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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un Jul 19. 2020

애플의 인식의 개념, 스큐어모피즘.

"다시 스큐어모피즘으로 회기 하는 건가?"

"글쎄 나는 바뀐 게 없어 보이는데."

"big sur의 아이콘이 3D로 바뀌던데.




인식의 개념, 스큐어모피즘


애플의 GUI

얼마 전 애플 WWDC 2020에서 각 디바이스의 OS 개선을 중점으로 발표했다. 그중에서 big sur의 3D 스타일 아이콘이 화제가 되었는데, 플랫 디자인을 버리고 다시 스큐어모피즘으로 회기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지만, 애플은 스티브 잡스 시절부터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을 버린 적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스큐어모피즘을 제외하고는 인식과 소통을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것을 이해하거나 구별할 때 인식이라는 단계를 거처 이해하고 또 구별한다. 반대로 인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이해하지 못하고 구별하지 못한다. 인식은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며 심리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이다.

일련의 정신 과정을 거쳐 인식된 것은, 후에 재인식이 더 수월하다.


그 과정에서 지각, 기억, 상상, 개념, 판단, 추리를 포함하여 무엇을 안다는 것을 나타내는 포괄적인 의미를 인식이라고 한다. 일련의 정신 과정을 거쳐 인식된 것은, 후에 그것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과정 없이 재인식이 가능하다. GUI에서 아이콘은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GUI의 커뮤니케이션은 앞에서 말한 인식을 위한 일련의 정신 과정이 수월해야 한다. GUI 아이콘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인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식에 성공하지 못하면, 컴퓨터와 인간의 소통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1979년 제록스 PARC 연구소를 방문해 GUI의 미래를 훔쳤다. 최초의 GUI 방식의 컴퓨터는 '제록스 알토 컴퓨터'이다.

왼쪽부터 제록스 알토 컴퓨터, 리사, 매킨토시.


제록스가 최초의 GUI 컴퓨터를 만들어 놓고 어디에 쓸지 몰라 우물쭈물할 때 잡스는 제록스 PARC 연구소에서 GUI의 미래를 봤다. 잡스는 '제록스 알토 컴퓨터'를 카피해 리사를 만들었고, 그 역사는 매킨토시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사람과 컴퓨터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GUI다. 잡스는 인간과 컴퓨터의 GUI 소통 방식에 스큐어모피즘을 활용했다. 스큐어모피즘은 친근하고 인식에 유리해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수월하게 한다. GUI가 아니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Dos와 같이 프로그램 명령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컴퓨터를 사용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발전했겠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인식과 소통

앞에서 말했듯이 인식의 단계를 거처야지만 소통이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GUI 아이콘은 인식에 수월해야 한다. 인식에 수월하다는 것을 쉽게 말하면 '모두가 알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인식지수가 높다'라고 얘기한다. '인식지수'가 높을수록 소통은 더 수월해진다. 스큐어모피즘은 그런 이유에서 인식에 수월한 방법이다. 잡스는 애플이 스큐어모피즘을 선택한 이유를 '오프라인 아날로그의 경험을 디지털에서도 유지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 말의 뜻은 아날로그의 인식지수가 높은 요소들을 활용하면 소통하기 더 쉽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식에 쉬운 요소를 놔두고 새로운 인식의 요소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아이폰의 전화 아이콘을 보라! 요즘 송수화기 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이미 집전화는 사라졌고, 대부분의 통화는 스마트폰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소속 전국보건통계센터 통계. (2017년 하반기)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소속 전국보건통계센터가 2017년 하반기 동안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53.9%가 집전화 없이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아직까지 회사에서는 사용하지만) 그런데도 왜 아직도 송수화기 형태의 아이콘을 통화의 기준으로 사용하는가? 디자이너 100명을 상대로 전화나 통화의 아이콘을 디자인하라고 하면 99% 이상, 아니 100% 송수화기의 형태를 이용해서 디자인할 것이다. 어느 도전적인 디자이너가 송수화기의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로 디자인을 했을 때(예를 들면 스마트폰의 형태) 그것을 컨펌해줄 디렉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송수화기의 형태가 다수에게 통화의 의미로 더 강하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송수화기를 사용했던 세대가 아니어도 송수화기의 형태를 보면 통화의 의미로 인식한다. 송수화기의 형태는 인식지수가 높은 메타포다. 그 이유는 장기간 무의식 속에서 합의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인식지수가 높은 메타포들을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으로 활용했다. 잡스는 컴퓨터가 사용자에게 차가운 기계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했다. 장기간 무의식 속에서 합의된 인식지수가 높은 메타포를 사용하면 인식 비용이 더 적게 들고 좀 더 친근하지 않겠는가? 그럼 소통에도 더 수월하지 않겠는가?




