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공부할 수 있게 하는 힘
우리 집에서 아이들이 매일 하는 공부는 1. 독서 2. 수학 3. 영어동영상시청, 영어 학습서(독해책) 공부(시간이 부족할 때는 학습서 공부 생략)이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분량을 조금씩 줄이기도 하고, 이틀까지는 몰아서 공부하는 등 유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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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매일 공부할 수 있는 이유 중 80%는 엄마인 내가 권위를 가지고 하라고 하기 때문인 것 같고, 20%는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의 기질 덕분인 것 같다. 엄마로서의 내 권위는 어디서 나오나 생각해 보면... 교사라는 직업 자체도 있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이 봐도 훌륭한 교사라는 걸 느낄 수밖에 없는 학급 운영(엄마 반 학생이 너무 되고 싶다고 한다), 다른 선생님들이나 학부모님들과의 관계 등을 보며 아이들이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 것 같다. 또 남편과 서로를 존중하고 높여주는 모습, 스스로 늘 공부하는 모습, 웬만해서는 감정적으로 화를 내지 않는 모습,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어른이라고 해서 내 생각만 강요하지 않는 모습 등. 이렇게 써 놓으니 매우 내 자랑 같지만 아이들에게 권위를 인정받으려고 노력해서 이뤄낸 건 아니다. 내 자녀들이나 반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례의 '좋은 어른'을 많이 만나길 바라기에, 그중 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긴 하다.
어쨌든 앞으로는 아이들이 수학 공부를 매일 할 수 있게 하는 힘의 80%는, 수학 그 자체의 재미에서 올 것이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어떤 보상이나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책,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과 깨달음 자체로 지속하는 것처럼.
최수일 박사님의 책, 하루 30분 수학을 읽은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이 방법은 무리'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하루 30분이나 아이들 공부를 봐주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내 아이가 중학교 진입을 앞두고 보니, 다시 최수일 선생님의 책과 강의를 바탕으로 공부하게 되었다. 그만큼 이 방법이 본질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방법이라도 되게 해 보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의 내용과 연결된 학부모용 강의를 약 5시간, 라이브 강의 2시간 수강하였고, 교사용 오프라인 강의 14시간을 참여하였다.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강의 내용 자체가 나의 관심사와 맞아떨어져서 꾸준히, 재밌게 들은 것 같다. 지금은 매주 일요일 1시간 이상 수학 선생님들과 수학 세미나를 하며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일단 이 모든 노력을 실천하는! 나를! 먼저 칭찬해주고 싶다. 추진력, 실행력 정말 최고다.
최수일 박사님이 강조하는 '개념적 수학 학습법'의 방법은 간단(?)하다.
1. 개념(정의)은 외운다.
2. 성질(공식 등)은 증명한다. (설명하는 방식으로 증명)
3. 이 과정을 수학 노트에 정리한다.
중요한 건, 수많은 공식을 모두 외우는 게 아니다. 공식은 증명하고, 개념만 철저히 외운다. 그래서 외워야 할 것들이 줄어든다. 또 외워서 하는 공부가 아닌, 사고력을 발휘하는 공부를 할 여지가 늘어난다.
그동안은 최상위수학 문제집만 풀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진도를 나갔다면 그날 배운 것은 위의 방법으로 개념적 수학 학습을 먼저 하고, 남는 시간에 문제집을 풀고 있다. 집에서 오늘 배운 것을 설명하고(이사와 함께 설치한 칠판이 빛을 발하고 있다.) 수학 노트에 정리해 둔다. 초등에서는 증명하거나 노트에 쓸 내용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이 방법을 잘 익혀두면 중학교 수학부터는 아주 유용할 것 같다. 중학교 교과서는 초등 교과서와 확연히 다르게 공부할 내용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개념과 성질이 뒤섞인 채로.
