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나고 먹먹했던 다큐멘터리
새해가 시작된 지 11일이 지났다.
보통 새해엔 부푼 새해 희망을 갖기 마련이건만, 대한민국은 소녀상, 최순실 국정 논단,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문제 등 상처투성이를 안고 새해를 맞았다. 가여운 대한민국. 가여운 내 조국.
일찍 다인이를 재우고 남편에게서 편안하게 발마사지를 받으며 뉴스를 보았다. JTBC 뉴스가 끝나고, 시사에 흠뻑 취한 나는, 시사 다큐멘터리가 보고 싶어 졌다. 별 기대가 없는 MBC지만 그래도 MBC 스페셜로 가끔 좋은 게 나오기에 리모컨을 눌렀다. 노후라는 것이 결코 먼 미래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관심이 가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보는 내내 짜증 나고 먹먹했다. 보고 난 뒤에도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도대체 뭘 말하자고 한 건지.
다큐멘터리의 기준에서 보면 준비된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선 우리는
첫째, 절대 아프면 안 된다.
둘째, 자식들의 교육에 많은 돈을 들이면 안 된다.
셋째, 식구가 아파도 절대 병원비를 쓰면 안 된다.
이게 뭔가.
나는 묻고 싶다.
첫째, 누가 아프고 싶은가?
둘째, 공교육과 사회구조가 제대로 되어있다면 누가 사교육에 돈을 처바르겠는가?
셋째,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의료비는 왜 개인이 온전히 다 감당해야 하는가?
이탈리아도 아무리 부패에 썩은 냄새가 나는 정부를 가졌다 하더라도, 나는 이 나라 노년의 사람들이 가진 고민이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아프다는 진단을 받으면 의료는 거의 무상이다. 이 법칙은 심지어 불법체류자들에게도 적용된다. 의료비가 아닌 사람이 우선인 것이다. 이탈리아는 적어도 아이의 출산 그리고 의료 진료에 있어선 누구나 그 응급 등급에 따라 동등하게 대우받는다. 물론 돈이 있다면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덜고자 비용을 지불하고 남들보다 더 빨리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순 있다.
개인이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에 노출되는 TV 프로그램이 무엇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냐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본다. 가뜩이나 우울하게 시작된 2017년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제 노후도 너네들이 알아서 잘 대비하란 식으로 떠넘긴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나라의 운영을 맡기겠냔 말이다. 안 그래도 나쁜 짓 해먹은 XX들은 모르쇠 병에 걸려 사람들 분통을 터트리는 이 시국에 정말 MBC 스러운 다큐멘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