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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Apr 22. 2024

벚꽃미역국

4월에 태어난 당신을 위한 미역국


진짜로 미역국에 벚꽃을 넣었다는 건 아닙니다.


새로운 미역국이 없을까?

4월에 태어난 남편의 생일미역국을 준비하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날 먹는 식상한 소고기미역국 말고 뭉개뭉개 피어나는 벚꽃잎처럼 싱그럽고 예쁜 봄날의 맛을 넣고 싶었거든요.


생일미역국하면 역시 소고기미역국이지! 하며 소고기를 꼭 넣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깨뜨리고 싶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미역국은 저의 최애 메뉴라 남편의 생일 3일전부터 미역국을 한솥 가득 끓여대기 시작합니다.


저는 시원한 맛의 홍합 미역국이나 조개 미역국을 좋아하는데. 남편 생일이라 소고기를 안 넣을 순 없고. 그러다 탄생한게 3단계 미역국입니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

첫날엔 심심한 맛으로 비건 미역국이나 어패류 미역국을 먹다가(1단계) 국물이 푹 우러나면 여기에 맛이 진한 황태(2단계)나 소고기(3단계)를 마지막에 넣습니다. 그러다보면 남편의 생일 당일엔 정말로 엄청난 맛의 미역국을 맛 볼 수 있습니다.


며칠 내내 먹긴 하지만 미역국에 질릴 법한 남편도 군말 없이 신기해하며 잘 먹더라고요.



남편의 생일은 미역국이 먼저 온다.

아무튼 남편 생일이 끼어있는 그 주에는 며칠 내내 미역국으로 연명(?)합니다. 마침 이번엔 냉동 재첩육수가 있어서 시원한 맛이 미역국과 잘 어울릴 것 같아 1단계(?) 맛으로 넣어 봤습니다.


국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저를 위해 혼자 있을 때도 밥 잘 챙겨 먹으라며 남편이 주문해준 재첩국. 그게 이렇게 쓰일 줄이야. 냉장고 파먹기겸 겸사겸사 여러 생각들(아래 참조)이 모여모여 재첩미역국을 탄생시켰습니다.



강에 피는 벚꽃, 재첩

사실 이번달에는 남편과 하동으로 벚꽃구경을 가볼까? 생각도 했었어요. '하동십리 벚꽃길' 캡쳐도 해놨는데 남편이 너무 멀다며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이상기후 때문인지? 벚꽃이 늦게 피면서 벚꽃놀이 타이밍도 애매하기 흘러가버렸습니다.


동네 가까운 곳에서 간신히 벚꽃은 봤는데 따뜻한 봄의 기운을 만끽할 순 없었습니다.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일까? '경남 하동'이 계속 머릿 속에 맴돌더군요.




하동의 따뜻한 봄기운

하동 벚꽃을 놓친 아쉬운 마음이 재첩을 당기게 만들었나봅니다.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볼 순 있는 재첩. 하지만 역시 재첩하면 경남 하동이 제일 유명하지요. 섬진강을 따라 자라는 조그마한 민물조개. 강에 피는 벚꽃, 재첩은 4~6월이 제철입니다.  

 

남편은 재첩미역국을 먹으면서 진한 국물맛에 감탄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곤 '하동에 가서 직접 이 맛을 봤어야 하는 건데!' 후회하는 표정이 역력했죠. 비록 냉동 재첩국으로 끓인 미역국이지만 그 시원한 국물맛은 어딜가나요?


비록 조갯살은 작지만 조갯국물을 10배 응축시켜 놓은 같은 뽀얀 국물은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해줬습니다. 재첩국물이 미역과 휘감기며 벚꽃 흩날리는 남부지방의 따사로움을 입안에 남깁니다.


"맛있다!"


무의식 중에 내뱉은 한마디는 가족 여럿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미역국은 왜 먹을까?

'생일날 미역국을 먹을까?' 제 생각엔 미역국을 한 그릇이라도 더 먹으며 우릴 낳느라 고생하셨을 어머님의 노고에 공감하란 뜻일 것 같습니다.


벚꽃 흩날리는 따사로운 봄날, 바깥과는 달리 낯설고 힘든 병원에서 고생하셨을 어머님.그리고 1월에 추운 곳에서 나를 낳았을 우리 엄마♡


세상의 어머님들! 벚꽃미역국은 어머니로 다시 태어난 당신을 위한 레시피라고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https://youtu.be/L_Lpudpg8UI?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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