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 지내니
병원 예약이 너무 밀려있어서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을 찾던 중
근처에 무료로 초음파를 해주는 자선단체를 찾았다.
교회에서 운영하는데 진료가 가능한 큰 버스 같은 곳에서
예약제로 환자를 받아주는 곳.
무료이고 거리도 가까운 데다 예약도 금방 잡을 수 있었기에 부랴부랴 예약 후 방문해 보았다.
낯선 곳이었지만 빨리 첫 확인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부부 둘 다 타지의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하였다.
갔더니 간호사 같은 분과 상담을 도와주는 분이 맞이해 주셨고
병원에서 처음에 할법한 질의응답들을 진행하였다.
아픈 데는 있는지, 걱정스러운 부분들이 있는지.
긴 문답을 끝내고,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되었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아기집을 보고 아무 문제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진짜 아빠가 되는 건가 하는 감동을 기대한 바가 컸다.
하지만 아기는 MBTI가 극 I였던 걸까,
초음파 검사기를 아무리 돌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검사해 주시는 분도 말이 없어지고,
정말 30분은 침묵 속에 계속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며 직접 삽입하는 초음파 카메라로 해볼 것인지
아니면 몇 주 후에 다시 검사를 받을지를 물어보기에
이미 극도로 불안해진 우리는 다른 기구로 검사를 해보기로 하였다.
다시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시 검사를 진행하는데
또 20분은 검사를 한 그 결과
겨우 아기가 숨어 있던 아기집을 찾을 수 있었다.
총 1시간, 저 작은 배를 훑어서 겨우 너의 존재를 찾았는데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일단 시작 문구가 아름답진 않았다.
"아직 덜 자라서 안 보이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자라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직 너무 초기라 안 보이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2주 후에 다시 검사를 해봅시다. 그때는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예요."
검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해야 했는데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그 침묵을 다시 깨주시며 하시는 말씀
"다행인 건 산모가 진통이나 문제가 없이 건강하니까 괜찮습니다.
혹시 갑자기 아프거나 이상이 느껴지면 꼭 응급실을 가세요"
아 그렇지, 산모는 계속 건강했으니까 다행이다.
이 다행스러움이 아가에게도 함께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총 2시간이나 걸려 첫 검사를 마쳤고,
줄여 보려던 불안감은 몇 배가 되어 있었다.
다시 이 마음을 가지고 몇 주를 지내야 한다니
우선 편치 않다.
그리고
괜스레 미안함에 아리다.
아내에게도, 아기에게도.
살면서 해봤을 리 없는 말도 안 될 착실함으로 잘해줄 테니
제발, 둘 다 건강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와주렴.
어디에도 나눠본 적 없는 사랑을 품어줄 테니
부디, 셋이 만나길 기대해 주렴.
상처뿐인 첫 초음파 검사는
이렇게 지나갔다.
(02/27/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