6학년 아이가 비례식을 배운 후 나름대로 정리하였다. (수학 노트는 반드시 볼펜으로 작성해야 하는데, 볼펜으로 글씨를 처음 써봐서 글씨가 평소보다 더 반듯하지는 않다. 하지만 글씨로는 웬만해선 문제 삼지 않는다. 심지어 '내향'이라고 썼다는 게 이제 보이네 ㅎㅎㅎ)
'개념 비틀어보기'에서 '왜 비례식에서 외항의 곱과 내항의 곱이 같을까?'라고 썼는데, 수학 수업을 들으면서 이게 궁금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6학년 수학 교과서에는 이것을 다루지 않는다! 계속 외항의 곱과 내항의 곱이 같다는 성질을 이용해서 문제만 반복해서 풀게 할 뿐이다.
그러다가 아이는 자기가 터득을 했다며, 집에서 성질 1의 내용을 직접 칠판에 써가며 설명하였다. 곱하기 n(어떤 수가 오더라도 성립한다는 문자)을 모르기 때문에 곱하기 2라는 예를 들어서 열심히 설명했다. 그리고 매우 뿌듯해했다. 증명을 해 낸 것이다.
동생이 공부하는 초등학교 4학년 도형 영역에도 중요한 개념과 성질이 많이 나오는데, 초등 수학에는 대부분 연역적 증명의 과정이 없다. 측정과 작도에 의한 실험적 증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6학년은 그것을 다시 연역적으로 증명해 내며 동생을 가르친다. 그리고 또 뿌듯해한다.
이런 '왜'라는 질문이 학창 시절 수학을 공부할 때 항상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질문에 숙고하며 답할 시간도 없었고, 그걸 가치 있게 여겨주는 어른도 없었다. 빨리빨리 외워서 써먹어야 하는 시험.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까. 하지만 그게 해결이 안 되니 수학이 재미가 없었다. 공식에 대입만 하는 게 수학 공부고, 공식을 많이 외우면 되는 거라고 느꼈다. 지금 내 아들처럼 설명하고, 증명하고, 뿌듯해하는 과정이 내 수학 공부에는 없었다. 버겁고, 어렵고, 기억이 안 나고, 잘하고 싶지만 잘 안 되는 감정이 컸다. 교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수학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최수일박사님은 성질을 증명하고, 이전 개념과 연결하는 과정 없이는 수포자를 막을 길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선생님들께 '빠따'로 맞아가며 공부했던 남편은, 그렇게 증명하고 깊이 사고하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인다고, 그냥 받아들이고 외우는 게 더 빠르지 않겠냐고 한다. 학창 시절 수학이 어려웠던 내 경험을 비추어보면, 또 많은 아이들이 개념과 원리를 알 때 재미를 느끼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개념적 수학 학습법이 맞을 것 같지만, 남편 말도 이해가 된다.
그래도 남편은 내가 제시한 방식대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에 찬성이라고 했다. 본인이 경험한 방식(그것이 성공한 방식이라도)이 지금도 통한다는 확신이 없고 너무 고생스럽다. 개념적 수학 학습법이 한국의 수능에 최적화된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수학적 사고력을 함양하는 데에는 훨씬 더 좋은 방법인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수능은 문제의 답을 구하는 평가지만, 국제 IB 시험이나 외국 시험에서는 답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증명하는 것까지 평가하는데, 후자가 훨씬 어렵고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냥 문제집의 문제를 푸는 것이 쉽지, 왜 그런지 설명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교사인 나도 이것을 초등 수준에서 어떻게 이해시킬지 고민이 많이 된다. 그래서 최수일박사님은 이런 수학 공부가 가정에서 보다는 학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많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하고 계신다. '수학걱정 없는 마을'이라는 활동으로, 학교를 마친 후 소그룹으로 모여서 이 방식대로 공부한 아이들에게 유의미한 변화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학교밖보다는 학교 수업 시간 내에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신다. 매우 공감한다. 나도 지금은 이 방법으로 자녀의 공부를 돕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경험을 공부 삼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부모의 도움 없이 학교에서 해결되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