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rae Oct 06. 2023

서로의 맛을 기억하는 사이


서로의 뜨거운 타액이 온몸 구석구석을 누비는 사이. 온몸 모든 부위의 체취와 맛을 서로 기억하고 있는 사이.⠀

 ⠀

*⠀

 ⠀

이주 전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다 일 때문에 당일치기로 방콕을 다녀오던 날, 방콕을 갈 때부터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비행기와 공항철도 그리고 오토바이택시를 번갈아 타며 이동을 했다.⠀

 ⠀

방콕에서의 바쁜 일정을 마친 후에도 치앙마이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 위해 다시 오토바이택시를 타야만 했다.⠀

 ⠀

지옥 같은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스쿰윗 시내의 러쉬아워를 빠져나가기 위해 오토바이택시 기사가 정차된 차들 사이를 이리저리로 빠져나가고 있을 때 나는 다시 한번 느꼈다. 내가 얼마나 이 도시를 지긋지긋하게 생각하는지. 뜨겁게 사랑하는지.⠀

 ⠀

*⠀

 ⠀

방콕과 나는 청아한 말들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다. 당신과 나는 뜨거운 서로의 타액이 온몸 구석구석을 누비는 사이다. 때로는 피와 피가 뒤엉키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뼈들이 부딪혀 부러지기도 하며 서로를 큰소리로 갈망하는 사이다.⠀

 ⠀

*⠀

 ⠀

한국에서만 머물던 이십 대 시절에는 가을을 가장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부산에서 맞는 가을은 참 좋다. 내년 가을에는 부산에 좀 더 오래 머물러 볼 생각이다. 그렇지만 부산에서 살 수는 없다. 부산에서 나는 지나치게 자주 쓸쓸함을 들키고 만다.⠀

 ⠀

치앙마이가 참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도시는 방콕이다.⠀

 ⠀

*⠀

 ⠀

이제 다음 주면 한국을 떠나 다낭으로 간다. 하노이에서도 사랑하는 친구와 뜨거운 약속이 생겼다. 치앙마이에도 남겨두고 온 약속들이 있어 그 약속들을 지키기 위해 돌아가야 한다.⠀

 ⠀

그렇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방콕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올 연말은 아주 뜨거운 마음으로 보내려고 한다. 어릴 적 꿈꾸던 것과는 아주 많이 다른 삶이지만 방콕을 알게 된 후 바뀌어버린 나의 운명에 순응하려고 한다.⠀

*⠀

 ⠀

사랑은 사랑으로 인해 행복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사랑은 그냥 사랑이라서 좋은 것이다. 당신 때문에 피를 쏟고 뼈가 부러져도 사랑이다. 운명이다. 가을이 온 부산에서 그런 말들을 다시 떠올리는 밤이다. 멀리에서 여름나라에 있는 당신을 생각하는 너무도 깊은 가을밤. 사랑이다, 운명이다. ⠀


당신 안에 있던 나를 떠올리는 밤. 타이 바질의 향이 가득하던 당신 쇄골의 맛을 떠올리는, 너무도, 너무도 깊은 가을밤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혼을 준비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