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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May 27. 2024

30대가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

내 시간은 너무 소중하고, 혼자가 편하거든

최근에 본 유튜브 쇼츠 영상에서 공감됐던 게 있다. 말년을 자유롭게 라는 영상에서 기안84가 주우재에게 왜 연애를 안 하는지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연애 못하고 있어요. 20대 때는 10개 중에 하나만 맞아도 ‘고’였거든요?
그런데 30대 한 중반 넘어가니까 10개 중에 하나 아니면 뒷걸음질..


주우재의 말에는 많은 것들이 내포해 있었고, 많은 30대가 공감을 해 좋아요도 많이 눌린 듯했다.


20대 때는 상대가 나를 좋아해 주고 잘 챙겨주면 그저 호감이 생겼다. 대화가 잘 통하면 더 좋았지만 불안정형의 끝판왕이었던 나는 상대가 내 마음에 썩 들지 않는 외모를 가진 사람이었을 때 주변에서 부추겨 사귀기도 했고, 조금만 잘 통하는 것 같으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사귀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다. 서른이 넘은 지금은 누군가를 만날 때 항상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와 가치관이 잘 맞는지, 성격은 어떤지부터 살피게 된다.


그렇게 하나둘씩 조건을 달다 보면 사람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다. 아무나 만나지 않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봤다.


아무나 만나기엔 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언제까지 내키지도 않는 연애를 할 수는 없다.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고, 꿈꾸는 나의 모습을 공유할 수 있는 성숙한 연애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으로 20대의 하루 24시간과 똑같은 시간이지만 그때와 지금의 24시간은 굉장히 다른 느낌이다. 지금의 나는 평일에 매일 8시간을 꼬박 일하고 일이 많은 날은 야근을 한다. 일이 끝나면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방 정돈을 하고 쉰다. 그러면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주말에는 내가 좋아하는 예능을 챙겨보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의 강의를 듣는다. 선선해지는 저녁 시간엔 운동을 간다. 어쩌다 글감이 떠오르면 글쓰기와 일기 쓰기를 곁들인다. 틈틈이 지인들 혹은 동료들과 약속을 잡거나 가족들의 기념일을 챙기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시간이 남아돌던 20대 때와는 달리 하루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반복적으로 한 공간에서 긴 시간 일을 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엔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하거나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을 할 땐 하기 싫은 것도 꼭 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는데, 회사 일을 하지 않을 때만큼은 즐거워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상황에 나와 잘 맞지 않는 상대 혹은 싸우기만 하는 상대를 만나기엔 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나와 잘 맞으면서도 함께일 때 너무나 즐거운 사람을 만나야 나와 상대의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


즉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30대는 아무나 만나지 못하는 시기다. 그래서 연애하기가 참 어렵다. 30대가 되니 상대를 보는 기준이 높아진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겠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 둘인 것보다 혼자가 낫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따지다가는 아무도 못 만난다’고 누구라도 만나보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10개 중 9개가 맞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10개 중 5개 정도는 맞고 나머지는 맞춰갈 사람을 찾는 것이다. 하나도 안 따지고 냅다 아무나 만나는 연애를 했다가는 큰 코를 다치게 될 수 있다.


혼자가 편하다

혼자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낸 지인이 있다. 성격도 좋고 똑똑하고 괜찮은 사람인데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그 사람을 보면서 혼자 너무 오랜 시간을 보내오면 연애 세포도 시간이 흐르면서 죽기도 하나보다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가 익숙하다보니 혼자인 게 편하다고 하면서도 연애는 하고 싶고, 그러나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차고도 넘쳤지만 하지 않았다. '연애하고 싶으면 편안함을 내려놔야 할 텐데. 소개라도 주변에 시켜달라고 하거나 뭔가 배워보면 좋을텐데.' 머릿속에서만 생각했다.


손 놓고 30대를 보낼 수는 없다. 비혼주의자 거나 꼭 누군가를 만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나처럼 언젠가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노력을 통해 스스로를 가꾸는 시간이 꼭 필요하며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한다. 회사-집만 왔다 갔다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 속에서 하나씩 행동반경을 넓혀보자. 나이가 들 수록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지만, 행동반경을 넓히면 생각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도 자신의 영역 안에서만 돌아다니지만 힘이 센 고양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점점 넓혀 간다.


나 또한 회사-집-헬스장만 왔다 갔다 한지 몇 개월이 됐는데, 최근에는 러닝크루에 들어갔다. 회사에서는 독서모임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진다. 애인 깜냥을 찾기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자기개발을 위해 하나둘씩 하다 보니 행동반경이 넓어지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회사-집-헬스장만 다니지 않는다. 단조로웠던 일상에 조금씩 새로운 공간이 추가되고 있다. 몇 주 전에는 동료가(스윙댄스를 오래 배웠다고 한다) 자기가 속한 스윙 동호회에 배우러 한 번 와보라고 권유를 했었다. 작년부터 한두 번 정도 권유를 했었지만 어쩐지 남녀 짝을 맞춰 춤을 추는 그 동호회는 용기가 안 나서 가지 않았다. 나에게도 정말 절박한 순간이 온다면 스윙 동호회든, 소개든 닥치는 대로 가서 사람을 더 만나지 않을까.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모든 30대들이 연애하기 어렵다는 타이틀을 보란 듯이 부수고, 예쁜 연애까진 아니더라도 성숙하고 편안한 연애를 하게 되기를 바란다.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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