인식의 개념, 스큐어모피즘

디자이너들은 스큐어모피즘을 어떻게 정의할까? 사실적인 디자인 표현 기법 중의 하나일까? 나는 스큐어모피즘을 표현 기법이 아닌 인식의 개념으로 이해한다. 인식지수를 높이는 것은 인식의 개념에 달린 문제지 표현 기법에 달린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표현 기법에 입체감이 들어가면 스큐어모피즘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류라는 말이다. 똑같은 메타포의 쉐입에 입체감이 들어가면 스큐어모피즘이고 그렇지 않으면 플랫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이 조금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아래 이미지를 보자. iOS7 이후의 플랫 스타일과 iOS7 이전의 엠보스 스타일의 본질은 같다. 다만, 표현하는 스타일이 다를 뿐이다. 엠보스 스타일과 플랫 스타일은 그래픽 스타일이 바뀐 것이지 메타포의 본질은 바뀐 것이 아니다.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은 같다.


오히려 카메라 아이콘의 경우 플랫 스타일로 적용되면서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이 더 강화되었다. 카메라 렌즈를 표현한 기존의 아이콘보다 카메라의 전체 형태를 표현한 아이콘이 더 카메라로 인식하기 쉽다. 근데 스마트폰 카메라인데 왜 아날로그 카메라의 형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까? 사진을 찍는 행위를 아이콘으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 사진을 찍는 행위가 성립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있어야 할까? 사진을 찍는 도구가 있어야 한다. 그럼 그 도구를 아이콘화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 그 도구는 장기간 무의식 속에서 합의된 아날로그 카메라 형태이다. 그게 바로 앞에서 말한 인식지수를 높이는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이다. 새로운 인식의 형태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인식지수가 높은 형태를 활용해 인식을 더 쉽게 한다.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이 강화된 플랫 스타일의 아이콘.


디지털카메라는 아날로그 카메라처럼 필름이 없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 "찰칵"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찰칵" 소리가 나도록 구현한 것이다. 이 또한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이다.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찰칵" 소리를 동일하게 구현하여 셔터를 누르면 사진이 찍힌다는 기존의 인식지수를 유지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아날로그의 감성이라고도 한다. 스큐어모피즘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 방식이 아닌, 기존 사용자 경험을 모방하는 인식의 개념이다. 반면 플랫디자인은 표현 기법이지 인식의 개념이 아니다. 플랫디자인의 탄생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효율,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시각 정보의 절제다. 디테일한 비트맵 방식은 다수의 디바이스 해상도에 대응하기 어렵다. 반면 플랫 한 벡터 기반 방식은 다수의 해상도에 대응하기 효율적이다. 또 디테일한 표현은 시각정보 전달의 양이 많아 인지 비용이 높다. 디테일을 걷어내고 플랫 하게 하여 시각정보 전달의 인지 비용을 최소화한다. 이 두 가지가 플랫디자인의 이유였다. 스큐어모피즘의 인식의 개념은 유지하면서 표현 기법을 다르게 하여, 다수의 해상도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랙서블 한 방법과 인지 비용 최소화를 선택한 것이다. 표현 기법이 플랫 스타일이라고 해서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 또 big sur의 아이콘이 3D 스타일이라고 해서 스큐어모피즘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무리가 있다.

애플의 GUI는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에서 그래픽 스타일만 바뀌어 왔다.


상단의 이미지를 보면 인식의 본질은(스큐어모피즘) 바뀌지 않았다. 표현 기법 즉, 그래픽 스타일이 바뀐 것이다. 표현 기법은 스타일로서 유행의 역할을 할 뿐이다. 유행을 고려하는 것도 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GUI에서 아이콘의 목적이 무엇인지 정의 내린다면 우리는 좀 더 나은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식, 아이콘의 목적은 인식에 있다.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을 활용한 형태의 아이콘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인식하기 쉽다. 반면 스큐어모피즘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은 형태의 아이콘들은 상대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인식하기 어렵다. 시리, 앱스토어, 팟캐스트 등의 아이콘들은 학습의 통해 인식된 것들이다.

