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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책은 너를 혼자 두지 않는다

독서는 처음이지?

by 에밀


책은 너를 혼자 두지 않는다


 책을 읽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더 그렇다.

 책을 펼치는 순간, 글자가 낯설고, 문장은 멀게 느껴진다.

 마음은 금세 다른 데로 달아나고, 눈은 글자를 따라가지만 생각은 자꾸 엇나간다.

 그럴 때 우리는 자신을 탓한다.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게으르다고, 의지가 약하다고.


 하지만 그건 틀렸다.

 책을 읽기 어려운 건 당신 탓이 아니다.

 이 시대가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즉각 반응하고, 한눈에 요약되고, 영상으로 정리되는 세상 속에서

 ‘멈춰서 문장을 읽는다’는 건 이미 낯선 행위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책을 펼칠 때 생기는 그 막막함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15년 전, 처음으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었을 때의 기분을 아직 기억한다.

 그땐 단 한 권을 읽는 것도 버거웠다.

 눈은 따라가지만 마음은 금세 도망쳤고, 이해가 안 되면 조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문장들이 내 안에 남았다.

 그 문장들이 조금씩 나를 바꿨다.

 그때 알았다.

 책은 머리로 읽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스며드는 거구나.


 그래서 이 책은 어렵게 쓰지 않기로 했다.

 누구나 첫 장을 펼칠 수 있게, 부담 없이 읽히게, 일부러 쉽게 썼다.

 이 책은 독서의 기술서가 아니다.

 책을 읽고 싶지만 자꾸 멈추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괜찮아요, 처음이니까요.”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책은 생각보다 다정하다.

 읽지 않아도 기다려주고, 이해하지 못해도 꾸짖지 않는다.

 잠시 덮어도, 다시 펼치면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맞이한다.

 책은 너를 혼자 두지 않는다.

 그 사실을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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