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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Mar 19. 2024

검은콩, 검은깨 과연 탈모에 좋을까?

남편의 탈모는 과연 좋아질 것인가?



서리태를 한바가지 챙겨주신 시어머니

어머님의 가느다랗고 힘없는 머리카락은 남편과 닮았다. 아니, 남편이 어머님을 닮은 거겠지? 아무튼 날이 갈수록 탈모가 심해져가는 아들에게 히마리가 없는 머리카락를 물려줬다는 죄책감은 우리 어머님을 더욱 신경쓰이게 만들었다.


저번엔 전자파가 안 나온다는 무슨 이온 어쩌구 원적외선 드라이기를 주셨는데 남편이 당근에 내놓는다며 설치다가 찾아본 가격이 무려 20만 원이었다. 오마나! 이런 건 내놔도 아무도 안 사간다.

 

깨를 나눠 주실 때도 항상 검은깨를 조금씩 챙겨주시는데 이건 분명 아들의 머리카락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쬐끄마한 검은깨를 도대체 어디에다 뿌려먹나? 그냥 으적으적 수저로 퍼먹을 수도 없고. 게다가 색은 검어서 어디 요리 위에 고명으로 올리기도 쉽지 않다.


물론, 안토시아닌이라는 영양성분이 가득해서 검은 것이다는 알고 있지만 여러 요리에 두루두루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검은깨도 그렇거니와 남편은 콩밥을 먹지 않는다. 저 많은 검은콩은 어디에 넣어먹나? 콩장을 해야하나? 두부라도 만들어 볼까?



어머님과 아버님이 합작품 = 남편의 탈모

남편, 본인이 분석한 탈모의 원인은 힘없고 가는 머리카락과 너무 기름져서 노폐물이 금방 껴버리는 두피 때문이란다. 물론 전문가가 아닌 본인 피셜이다.


"나는 머리카락은 엄마를 닮고, 두피는 아버지를 닮았어." 저주 받은 머리카락이라며 열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두피를 맛사지하던 남편은 부러운 듯 내 머리카락을 쳐다본다.


나는 머리숱이 정말 많다. 머리감을 때 목과 허리가 뽀사질 정도로 아프다. 더운 여름에는 위, 아래로 2번 나눠 묶어야 그나마 머리 속에 숨통이 트인다. 조금이라도 덥다 싶으면 머리카락 속에서 뚝뚝, 땀이 비오듯 떨어진다. 나의 두피 안은 그야말로 사시사철 찜통에 가깝다.


탈모가 점점 심해지는 남편

이미지 출처: https://brunch.co.kr/@deuny/698

소듕한 후원은 저희 남편 탈모에 큰 힘이 됩니다 ♥


라푼젤이 되고 싶나?

머리를 빗고 있으면 남편이 슬쩍 다가와 몰래 보고 있다. 부러운 듯이. '검은 머리의 라푼젤.' 남편의 눈이 그렇게 내 머리카락을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얼른 내가 빗었던 빗으로 자기 머리를 빗어 본다. 두피까지 통통 쳐내려 가면서.


그렇게 내가 갖고 있던 빗은 하나, 둘 남편의 손아귀로 들어갔다. 내가 아끼던 작은 브러쉬도, 노란색 도끼빗도. 나의 빗은 남편에게 건강한 모발을 갖게 될 것이란 희망과 믿음의 상징이 되었다. 내가 TV에서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바른 화장품을 탐하는 것처럼.


나는 숱도 과한데다가 모질도 두꺼워서 단발 아니면 커트 머리로 20, 30대를 버텨온 사람이다. 요즘은 미용실 가기 귀찮아서 계속 기르고 있지만 또 이러다 단발병이 도질지 모른다. 언젠간 스포츠머리로 깍아 보리라는 마음을 중학교 때부터 갖고 있었지만 참아온 세월이 더 길다.



남편에게 검은깨를 먹이려다 탄생한 레시피

https://youtu.be/goXCiOhGNFI?feature=shared

 

실제로 흑임자(검은깨의 한의학적 용어입니다. 다 같은말입니다.) 는 사람 몸에서 생성되지 않는 '트립토판'이란 필수 아미노산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잡곡으로 분류되면서도 단백질 함량이 높고, 비타민 B, 비타민 E, 칼슘, 마그네슘 등 우리몸의 세포 생성과 유지, 항산화에 관련된 영양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


기껏해야 조금씩 고명으로 뿌려 먹는 거 이렇게 먹으면 어떨까? 100g 당 500칼로리가 넘는 꼬수운 고칼로리 식품 검은깨를 적당량만 이용해서 스프레드를 만들어봤다. 물론 죽어가는 바나나 2개가 같이 희생당했다. 그냥 퍼먹지말고 스프레드나 소스, 조금씩 요리에 활용하시길!


뭐든지 적당히. 적정선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결론

1. 탈모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모공염증과 같은 두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생기는 탈모, 스트레스성 탈모, 호르몬 변화 때문에 생기는 탈모 등등

2. 그래서 전문가를 찾아가 탈모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3. 원인별로 직접적인 치료방법을 찾아 해결하는 게 1순위, 장기적으로 보면 모발 생성에 필요한 양질의 단백질을 꾸준히 먹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4. 먹어서 해결하는 건 간접적으로, 그것도 장기적이고 식생활을 건강하게 바꾸는 포괄적 의미의 해결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검은콩, 검은깨는 콩, 깨 중에서도 안토시아닌이 많아 항산화, 항노화 식품으로 꼽힌다.)


5. 게다가 필수아미노산, 단백질, 아연, 철 같은 모발, 피부 생성과 관련된 영양소들이 많아 꾸준히 적당량 자연스럽게 먹어주면 좋다.


6. 만약 잦은 다이어트영양소 손실 때문에 생긴 탈모라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다이어트를 끊고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잘 먹어주며, 장기적으로 건강한 식생활로 바꾸고 꾸준히 검은깨, 검은콩 같은 영양가 높은 음식을 자연스럽게 먹는 경우라면 말이다.)

7. 단백질, 아연, 철과 같은 필수영양소와 무기질은 모발 생성과 유지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에 꾸준히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먹어 주는 게 좋다.

8. 중요한 건 검은콩, 검은깨만 줄기차게 먹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과 영양소를 챙길 수 있는 건강한 식생활이다.


(*출처: 김여운(2014), 탈모자의 두피 및 탈모 개선효과에 관한 연구 = A Study on the Improvement Effect of the Scalp and Hair loss on People with Alopecia, 남부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석사학위논문, 14)


and  영양사의 기초지식과 뇌피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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