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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몽상가 Apr 02. 2023

국가경영은 세종처럼(박영규)

세종대왕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안식년(sabbatical year, 安息年)은 1년 동안 땅을 쉬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대인들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통이 현대에도 이어져 대학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국가공무원에게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다. 국가공무원 자기개발휴직제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1조 제2항 제7호>에 따라 5년 이상 재직한 국가공무원이 직무 관련 연구과제 수행이나 자기 계발을 위한 학습 및 연구 등을 하게 된 때에는 1년 이내의 기간 동안 무급으로 자기개발휴직을 할 수 있다. 얼마전 친형이 여주 시골집에 놀러왔다. 근속 10주년 휴가를 받았다고 한다. 얼마나 휴가를 받았냐고 물었다. 5주라고 한다. 돌아보니 난 올해 22년째 국가를 위해 봉사 중이다. 이 정도면 5주가 아니라 1년 정도는 국가에서 허락해 줘도 되지 않을까?

 역사를 잠시 되돌아보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찬란한 기록 문화의 산실인 조선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의 제도들은 상당 부분 이미 시행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1426년에 세종대왕은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시행해 집현전의 젊은 문신들이 학문과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책을 읽다 보면 집중이 잘 안 될 것을 염려해 독서당(讀書堂)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지금의 성동구 옥수동에는 독서당터 표석이 설치되어 있고, 독서당길과 독서당공원이 주변에 조성되어 있다. 


 내 뜻대로 일이 잘 진행되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한 갈등을 만나거나,  확신이 서지 않고 선택의 기준이 불분명할 때 나는 어김없이 세종대왕을 찾았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세종대왕과 닮은 국가 지도자가 언젠가 대한민국에 다시 나타나기를 바라며 인간으로서 세종은 어떤 사람이었고, 군주로서 그는 어떤 지도자였는지 <국가경영은 세종처럼>을 통해 되새겨보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어떤 비전을 갖고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지 성찰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1. 짜임새 있는 책의 구성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짜릿한 서문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인간으로서 세종은 어떠한 사람이었는가를 살펴본다. 1부에서 세종은 타고난 책벌레이자 범생이 왕자였고, 인정 많고 배려심 깊은 선비였으며, 시대를 앞서간 통섭형 지식인으로 묘사된다. 2부는 군주로서 세종은 어떤 지도자였는지를 통찰한다. 2부에서 세종은 왕도정치 실현을 위한 중용의 정치관과 현실주의적 경제관으로 국가를 지도했으며, 인간의 도리와 형법의 조화를 추구하는 법사상을 기초로 국가를 통치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3부는 세종의 인재경영과 황금시대를 연 주역들을 소개하고 있다. 3부에서는 실용성과 전문성에 중심을 둔 세종의 인재경영 철학과 원칙을 먼저 소개한다. 이어서 조정의 대들보가 된 재상들(황희, 맹사성, 류관), 영토 확장과 국방의 주역들(이종무, 최윤덕, 김종서), 학문을 이끈 사람들(변계량, 윤회, 정인지), 과학기술 혁명을 이끈 주역들(정초, 이순지, 장영실)이 등장한다. 이 책이 매우 짜임새 구성되었다고 평가한 이유는 앞에서 소개한 각각의 내용이 모두 장과 절의 제목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어떤 역사학자보다 일차자료에 근거하여 집필을 많이 하신 분이다. 그는 1996년에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집필하기 위해 무려 400권이 넘는 분량의 실록을 3번이나 통독했다. 일차자료(first hand)에 근거한 집필을 했다는 점과 그 자료가 전문 역사학자들도 도전해보지 못한 400권이 넘는 실록 원본이었다는 점은 김용옥 선생님의 짜릿하고 통쾌한 서문으로 이어진다. 서문에서 김용옥 선생님은 우리나라 학계에 만연된 세컨핸드 지식병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한다. 다음은 김용옥 선생님의 표현이다. “원전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원전에 대한 타인의 구라를 가지고 다시 구라를 피우는, 재탕의 재탕 지식만 악순환하는 악폐가 확산되어 있다.” 역시 도올 선생님다운 사이다 발언이다. 그러면서, 도올 선생임은 조선이 가진 두 가지 모순적 특징을 지적한다. 첫째는 500년 이상 장수를 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보기 드물게 국가가 무(武)적인 경영을 등한시했다는 점이다. 도올 선생님에 의하면, 조선과 같은 사이즈의 문명국이 518년 동안 유지된 사례는 동시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강력하고 조직적인 군대가 결여된 선비의 나라는 단명하기 쉬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장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적 특징이 조선의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2. 책 속으로

 앞에서 이 책의 짜임새 있는 구성을 목차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제목만 보아도 세종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세종대왕이 보여준 아름답고 위대한 업적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소개하고 싶지만, 이번에는 참으려고 한다. 궁금하다면 직접 책 속으로 뛰어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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