셉트의 기록들을 잘 정리해 놓는 것이 좋다. 아니, 정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기록하고 보관만 잘해도 좋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찾아쓸 수 있게 말이다.
나는 자신의 작업을 알리는 행동을 적극 권장한다. 비핸스도 좋고, 드리블도 좋다. 유튜브로 좋고 브런치도 좋다. 디자이너는 본인의 작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좋은 역량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그런 역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는 다면 아무 소용없다. 나는 자신의 채널을 만들고 가꾸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작업한 프로젝트는 잘 정리하고 디벨롭해서 많은 곳에 널리 알려라. 기회는 많이 알려졌을 때 많이 찾아온다.
사실 자신과 맞는 조직문화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예측하고 미리 알아볼 수는 있다. 본인의 성향이 크리에티브 성향인지, 아니면 매니지먼트 성향인지 판단하고 그것이 맞는 조직에 들어가길 바란다. 크리에티브 성향이 매니지먼트 성향의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적응하지 쉽지 않다.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다. 크리에티브 성향의 디자이너가 매니지먼트 성향에 들어가게 되면, 답답하고 일을 대충 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매니지먼트 성향의 디자이너가 크리에티브 성향의 조직에 들어가면, 일을 너무 어렵고 비효율적으로 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조직과 본인의 성향 차이지 조직의 문제는 아니다. 개인이 조직의 성향을 바꿀 수는 없으니 본인이 하고 싶은 방향과 성향을 잘 파악하고 조직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들어가길 바란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고의 폭이 넓고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 더 뛰어나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는 노력을 해보길 권한다. 또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제안서나 기획서에 인용할 지식이나 정보가 많아진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많이 읽었다면 쓰는 연습도 하면 매우 좋다. 읽고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핵심을 말하는 능력 또한 키워준다. 디자이너는 시니어로 성장할수록 자신의 생각을 핵심 있게 정리하고 구성이 있게 말할 줄 아는 능력이 필수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늘리는 방법으로 여행을 추천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에 하나의 단서조항을 달고 싶다. 바로 혼자 가는 해외여행이다. 개인의 성향상 혼자 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나는 항상 따라다니는 성향이었다. 그렇게 다녀온 여행은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 그 이유는 경험이 오롯이 내 것으로 흡수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혼자서 준비하는 여행은 많은 정보와 기획을 필요로 한다. 또 그 과정에서 외국의 시스템과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지인 중에 1년에 여러 번을 해외 나가는 사람이 있지만, 혼자서는 아무 곳도 가질 못한다. 혼자 모빌리티 서비스로 이동도 하고, 에어비앤비로 숙박도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서비스의 패턴 또한 파악할 수 있다. 혼자 가는 여행은 새로운 곳의 새로운 패턴을 파악하게 해 준다. 바로 그것이 경험이 된다.
기회라는 것은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 (본인을 많이 알렸을 때 기회가 많이 찾아온다. 그것이 내가 본인의 컨텐츠를 많이 알리라는 이유다.) 해외에서 또는 외국계 기업에서 일할 계획이나 목표가 없어도 우연치 않게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기회라는 것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오더라.) 그때 막상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언어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다. 또 그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영어의 비중이 가장 크다. 나 또한 전혀 외국에서 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는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찾아온다. 나는 영어에 장벽에 막혀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가장 아쉬운 기회로 남는다. 보통 외국기업이 요구하는 영어의 수준은 네이티브까지 원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만 가능할 정도의 수준이면 된다. 좋은 기회가 왔을 때를 대비해 조금씩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영어는 내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보통 디자인을 하면 개인작업을 잘하지 않는다. 회사 프로젝트 하기도 빠듯한데, 내 시간을 쪼개서 또 개인 프로젝트를 하기 벅차다. 하지만 개인 프로젝트와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많은 차이가 있다. 온전히 내 아이디어를 모두 반영할 수 있는 것이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다. 그것은 디자이너로서 매우 중요하다.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다수를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 타협이 들어간다. 하지만 개인 프로젝트는 내 아이디어, 성향, 방식 모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어쩌면 내 역량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사이드 프로젝트다. 그렇게 본인의 디자인 의식을 더 발전할 수 있다. 개인 사이드 프로젝트는 기존 서비스를 리뉴얼하든,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든 상관없다.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또 레퍼런스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다.
디자인 방법론 또는 트렌드, 디자이너가 공부해야 할 것은 너무도 많다. 하루아침에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더 그렇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사고방식에 좀 더 집중하길 조언한다. 방법론이나 트렌드에 편중하고 동참하기 이전에 방법론이 왜 방법론이 됐고, 트렌드는 왜 트렌드가 됐는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고방식 말이다. 팬톤은 매년 올해의 컬러를 선정한다. 2020년의 올해의 컬러로 팬톤이 '클래식 블루'를 선정했다는 이유로 본인의 2020년 디자인에서 올해의 컬러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 올해의 컬러는 팬톤의 프로모션의 일환일 뿐이다. 퍼소나, 린, UX, 그로스 해킹 등 여러 가지 방법론이 존재하지만 목적과 상황에 맞게 제대로 알고 활용해야 효과가 있다. 방법론이나 트렌드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궁리하는 방법 또는 태도인 사고방식을 달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UX도 기존의 사고방식을 달리하기 위해 시작된 개념이다.
해가 뜨면 지는 것이 순리이듯이 사람도 언제까지 성장기에 있지 않다. 언젠가는 성장이 멈추고 쇠퇴하는 시기가 온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 언제까지 회사에 머무를 수는 없다. 조직에 몸 담아 오래 일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조직이 사라질 수도 있고,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나이가 많을수록, 경력이 많을수록 이직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전에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를 찾고 그것에서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자인이 좋다면 디자인을 취미로 해도 좋다.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길 권한다. 취미가 제2의 직업이 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을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그것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단시간에 이룰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일에 충실하면서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