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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몽상가 Jun 11. 2024

백년의 마라톤(Michael Pillsbury)

백년의 마라톤

  이 책의 결론은 ‘백년의 마라톤’이라는 제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시작된 1949년부터 2049년까지 중국의 강경파들은 줄곧 미국을 제치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야욕을 숨긴 채 100년이라는 대장정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15년에 집필되었다.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이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새롭지 않을 수 있지만, 책의 출판 시점과 미국의 대중국 외교정책이 변하는 시기, 저자가 그 어떤 미국 내 중국 전문가들보다 자주 중국을 방문해 중국 내 군 장성, 정보기관, 학자들과 접촉했던 경험, 중국 내 비밀문서들을 토대로 작성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본다면 충분히 객관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이다. 원문 <The Hundred-Year Marathon>의 부제는 “China’s secret strategy to replace America as the global superpower’이다. 부제를 통해서도 저자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 무엇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책과 저자의 영향력을 입증하듯, 2018년 10월 4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에서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은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우리는 중국이 자유 세계가 될 줄 알았다. 그래서 WTO 가입을 지지했고, 중국의 개혁개방을 도왔지만, 중국은 자유와 거리가 먼 나라였다. 중국은 우리 기술을 도둑질해가고 있다. 시진핑은 트럼프와 만나 남중국해에서 무력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중국 군함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며 중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당연히 중국도 반응했다. 추이톈카이(Cui Tiankai) 당시 주미 중국대사가 Fox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클 필스버리의 저서 <백년의 마라톤>을 직접 언급하며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덕분에 책이 더 알려지고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말이다.  


  마이클 필스버리(Michael Pillsbury)는 미국 내 중국 전문가로서 허드슨 연구소 산하 중국전략센터 소장으로 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대중국 외교 전략을 자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가 1969년 유엔 사무국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CIA로부터 중소관계가 분열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고, 소련 외교관들과 접촉하면서 알게 된 것은 소련 지도부가 중국이 소련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욕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물론 미국 정부 내 누구도 이를 믿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는 중국 고위 관료들과 접촉하면서 각종 자료를 열람하면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잘못된 가설을 세웠다고 주장한다. ①중국을 포용하면 완벽한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②중국이 민주주의의 길을 갈 것이다. ③중국은 무너뜨리기 쉽다. ④중국은 미국처럼 되고 싶어 한다. ⑤중국의 강경파는 영향력이 약하다.


 그러면서, 중국이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펼쳐온 “백년의 마라톤”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냉철하게 평가하고, 다음과 같은 9가지 전략 중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이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①적을 안심시켜 경계심을 풀도록 해라. ②적의 전략가들을 조종해 내 편으로 만들어라. ③승리하기 위해 수십 년이든 아니면 그 이상을 인내해라. ④전략적 목표를 위해 상대의 생각과 기술을 훔쳐라. ⑤군사력은 장기적인 경쟁에서 승리의 핵심요인은 아니다. ⑥패자(霸者, 제후의 우두머리)는 자신의 우월한 위치를 지키기 위해 극단적인 심지어 부주의한 행동을 하기 쉽다는 점을 기억하라. ⑦세(勢)를 기억하라. ⑧다른 도전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라. ⑨상대방에게 포위되거나 속임을 당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마라.


 특히, 제7장 살수간의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살수간은 중국 전설에 나오는 무기로, 자신보다 강한 무기로 무장된 상대를 한 방에 제압할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철퇴를 말한다. 즉, 현대의 개념으로 해석한다면 비대칭무기인 셈이다. 책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개발한 살수간으로 사이버 해킹, 위성 공격용 미사일, 잠수함, 전자파 무기를 예로 들고 있다.


