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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박동수 Mar 12. 2020

99. <비탈리나 바렐라>

원제: Vitalina Varela
감독: 페드로 코스타
출연: 비탈리나 바렐라, 벤츄라
제작연도: 2019

 2019년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한 페드로 코스타의 <비탈리나 바렐라>는 그의 영화에 줄곧 출연해온 배우 비탈리나 바렐라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비탈리나의 남편이 죽자, 비탈리나가 40여년 만에 포르투갈로 돌아와 벌어지는 일이라고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어둠 속에서 장례행렬이 등장하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부터 페드로 코스타는 빛과 어둠을 활용한 인물들의 등장과 퇴장을 계속 보여준다. 그의 영화들이 언제나 그랬지만, 인물들이 끊임없이 방황함에도 이들이 돌아다니는 동선은 절대로 파악되지 않는다. <비탈리나 바렐라>의 배경 또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빈민가인데, 거의 모든 장면에서 어둠이 드리워져 있어 실내와 실외가 구분되지 않는다. 거기에 인물들의 동선마저 파악되지 않고, 그저 어둠과 빛 사이에서의 등-퇴장을 반복할 뿐이니 비탈리나와 벤투라를 비롯한 인물들이 사후세계에 속해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등장인물들은 언뜻 사후세계와 (이승은 아니지만) 사후세계는 아닌 곳을 방황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탈리나가 그러한 시간을 거쳐 빛으로 나올 때의 쾌감 내지는 해방감이 놀라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비탈리나가 도달한 빛의 공간이 장례식이 진행중인 공동묘지라는 점과, 사후세계도, 사후세계가 아닌 곳도 아닌 온전히 이승으로 인식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간 코스타 영화 속 남성 캐릭터들의 '방황'을 마무리 짓는 여성 캐릭터 비탈리나 바렐라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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