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안녕
게임 장르 중에 로그라이크(Roguelike)라는 게 있다.
진행과 발전을 거듭하며 이어지지만 한번 끝나면 다시 처음부터 하게 되는.
유산도 과정은 비슷하다.
다만 현실이고 마음을 끊어낼 만큼의 충격이 다가온다는 차이가 있다는 것.
오늘 약을 투여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보조 시작.
모든 과정이 참 여성만 너무 힘든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것투성이 인데
남편은 응원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네.
이 과정 동안에 하혈을 많이 했고
생리 과정을 겪지 않는 남자로서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는데
오늘은 약 덕분에 훨씬 더 많았다.
만일 내가 요리한다고 깝죽거리다가 손가락 썰어서 저 정도 피를 흘렸으면
오버 떨면서 응급실 갈 거 같은데.
이런 과정을 견뎌주는 아내가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그리고 대단하기도 했다.
어머니의 힘도 아직 아니니 오롯이 스스로 감내하는 어려움.
내가 모자란 사람이지만, 이 마음은 꼭 기억할게.
(03/10/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