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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정 May 08. 2024

엄마의 아버지

뉘른베르크에서 온 통영 여자의 50대 청춘 드로잉 에세이 ep.28

엄마의 아버지   

  

이것도 열 번 이상 들은 얘긴데,


엄마의 아버지는 동경 유학을 갔다 와서

은행 지점장으로 은퇴했는데

그 집안에서 그리 잘 풀린 케이스는 아니란다.


엄마는 엄마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박사라고 우기는데

글쎄 그런 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어쨌든, 의학박사는 맞는 거 같은데

의대 공부 뒷바라지해 준 조강지처를 버리고

일본인 간호사와 눈이 맞아 살림을 따로 차렸다.

이 일본여자가 어찌나 독한 지

한 달에 딱 1시간만 본가 가는 걸 허락했다는데

기막힌 타이밍으로 본처에게서도 자식을 여럿 보았다.


엄마의 아버지는 엄마의 엄마에게서 2남 2녀를,

새로 장가든 여자에게서 두 딸을 더 봤는데

엄마의 새엄마는 살아생전 계모의 삶에 충실했고

자기 두 딸은 공부도 잘 시키고 시집도 잘 보냈다.

엄마의 아버지도 엄마의 아버지는 아닌 채로

살다가 죽었다.       



  


#50대청춘드로잉에세이 #하루한편 #독일통영댁 #50대도꿈꾼다 #엄마의삶을생각해보다 #나도헷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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