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야 할 수 있는 집공부?
다시 태어나야 할 수 있는 집공부?_학원, 과외 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 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시즌 2-1화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시즌1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공부, 진짜 할 수 있는 거 맞나?’
‘우리 집만 우연히 되는 건 아닐까?’
사실 초등 집공부가 이루어지려면 조건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유아기에 부모와 자녀 사이의 안정적인 관계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유아기 때부터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 잘 정립되어야 합니다.
집은 휴식과 기본적인 생활 이외에, 학습을 위한 기능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공부와 입시에 대한 양육자의 가치관, 방향성이 어느 정도는 서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이리저리 휘둘리거나 불안하다면 아이까지 같이 휩쓸릴 수밖에 없으니까요.
또한 공동양육자는 서로 늘 상의하고 토의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합니다. 신뢰와 의지를 바탕으로 성숙한 대화 기술을 갖추고, 집공부 뿐만 아니라 수많은 돌봄 가사도 불만 없이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집공부를 맡은 양육자는 체력도 받쳐줘야 합니다. 또한 '언제 대충 넘어가고 언제 꼼꼼하게 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판단력도 필요합니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 들면 지치고, 반대로 너무 느슨하면 집공부 자체가 흐지부지되기 쉽습니다.
형제가 여럿이라면 사이가 좋아야 합니다. 툭하면 싸우는 관계라면 거실에 함께 모여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또 집공부를 하는 양육자에게는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요즘 시대에 아이들의 공부를 외주 맡기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책임감이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좀 부족하고 실수해도 아이들은 다 잘 자란다'라는 무책임함도 필요합니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내 책임으로 돌리는 마음으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겠지요.
이쯤 되면 다시 질문이 떠오릅니다.
"집공부가 정말 가능한 것일까?"
과거로 돌아가야 가능할까요?
아이들이 더 어릴 때로 돌아가 유아 교육을 다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출산 전으로 돌아가 부부가 대화의 기술부터 익히고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젊은 시절로 돌아가, 나를 힘들게하는 지금의 직업을 선택하지 말았어야 할까요?
아니, 더 어릴 때로 돌아가 내 체력부터 길러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아예, 다시 태어 나야 하는 것은 아니겠죠??
그런데 부모라는 길은, 완벽하게 준비된 다음 시작되는 게 아니더군요.
부족한 부모가 아이를 낳고 키우며 말,행동,생각이 성숙해지듯, 집공부도 그 과정 중 하나일 뿐입니다.
아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저의 과거를 자주 거슬러 올라갑니다.
내가 우리 아이들처럼 초등학생이었을 때로, 아니면 치열하게 공부했던 고등학생이었을 때로.
혹은 나의 엄마가 나를 키울 때로, 나의 엄마가 내 나이일 때로 - 나와 남편을 키워주신 부모님의 과거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브런치 글은 집공부에 초점을 맞추어 쓰고 있지만, 결국 제 과거와 부모님의 삶을 더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집공부를 하며, 글을 쓰며, 저는 계속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입니다.
솔직히 시즌2를 앞두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집공부라는 주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긴 할까?'
하지만 내 아이들이 자라서 이 글을 읽게 될 것을 떠올리면,
저는 자꾸만 쓰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이 언제가 제 시간과 마음, 체력을 쏟아 쓴 글을 읽으며 이렇게 느꼈으면 합니다.
'나는 이만큼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구나'.
그리고 훗날 다른 이를 돌보며 어른으로 살아가느라 어깨가 무거울 때,
잠시라도 그런 생각으로 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려는 글이기보다는
자꾸 자꾸 변하고 깨닫는 - 새롭게 태어남을 반복하는 저와 제 가족이
응원받는 글이었으면 합니다.
존댓말로 쓰면 자꾸 문장이 길어지고 무거워져, 시즌2는 일기처럼 반말로 써 보려고 합니다.
그럼 즐거운 마음으로 시즌2를 시작합니다. 읽어봐 주실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