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국보는 어떤 것일까?

국보순례 / 눌와 / 유홍준

20250731_213321.jpg


유홍준 관장님의 안목을 따라 국보들을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책.


문화재로 지정된 국보, 보물만이 아니라 '나라의 보물을 순례하는 마음'으로 그를 따라갈 수 있다. 유홍준 교수님은 7월 말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임명됐다.


나는 그런 안목을 빌려서 평생 한번 볼까말까한 귀한 보물들을 책으로나마 접할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직접 찾아보기도 힘든 국보들을 유홍준 관장님의 고급진 큐레이션에 따라 눈에 담아보고, 마음에도 간직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책을 고를 때 소장가치가 높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 전자책으로 읽어도 꼭 종이책으로 따로 구입한다. 종이책으로 사는 건 자식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어서다. 이 책은 국보급의 값어치를 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고, 책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기억에 남는 문화재가 있다면 009 연담 김명국의 죽음의 자화상. 욕취미취지간. 취하고는 싶으나 아직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명작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유홍준 관장님이 가장 연담(취옹 김명국)스러운 작품으로 생각하는 것은 <죽음의 자화상>이다. 단순한 그림체와 뜻을 전하는 필체는 마음의 울림을 준다. 그것이 마음 속의 국보를 만든다.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만드는데 / 그림으로 그렸으면 그만이지 무슨 말을 덧붙이랴

세상엔 시인이 많고도 많다지만 / 그 누가 흩어진 나의 영혼을 불러주리오.


그림 속 누군가의 자태가 더욱 쓸쓸해 보인다. 유홍군 관장님은 그림 속 사람이 김명국 자신이라고 말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은 결국 자신의 살과 피, 수명, 영혼을 갈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단한 정신적 스트레스. 그것은 취함이 아니면 견딜 수 없고 내 세상의 흥이 돋지 않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 수도 없다. 그것이 그림이든 글이든 춤이든.


시와 그림으로 영혼의 수명을 갈아내는 본인의 쓸쓸함을 그린 그림 - 김명국, 죽음의 자화상

글쓰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글과 그림에 관한 국보들이 마음에 남는다.


011 능호관 이인상의 설송도 - 내가 가장 좋아한 그림이다.


묵직하게 그림을 가로질러 우뚝 솟은 설송은 종이라는 틀과 형식을 파괴하는 것처럼 종이 밖 설송의 풍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풍경의 일부분을 종이 안에 따다 놓은 것 같다. 한겨울 추위에 눈을 맞고도 푸른 소나무를 보면서 더 큰 세상을 품게 만드는 그림이다.


그림이 아니라 마치 캘리그라피처럼 어떤 뜻을 전하려는 크고 굵직한 글씨 같은 그림이다. 중요한 뜻은 그림 밖에, 글 밖에. 보고 읽는 사람과 쓰고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 만나면 만들어진다.


이 그림은 멋진 그림이라기 보다는 마음에 울림을 주는 멋진 '뜻'이다.


069 경복궁 영제교의 천록 - 천록은 하늘의 개구리인가? 메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제교 아래서 목을 축이기 위해 혀를 내민 것은 아닐까?


가슴아프지만 일제강점기 해외에 반출된 문화재를 보면서 꼭 반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바다 건너 꿋꿋이 버티고 있는 우리 문화재를 보면서 안타까운 역사의 태풍에 휩쓸려갔지만 흩어져 날아간 민들레씨처럼 오늘날 K-컬쳐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물들아!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란 걸 보여줘. 그리고 꼭 돌아와줘. 기다리고 있을 게. 아름다운 고려청자의 비색. 달항아리의 친근한 흰색. 금동불상의 고단한 반짝임까지. 빼앗겼던 모든 색을 되찾고 싶다.


20250731_213403.jpg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