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인생이 자유롭다.
그리고 거의 처음으로 쉬고있어도 몸이 힘든 상태를 겪고 있다.
번아웃이 온 것 같다.
사실은 올해 초 일을 그만두기 전에 나는 조금 힘들다고 생각해서 쉬고 싶다는 생각에 일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힘들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미련했던 건지, 힘든 걸 참는 것에 그냥 익숙했던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적잖이 놀라고 있다.
최소한 나는 내가 힘든 건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살았으니 정신적으로 힘든 적도 있었고, 몸이 힘든 적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최소한 나는 내가 힘들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고 믿었었다.
그리고 힘들 때 조금 쉬면, 회복은 늘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일을 그만두고 6개월이 지났어도 나는 조금만 움직여도 몸살이 찾아오고 몸은 아파왔다.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내 몸이 왜이러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그건 머리로 이해가 되는 상황이 아닐 것인데, 예전의 젊을 때의 데이터로만 나는 데이터를 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체력도, 나의 심리적인 힘도 그리 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도 자각조차도 못했다.
문득문득 힘들면 사는게 싫어진다.
살기가 싫은 어두운 기분이 아니라 그냥 힘들어서 그만하고 손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놀다가 재미없다며 그냥 그만둬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그럴 때는 삶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멈춘다. 나는 사는게 더 좋다.
다만 살아갈 힘이 없다고 생각될 때가 있을 뿐이다.
살아갈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 모든 것을 멈춰야 한다. 일도 멈춘다.
일이 먼저일까?! 삶이 끝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앞에서?! 예전의 나는 그랬다. 나의 위기 상황조차도 나는 일을 멈추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거나 혹은 그만두는 두려움이 더 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인생이 멈춰질 것처럼 힘들면 일 따위는 멈출 수 있다. 그게 먼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긴 휴식을 선택했다.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일을 그만둔 것이지 내가 삶을 멈춘 것은 아니다.
나의 삶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 말도 안되는 사람이랑 여전히 부딪기기도 하고, 누군가의 직장 상사 욕을 들어주기도 하고, 친구의 시댁 얘기를 들어주기도 하며, 요즘 잘나가는 드라마를 여전히 보고 산다.
그래서 삶은 여전히 바쁘고 나를 지치게도 한다.
그런데, 삶에서 일을 그만두면, 나의 주변 일들조차도 내가 직장생활을 할때만큼 나의 에너지를 갉아먹지는 않는다.
그러니 삶을 멈추지 말고 일을 잠시 멈추는 것도 방법이다.
일을 쉬는 것이 내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쉬워서 멈추라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잘라내야 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해야 할 때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삶이 위태롭게 느껴진다면, 모든 것을 멈추고 달아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살면서 행복한 일도 있다는 걸 나중에 보고 알수 있다.
죽고 싶어도 삶에 죽을만큼 힘든 것들, 열심히 산 것들만 쌓아둔체 죽지는 말자. 우리도 넘치게 행복한 것들도 보면서 웃어본 후에 생과 사를 생각해보자는 얘기다.
나는 사는게 재밌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삶을 끝내고 싶지는 않다.
아직도 나는 좋은 호텔에 가서 멋진 하룻밤을 자고 싶고, 멋진 곳에 가서 감동적이게 멋진 여행을 하고 싶다. 나는 호텔의 조식도 좋아하고, 여행지에서의 낯선 골목길도 좋아하니까..그것들 대단히 힘든 것도 아닌데 그거부터 해본 후에 삶이 끝날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최소한 그 정도는 해봐야 좋은 판단을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