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수학 공부(4)
학원, 과외 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 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2>(5화)
첫째가 5학년 말에 치른 교내 수학사고력대회에서 53점을 받고 나와 남편은 진지한 의논을 했다. 부모가 자신의 수학 점수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첫째가 눈치채지 않도록 조심했다. 대회 점수와는 무관하게, 마침 6학년이 된다는 변화가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공부 전략에 대해 첫째와 대화했다.
1. 6학년부터는 학교 진도가 아닌 스스로의 학습 진도대로 문제집을 푼다.
2. 수학 공부 시간을 평일 하루에 50분씩 하던 것을, 70분으로 늘린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6학년 1학기 교내 수학사고력대회에서 87점을 받았다. 53점에 비하면 무척 많이 오른 점수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상권이 아니며, 난이도가 불분명하다. (5학년때보다는 쉬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교내 수학사고력대회의 점수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오히려 나는 6학년 1학기에 스스로 공부하고 진도를 나가는 아이를 지켜보며 새롭게 배운 것이 있다.
그건 내 아이가 특별히 성실하거나 똑똑해서가 아니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나선형이기 때문이며, 둘째, 매일 공부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큰 축은 ‘나선형’이다. 나선(spiral)이란 중심축을 돌면서 점점 위와 바깥으로 확장되며 올라가는 선의 모양을 말한다.
예를 들면 초등학생은 3학년에서 처음 분수의 개념을 배운다. 4학년에서는 분수를 가지고 연산(덧셈, 뺄셈)을 하기 시작한다. 5, 6학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분수로 곱셈, 나눗셈까지 한다. 중학교에 가서는 이것이 유리수나 음수 등으로 수 체계가 확장된다. 배움과 학습은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점 더 넓게,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며 발전한다. 이를 교육학에서는 더 높은 추상화 수준으로 나아간다고 표현한다. 교육학 책에서 읽었던 나선형 교육과정이라는 말을 내 자녀를 보면서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첫째는 5학년까지의 학습을 바탕으로 6학년 분수 단원, 연결된 소수 단원 등을 혼자서 공부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해당 단원은 개념 부분을 뛰어넘고 바로 최고 레벨의 심화 문제를 바로 풀기도 한다. 분수나 소수의 연산 단원은 6학년에서는 이전까지 학습한 연산의 원리를 바탕으로 계속 응용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보며 나는 아이가 적어도 중등 과정까지는 혼자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승재 님의 책에는 중학교가 아니라 대학교 과정까지 스스로 교재를 보고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학을 공부할 때 누구에게 배우지 말고 스스로 개념을 읽고 문제를 푸는 습관을 들이게 하세요. 모르는 문제는 앞의 개념이나 비슷한 유형을 참고해서 스스로 풀게 유도하세요. 이런 연습이 잘 되면, 중학교 과정, 고등학교 과정, 심지어 대학교 과정까지 스스로 교재를 보고 학습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던 노을커피님의 『사교육 없이 명문대 가는 집공부 전략』에도
수학뿐 아니라 모든 공부는 혼자 교재를 읽어 가면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인강을 보기보다는 교재를 한 번 더 보면서 풀 수 있을지 고민한 후
그래도 이해가 안 될 때만 인강을 본다. 인강을 보조적으로만 활용하는 것이다.
라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부모로서 노을커피님의 책의 아래 내용이 매우 와닿았다.
-기본 유형 문제 푸는 속도가 늦다.
-심화 문제 풀 시간이 없다.
-심화 문제를 풀 실력이 안된다.
위 3가지 모두 공부량이 부족하면 해결이 안 된다.
내가 주요 참고 도서로 삼고 있는 류승재 님의 책이나 노을커피님의 책 모두 최소 초등 고학년부터는 하루 2~3시간 정도는 수학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첫째는 아직 하루에 70분을 수학에 할애하고 있을 뿐이다. (여름 방학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교사맘으로서, 나름대로의 고집이다. 초등 시기만큼은 독서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꼭 주고 싶어서다. 첫째는 학교에서 정규 수업 후 거의 매일 예체능 방과 후 수업을 듣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하루나 이틀만 방과 후 수업을 듣고 학원을 가지만 첫째는 아직도 탁구, 축구, 농구, 컴퓨터, 드럼, 오케스트라 등 원하는 방과 후 수업에 모두 참여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독서, 영어 동영상 보기, 영어 공부, 수학 공부를 하는 것이다.
즉, 어느 것 하나 일 순위라 할 것 없이 골고루 하고 있다. 아이가 음악과 스포츠 활동을 매우 원하기 때문인 것도 크다. 교육청 영재교실이나 발명교실 참여도 방과 후 수업 듣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한다.
아이는 1등을 해야겠다거나 금상을 받아야겠다는 명확한 목표나 욕심이 없다. 입시에서 성공하고 싶다거나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그런 목표를 초등학생 때부터 가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목표 없이, 그날그날 주어진 공부 시간을 채우는 첫째를 보며 오히려 더 안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첫째도 특정 자사고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아직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이번 겨울 방학 때 이런저런 공부법에 대한 책도 권해주며 함께 대화해 볼 생각이다. 공부량을 늘리는 것도 본인이 필요를 느껴야 할 것이고, 초등과는 달리 중고등학생 때는 공부에 집중하며 사고력을 최대한 연마하는 것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