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공부 시즌 II_10화: 영재교실 시험

너의 속도와 선택을 존중해

by 교사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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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현재 초6)는 중학교 발명영재교실 입학시험을, 둘째는(현재 초4) 교육청 수학영재교실 입학시험을 12월 초에 치렀다.


둘째가 본 시험은, 첫째가 무난하게 통과했던 시험이었다. 4학년이던 첫째는 시험을 보고 와서의 소감이 "학교 수학사고력 대회 문제보다는 쉬웠어요. 어떤 문제는 풀긴 했는데 그렇게 푸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창의적인 답변을 해야 하는 문제에 당혹감을 느낀 것 같았다.)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랬던 기억과 다르게 둘째는 "너무너무 어려웠어요. 한 페이지에 문제가 하나씩 총 세 문제가 나왔는데 아예 못 푼 문제도 있었고... 두 번째 시간은 그것보다는 쉬웠지만 어쩌고 저쩌고" 종알종알 답변을 종합해 보면 "어려웠다."였다.


평소 모습을 떠올려봐도 둘째는 상호 작용에 대한 욕구가 크고 (새로운 사람, 낯선 사람과 대화하고 싶어 하고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긴 대화를 이어간다. 새로운 여행지에서도 같이 놀 친구를 금방 사귄다.) 영어에서도 뉘앙스나 분위기를 캐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교내 스피치대회를 위한 한글 원고 작성도 그 자리에서 술술술 써낼 정도로 자기주장을 조리 있게 표현하는 능력이 좋다. 하지만 최상위 수학 문제집에서 (책을 아주 많이 읽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못 푸는 문제가 많았고, 푸는 속도 또한 첫째에 비해 많이 느렸다. 수학 영재교실에 합격할 만한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학창 시절에서 교외 수학 활동을 위한 선택은 영영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다양한 경험 차원에서 한 번 응시는 하게 해보고 싶었다.


수학 영재교실에 응시하자는 권유의 근거는, "이건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야. 이런 걸 학원이나 유료 영재 교실에서 배우려면 일 년에 최소 70만 원은 내야 하는데 교육청 영재 교실은 무료야. 지원도 해보지 않는 건 조금 아까운 것 같아."였다. (그저 비용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얄팍하다.)


둘째는 "헉. 무료라니! 꼭 해야 될 것 같아요!!!(꼬시기 참 쉽다...) 하지만 토요일에 놀고 싶지, 영재원 수업에 가고 싶진 않은데... 그래도 영재 교실에 다니면 엄마가 금요일 수학 공부 시간을 줄여주니까 좋고, 떨어지면 토요일에 영재 수업 안 가서 좋은 거니까 시험은 볼게요!"라고 하고 시험을 봤다. (물론 영재교실 시험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학원은커녕 아무 별도의 공부도 시키지 않았다. 평소대로 학교 수업에 대한 복습을 했을 뿐...)


아이는 시험을 보고 나서 "이건 정말 영재들이 합격하는 시험이지 저는 아닌 것 같아요."라고 했다. "뭐, 어때. 시험 봤으니까 맛있는 거 먹자. 수고했어. 떨어져도 좋지 뭐!" 부모인 우리는, 진심으로 떨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응시를 한 것만으로도 정말 좋은 기회였다. 학원 테스트를 보지도 않지만, 학원 테스트나 영재 교실 시험에 아이를 맞추지 않는다.



첫째는 중학교 대상 영재교실 중에 발명영재교실에 지원하기로 했다. 2년간 교육청 개설의 발명교실에 다녔는데, 그곳이 수학 영재교실보다 훨씬 재미있었다고 했다. 발명교실에서 발명대회 출전을 권유해서 나가보려고 나름 아이디어를 내고 시도해 보긴 했지만, 추진력 있게 쭉쭉 진행해갈 정도로 열정을 보이진 않는다. 운동도 해야 하고, 방과 후 수업도 즐겁고, 오케스트라도 하고, 영어 동영상도 보고, 독서도 하고... 일상이 다채롭다. 영재성의 현상 중 하나가 '과제 몰입력, 과제 집착력'도 있어서, 엄마인 나는 발명 하나에 꽂혀서 될 때까지 해보는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현실의 아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마음 편안하게 살고 있다. '그러니까 영재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속단일 것이다. 아이의 속도와 선택을 기존 잣대의 영재성보다 더욱 존중한다.