(사이버 해킹) 2003년과 2005년 사이에 타이탄 레인이라 불리는 대담한 사이버 공격이 있었는데, 이 침입의 개시 지점이 중국 남부 광둥성이라고 타임은 보도했다. 중국에 근거지를 둔 히든링크스(Hidden Lynx))라는 해커 집단은 가장 악명 높은 중국발 사이버 공격과 관련이 있다. 중국 군사과학원 쑨바이린 소장은 미국이 정보 고속도로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에, 전자 무력화 시스템 공격에 취약하다고 기술했다. 중국의 살수간 무기 개발은 감시 시스템, 지상에 있는 전자 인프라, 항공모함을 마비시키려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EMP도 포함되어 있다.


(위성 공격용 미사일) 중국은 미국이 인공위성에 대한 지나친 의존 역시 또 하나의 취약점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년 전부터 위성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지상 기반 레이저 무기를 개발해 왔고, 기생 마이크로 위성 개발도 시작했다. 2007년 수명이 다한 기상위성을 위성 공격용 미사일로 파괴하는 실험을 했고, 2013년에도 공중 폭발용 로켓으로 가장한 실험을 했다고 전해진다.


(잠수함) 중국이 생각하고 있는 미국의 또 다른 취약점은 전쟁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보급선이 길다는 점이다. 중국 해군 연구소는 미 해상 보급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가장 핵심적인 전함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자파 무기) 중국은 미국의 제공권 우위를 상쇄할 수 있는 살수간을 개발하고 있다. 미군의 공대지 미사일(AGM-88, HARM)은 적 레이더 기지에서 발사한 전파를 역추적해 적의 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군의 HARM 미사일이 사용하는 주파수에 1만 개의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한다. 즉, 미 공군이 중국을 향해 HARM을 발사하면, 중국은 HARM에서 발사하는 주파수에 약 1만 개의 신호를 보냄으로써 1만 개의 미사일이 날아드는 듯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아킬레스건을 찾아내고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화살을 만들어왔다.


  미국인 선교사 마틴이 1860년대에 <국제법>을 최초로 중국어로 번역할 때 중국어에 권리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인권 운동가인 윈윈차오가 UN에서 연설한 후, 그의 휴대전화, 이메일, 트위터 계정이 중국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해킹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수도 없이 많은 인권탄압과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물론 간첩 행위 등이 있었고,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는 중국이 지배하게 될 세계 질서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을 지원함으로써 반미전선을 형성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탈레반 지원이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 통신 네트워크를 건설하는데 참여했고, 9.11 테러 공격 이후에 알카에다에 무기를 공급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1995년 5월, 중국 통신사 가운데 한 회사가 유엔의 식량 프로그램을 통해 이라크에 광섬유 통신시스템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요청이 거부되자, 이를 어기고 장비들을 지원했다. 중국의 노링코(NORINCO) 방산 기업은 2002년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특수강을 이라크에 판매하고 경제 제재를 받은 사례도 있다.


  제시 헬름스 상원 의원은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15개의 비확산 약속을 공식적으로 했는데,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고, 심지어 파키스탄과 이란에 핵무기 부품을 판매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후진타오는 유엔 연설에서 중국은 조화로운 세계를 지향한다고 했는데, 이는 곧 중국 중심의 중화질서라는 단극적 우위를 의미하며,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의 꿈은 중국이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으로 경쟁상대가 없는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는 것을 뜻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이 중국에게 또다시 당하지 않으려면 전국시대의 교훈을 삼아 다음과 같이 12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주는 메시지라 생각하고 우리도 크게 각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① 문제를 인식하라.   ② 상대방에게 준 선물을 기록하라.   ③ 경쟁력을 측정하라.  ④ 경쟁력 전략을 개발하라.   ⑤ 내부적으로 타협점을 찾아라.   ⑥ 국가 간 수직적 연합을 구축하라.  ⑦ 중국 반체제 인사를 보호하라.  ⑧ 반미적인 경쟁행위에 단호히 맞서라.

⑨ 오염 유발 국가들에게 부끄러움을 가르쳐라.           ⑩ 부패와 검열을 폭로하라.  ⑪ 친 민주 개혁가를 지원하라.  ⑫ 중국의 강경파와 개혁파간 논쟁에  주목하고 영향력을 발휘해라.


 미중간 전략경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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