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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이 없는 사람과 넓은 사람

당신의 간격은 얼마입니까?

by 미래몽상가

정보의 간격이 없는 사람은 빈틈이 없다.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한다. 그래서 같이 근무하는 사람은 숨 쉴 틈이 없다. 정보의 간격이 없는 사람이 보내는 카톡 메시지는 길고 디테일하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그런데 빈틈없는 동료와 같이 일한다고 생각하면 무척 피곤할 것이다. 빈틈없는 상사와 일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힐 것이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만 있다고 상상해봐라. 글자크기, 색깔, 음영,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 줄 간격 등을 따진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부서를 옮기고 싶을 것이다. 정보의 간격이 없는 사람은 시간계획을 짜면 쉬는 시간이 없다. 50분 수업 10분 휴식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단 한순간도 멍 때리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간격을 심리적으로 허락할 수 없기 때문에 무언가로 채우려고 한다. 간격을 채우지 못하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간격이 너무 커도 문제다. 빈틈이 많고 허점이 많아 신뢰성이 떨어진다. 반응도 느려서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한다. 카톡을 보내도 대답은 늘 한결같고 짧다. 부부싸움을 해도 마찬가지다. 부인이 열받은 이야기를 한참 늘어놓고 나서 물어보면 '어 그랬어? 아이고...'라는 대답이 전부다. 긍정도 부정도 동의도 부동의도 없다.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 생겨도 서두르지 않는다.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면의 간격이 넓기 때문에 일단 받아들인다. 그 간격이 넓으면 넓을수록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들도 많아진다. 누군가의 푸념, 하소연, 불평과 불만, 넋두리, 고민을 다 들어준다. 내가 힘들다고, 짜증 난다고, 억울하다고 외치고 싶을 때 은근히 찾게 되는 사람이다. 마치 아무리 때려도 터지지 않는 샌드백과 같다. 샌드백은 아무 잘못이 없다. 한참 때리고 나면 샌드백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하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힘들고 지칠 때는 간격이 넓은 사람이랑 있고 싶고, 내가 자신이 없을 때는 간격이 좁은 사람이 옆에 있기를 바란다.


유체이탈을 하듯 잠시 현재에서 벗어나 보자. 내가 처한 지금의 상황을 관망하고 관찰해 보자. 새장 속에 갇힌 새를 새장 밖에서 유심히 들여다보자. 자유로운 날갯짓을 한정된 물리적 공간에서만 해야 하는 새장 속 새는 과연 행복할까?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이고,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지금 나는 어떤 간격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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