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집공부 2-8화: 수학 교육 확산의 불씨?

교사맘은 열공 중

by 교사맘

초임 시절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는 여러 이유로 나와 친근한 단체였다. 당시 단체 대표였던 송인수선생님은 '좋은교사운동'이라는, 여러 개의 기독교사모임의 연합체를 만든 분이셨고, 나는 좋은교사운동에서 '행복한수업만들기 초등모임'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었다. 모임은 주로 좋은교사운동 사무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며 가며 송인수선생님과 이후 대표를 맡은 정병오선생님 등, 대표님들도 친근하게 마주치곤 했다.


송인수선생님이 대표직 승계 이후 사명을 따라 개척한 단체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였다. 공부 스트레스, 입시 경쟁으로 목숨을 끊는 학생이 없길 바라는 눈물 어린 사명에 의한 개척이었다는 것을 언젠가 들은 것 같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https://noworry.kr/)


출처: 최수일 박사의 수학교육연구소


수학교육분야에서 엄청난 이력이 있으신 최수일박사님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합류하셔서 자주 소식을 접하게 된 것도 내가 저경력교사일 때였다. 당시 최수일박사님의 저서였던 '착한 수학'과 '하루 30분 수학'을 학부모님들께 많이 추천드렸다. 특히 '하루 30분 수학'은 아이들의 수학학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해 줌과 동시에 30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방법도 다루었던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2014년 발행


하지만 내가 그때 몰랐던 것이 있다.

초등 학부모로서 하루 30분간 아이의 공부를 봐주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늦은 퇴근과 과도한 업무로 시간 및 에너지가 없어서, 아이의 공부를 봐주다 보면 화가 나고 싸우게 돼서, 어디까지 어떻게 봐줘야 할지 몰라서 등.) 아이를 낳기 전에는, 부모가 아이의 알림장 확인을 매일 일정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굉장히 이해가 안 갔는데, 현재 교사맘인 나는 아이가 알림장을 내밀지 않으면 확인받으라는 말을 할 정신이 (휴직 중인 지금도) 없다. 과거의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학부모가 현재의 나인데, 심지어 직업이 초등교사인 것이다.


맞벌이 부모와 아이가 있는 집의 저녁 풍경이 어떠한지 알게 되고, 그래서 알림장 확인을 해주지 못하는 부모들을 이해하고, 그 와중에도 성실하게 확인을 해주는 부모님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된 때가 우리 아이들이 유아기 때였다. 다만 그때부터 나는 최수일박사님의 '하루 30분 수학'을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추천하지는 못하게 되었다. 오히려 최수일박사님의 '개념연결 만화 수학교과서'를 우리 아이들이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그 책을 추천했다.




시간이 흘러 첫째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도, 나는 '하루 30분 수학'의 방법대로 자녀를 지도할 수 없었다. 내가 모든 에너지를 학교에 쓰고 있어서 저녁에 공부를 도와줄 에너지가 없었다. 아이가 셋이기 때문에, 집에서 공부를 하는 분위기와 습관은 만들어줄 수 있었지만, 하루 30분을 아이 한 명에게 집중하며 공부를 봐준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첫째가 중학교 입학을 앞둔 지금, 마침 휴직을 하면서 중고등학교 공부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다. 과연 중, 고등학교에서도 학원 없이 공부가 가능할까? 중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을 아이가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을까? 이해할 뿐 아니라,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수학적 사고력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결국 그게 힘들까 봐 다들 선행을 하는 학원에 보내기도 하는 거겠지.


아이가 중학교에 진입하니, 이제껏 초등 교사로서 갖고 있었던 수학적 사고력과 수학 학습에 대한 관점이 중, 고등학교 수학 공부에서도 통하는 것인지 점검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였을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후원회원이라 늘 단체에서 강의와 관련된 소식이 오지만, 지난여름 최수일박사님의 '개념연결로 해내는 우리 아이 자기 주도수학'이라는 강연 홍보 문자에, 갑자기 '하루 30분 수학'부터 시작된 최수일박사님의 저서들이 촤라락 머릿속에 펼쳐지면서, 다시 들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지금은 끝난 강의지만, 또 열리지 않을까? 관심 있는 분들은 단체에 무료 회원으로라도 가입하고 소식을 받으시길.


강의를 통해 최수일박사님이 여전히 열정적으로 수학 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에 먼저 놀랐다. 심지어 그간 좋은 책도 많이 내셨고, 활동의 영역도 더 넓어지셨다. 연륜과 경험에, 오랫동안 지속되는 단단한 열정까지 가진 어른, 교육자의 모습이 이런 것일까?


게다가 내 아이를 떠올리며 수업을 들으니 머리에 어찌나 쏙쏙 들어오는지! 신나게 강의를 듣고 있을 때 최수일박사님의 수학교육과 관련된 Q&A 라이브 줌 강의가 있다고 해서 그것도 참여할 수 있었다.


라이브 줌 강연에는 사교육을 안 시키고 집에서 공부를 봐주는 부모님들이 많이 접속했다. 브런치를 쓰면서, 교사가 아닌 부모님들이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낸다는 것이, 어지간한 용기나 신념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에 거기 모인 분들이 참 대단해 보였다.


그 줌 모임에서 참가명을 자녀의 학년으로 표기했어야 하는데, 나는 '초2, 4, 6학년+초등교사'라고 표기했다. 2019년도에 '학교를 그만두고 수학교육을 전공으로 학위 과정에 전념하고 싶다'는 진로 고민을 했는데, 그때 최수일박사님이 상담을 해 주신 적이 있다. 그 나름의 친분을 기억해주실까 싶어서 굳이 초등교사를 붙인 것 같다. ㅎㅎㅎㅎ(그리고 그때 박사님의 도서 발간 작업에 참여를 권유받았는데, 내가 학위과정을 미루고 교사 생활을 좀 더 이어가야겠다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함께 하는 작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되었다. 그때 학교를 그만두고 학위 과정에 들어가고 박사님과 연구하며 배웠더라면 내 인생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아무튼 최수일박사님은 나와의 친분은 전혀 기억을 못 하셨지만 '초등교사'라고 붙인 참가명 때문에, 현재와 같은 학부모 대상 강의가 아닌 교사 대상 강의도 있다고, 관심 있으면 줌 강의가 모두 끝나고 안내해 줄 테니 남으라고 하셨다. 나는 당연히 남았다. 그때가 목요일이었는데, 교사 대상 연수는 바로 그 주 토, 일 이틀간 내내 진행되는 14시간짜리 연수였다. 여러 일정을 급하게 조절하고, 아이들 일정은 남편에게 모두 맡기고 교사 연수도 참가할 수 있었다.




교사 연수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일단 나 포함 2명만 초등교사였고 모두 중,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들이었다. 어린 시절, 수학을 잘하고 싶었지만 잘하기 어려웠던 나는 중,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들이 대단하게만 보였는데, 그 선생님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과 고민들을 듣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연수 이후에도 박사님, 함께 연수 들었던 선생님들과 후속활동(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만남 자체가 참 든든하다.


그리고 교사 연수 이후, 우리 집 아이들의 집공부 수학 시간이 조금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것에 대해 다음 주에 이어서 써 보려고 한다.


최수일 박사의 수학교육연구소에 연수 후 박사님이 올리신 글. 얼떨결에 불씨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최수일 박사의 수학교육연구소 https://cafe.naver.com/matheduri


















keyword
이전 07화집공부 2-7화:아이들이 말하는 '사립초'가 좋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