스큐어모피즘은 인식지수가 높다.


시리, 앱스토어, 팟캐스트 등의 아이콘들은 처음 봤을 때 인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설명과 지속된 학습 즉, 일련의 정신 활동에 의해서 인식된 것들이다. 반면 스큐어모피즘의 아이콘들은 학습이 필요 없다. 이미 무의식 속에서 합의된 된 인식지수가 높은 메타포들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인식의 싸움이다.

디자인은 인식의 싸움이다. 좋은 디자인과 그렇지 않은 디자인은 의도한 대로 인식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 인식지수가 높을수록 우리는 그것을 직관적이라고 말하며, 쉽고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스큐어모피즘에 대해 진보적인 디자이너들은 말한다. 스큐어모피즘이 매너리즘에 빠지게 하고 새롭고 진보적인 도전을 저해한다고, 스큐어모피즘을 사실주의적 표현 기법으로만 오인했을 때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또 그들은 개념이 아닌 표현 기법 즉, 효율적인 그래픽 스타일에만 집중한다. 그래픽 스타일로만 인식의 개념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식 교체 비용이 들어간다. 장기간 합의해온 무의식 속 합의된 인식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경제적 또 시간적 비용이 들어간다. 나는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앞에서 말한 통화를 상징하는 송수화기의 형태를 스마트폰의 형태로 바꾸는 것이 디자인 진보적인 생각이 아닐까? 아니, 꼭 스마트폰 형태가 아니어도 좋다. 새로운 형태 무언가가 종말기에 접어든 송수화기의 형태를 대체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진보적이면서 실험적인 도전이 디자이너의 소명이 아닐까? 나는 그런 오만스러운 생각을 했었다. 인식의 개념을 몰랐을 때는 말이다.






[용어설명]

스큐어모피즘

스큐어모피즘(skeuomorphism)의 어원은 스큐어모프(skeuomorph)다.

‘그릇, 도구를 뜻하는 그리스어 스큐어(skeuos)와 모양을 뜻하는 모프(morphē)의 합성어이다.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실제 셔터는 없으나 셔터 효과음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대신한다. 이와 같이 사용자 경험을 모방하여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skeuomorph + ism(주의, 사상) = skeuomorphism. 다시 말해 스큐어모피즘은 '경험을 모방하여 디자인하는 사상 또는 주의'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뉴모피즘(Neumorphism)은 사전에도 없는 용어다.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용어인 거 같은데, 그 출처를 모르겠다. 대충 뉴모피즘이란 용어를 분리해보면, Neu(새로운, 참신한) + morphism(사상, 형태) '참신한 사상' 또는 '새로운 형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또 어떤 디자이너는 '새로운 스큐어모피즘'이라고 해석하는데 이것 또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스큐어모피즘을 선호하여 아이폰의 아이콘을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였다. 그러나 스큐어모피즘은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가 많고 복잡하여 대상의 핵심을 빨리 인식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스큐어모피즘은 사실주의적 표현 기법이 아닌 사용자 경험을 모방한 인식의 개념으로 이해는 것이 맞다는 생각으로 이 글을 쓴다. 그에 비해 뉴모피즘(Neumorphism)을 'ism(사상)'이라 지칭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에 맞는 명확한 사상이 없으니 말이다.


제록스 PARC 연구소

제록스의 팰러앨토 연구 센터(PARC)는 첨단 기술과 디지털 아이디어를 개발한다는 목표로 1970년에 설립되었다. PARC 엔지니어들은 사용하기 까다로운 DOS의 명령어 입력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인 그래픽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79년 제록스는 애플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잡스는 이런 제안을 했다. "PARC의 핵심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애플에 100만 달러를 투자할 수 있게 해 주겠습니다." 제록스는 제안을 수락했고, 애플에 PARC의 신기술을 보여 주는 데 동의하고 1주당 10달러로 애플 주식 10만 주를 구매했다. 하지만 제록스는 핵심 기술을 보여주는 것을 꺼렸으나 계속되는 잡스의 요구에 커다란 실수를 한다. 바로 비트맵 방식의 Graphic User Interface 운영체계를 보여준 것이다. 잡스는 이것 카피해 리사와 메킨토시를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 - 월터 아이작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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