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후반의 진로고민
이제 곧 구정이다.
타향살이를 하다 보니 오히려 신정이 더 새해 같다. 2017년의 한 달이 어정쩡하는 사이 다 가버린 느낌이다.
2016년 막날 올해는 어떻게 보내보자라는 나름의 비장한 다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긴장감이 사라졌다.
이 곳에서 회사 생활한 지 6년이 다 되어간다. 입사 초기에는 분명 긴장 빡~! 기대 빡~! 푸푼 꿈 빡~!이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진 업무처리에 관성에 젖어, 시간이 있으면 지금처럼 브런치도 하고, 무슨 좋은 사업 아이템 없나 여러 사이트를 기웃기웃해본다. 업무도 익숙해졌지만 무엇보다 나의 마음가짐이 변했다. 젊은 땐 "열정 페이라도 좋다! 뭐든 도전해보자!"라는 마인드였는데, 지금은 남의 회사에 내 열정을 100% 때려 붓는 것이 뭔 소용인가 싶고, 이렇게 아르바이트하는 것처럼 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싶어 진짜 내 것을 해보고자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수백 가지다. 그리고 진짜 내 일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짜증 나게도 그것을 실행할 의지가 부족한 나임을 깨달아도 별 방법이 없다.
나름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충만하다가 어떤 난관에 부딪히면 그 마음이 사그라들고 그러다 다시 아니다 그래도 뭔가 해봐야겠다 생각이 들어 의욕에 불타오르며 덤벼들고 다시 사그라드는 악순환의 사이클!
마음이 급하면 안 되는데, 진듯한 맛이 없게 여겨지는 요즘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먼저 원하면 안 된다. 차분히 리서치를 하자 싶다가도... 혼자 하는 일에 데드라인까지 없다 보니 백일몽이나 꾸고 있다. 어느 날은 물건을 팔아볼까 싶다가 어느 날은 소설을 써볼까 하고.. 어느 날은 이곳에서 서류해주는 도우미일을 해볼까 하다가 홍보를 어떻게 하나 싶어 생각을 때려치우고. 내가 회사서 자유시간이 너무 많아 이러나 싶어 다른 직장을 알아보까 싶다가도 막상 아이 키우는 데 이만한 직장 없다 싶으니 또 쪼그라들고... 나도 나를 모르겠는 요즘... 나만 이렇게 미래를 몰라 답답한가 싶다.
이제 나이가 37살이 다 되어가는데 (한국 나이로는 38세 ㅠㅠ) 아직도 진로 고민하는 일인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고민하다 보면 나도 번듯한 나의 사업체 하나 가지게 될까? 여기 한인사회의 롤모델을 찾아보자니 그것도 쉽지 않다. 한인끼리 정보 공유가 더 안되다 보니 어떻게 사업하는 게 좋을지도 탁 터놓고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다. 그러나 마음 한편 진짜 내 열정을 불태울 일 하나 못 찾는 게 내내 아쉽다.
남들보다 오래 이탈리아 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사개 국어를 하고 이탈리아서 힘들다는 서류도 혼자 척척 다 해낸 나인데... 대단한 재능은 아니지만 어떻게 써볼 수 없나? 남을 위한 거 말고, 내 것 말이다 내 거. 그래서 오늘도 업무시간 이렇게 브런치질 하며 백일몽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