첫째 역시 아무런 준비 없이 발명영재교실 시험을 봤다. 2년 전 교육청 시험과 같은 후기를 예상했다. 하지만 첫째의 반응은 "너무너무 어려웠어요."였다. 언어, 수리, 발명, 논리 등 영역별로 20문제 정도 나왔는데 한 문제는 통째로 영어였다고 한다. 또 '생명과학' 영역의 문제는 세포, 핵 이런 말이 나와서 문제 이해 자체를 못했다고 한다. 영어 문제나 생명 과학 같은 문제는 제치고! 남은 시간은 가장 배점이 높은 문제이면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 스도쿠 문제에 모두 투자했는데, 너무 어려운 스도쿠여서 결국 해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발명영재교실 모집 정원은 20명인데, 아이가 세어본 결과 17명이 응시를 한 것 같다. 최저학력기준이 있긴 하지만, 만약 아이가 붙는다면 정원보다 적은 지원자의 행운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만약 떨어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붙으면 매주 2시간의 수업을 위해 아이 혼자 버스를 갈아타며 왕복 2시간의 대중교통으로 다녀야 한다. 붙어도 좋고, 떨어져도 좋다.




"만약 그 문제가 선행 학습을 한 아이들이 풀 수 있는 문제라면, 그리고 따로 시험 대비를 한 아이들을 모집하는 과정이거나 그런 준비가 된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수업이라면, 너랑은 안 맞는 수업일 수 있어. 그렇다면 붙을 필요 없을 것 같아."


열심히 준비해서 합격하는 아이들은 대단하지만, 네가 그것을 원한다면 도와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괜찮다.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의 속도와 선택을 존중한다. 아이가 큰 방향까지 알기 어렵다. 어른의 시야에서 아이의 삶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늘 한다. (어른인 우리 자신의 삶의 방향성도 늘 점검해야 하듯이) 아이가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각 선택지에 따른 예상 결과를 (어디까지나 예상치이지만) 함께 진지하게 검토한다. 이번 중학교 지원도 마찬가지였다. 자동 배정되는 학교와 지원이 가능한 소규모 학교가 있었다. 두 군데 중 어디를 선택할지 아이는 정말 많이 고민했다. 자동 배정 학교보다 소규모 학교가 훨씬 시설이 좋아서 아이는 고민이었다. 다만 자동 배정되는 학교에 비해 집에서 멀고, 대중교통도 불편하다. 그래서 "엄마 아빠는 절대 차로 데려다줄 수 없으니 혼자 버스 타고 다녀와 봐."라고 했다. 다녀온 아이는 생각보다 감수할만하다고 했다. 다른 부분들도 함께 고민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최종 결정자는 아이 본인이다.


어릴 때는 일상이 대부분이 부모의 결정과 세팅대로 이루어졌다. 자라면서 점점 아이의 선택 영역을 넓혀왔다. 앞으로도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더욱 넓혀갈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이다. 최선의 선택을 위해 늘 노력하겠지만 그게 매번 최고의 선택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선택을 계속 존중하기 위해서는 나의 불안과 걱정을 먼저 다스려야 한다. 하나님과의 관계, 남편과의 대화 속에서 나 자신은 물론 아이들을, 더욱 존중하고 아끼려고 한다. 아이의 자립과 독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고급 정보'가 아니다. 관심 어린 관찰과 성찰, 대화와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15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아 남편과 식사를 하며, '우리 아이들은 왜 이렇게 훌륭한가'라는 것이 대화의 주제였다. 그건 우리가 아이들의 훌륭한 점에 늘 집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어떤 아이도 훌륭한 점이 없는 아이가 없으므로, 모든 부모가 대화 가능한 주제이다.


돈이 없으면 불행하지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은 돈이 얼마나 많으냐에 달려있지 않다. 아이가 스스로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도 자기 자신을 대하듯 소중히 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부모로서 뭐든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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