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처음이지?
책을 펼치려다, 이상하게 손이 멈출 때가 있다.
읽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눈앞의 책이 나를 잠시 바라보며 묻는 것 같다.
“지금, 괜찮겠어?”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여러 번 망설였다.
그때의 나는 늘 바빴다.
눈으로는 화면을 쫓고, 마음은 늘 다른 곳에 있었다.
하루 종일 수많은 정보 속을 떠돌다가 문장 앞에 앉으면,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피곤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집중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의 속도를 내려놓는 일이었다.
그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책은 느리다.
책은 기다린다.
그리고 그 느림과 기다림이,
오랫동안 빠른 세상에 길들여진 우리에게는
어쩌면 가장 낯선 감각이다.
그 낯섦이 바로, 책을 펼치기 전 마음이 멈추는 이유였다.
나는 그 시절, 나를 자주 탓했다.
“왜 나는 집중을 못 할까.”
“왜 읽어도 남는 게 없을까.”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다시 느려지는 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은 느림의 언어로 말하지만,
그 언어를 이해하려면 마음이 먼저 조용해져야 했다.
이제 나는 책을 펼칠 때, 마음부터 고요히 한다.
완벽하게 집중하지 않아도 괜찮고, 한 쪽만 읽어도 충분하다.
책은 나를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괜찮아, 조금 천천히 와도 돼.”
그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오는 일이다.
책을 펼치기 전 잠시 멈추는 그 시간,
그건 나의 마음이 다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다.
그때부터 이미 독서는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