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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동댁 Apr 06. 2022

좀 쉬어가도 괜찮은 걸까

어제부터 뭔가 쳐지는 기분이 들어 집안에 묵혀뒀던 물건들을 꺼내어 정리하고 버렸다. 그렇게 두어 시간 보내고 나니 아이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 금세 왔다.

소파에 앉아 조금 쉬었다가 아이 데리러 나갔고, 오늘도 놀이터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비가 조금씩 떨어져 다 젖었을 거라고 얘기하고 집으로 데려왔다.


집에서도 잘 쉬었고, 놀이터에서 체력 소모도 안 했는데 왜 이리 한숨만 쉬고 싶고, 가만히 있고 싶고, 이불 속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만 드는 걸까. 가정 보육하며 내 시간이 없다고 남편에게 소리쳐놓고, 이제는 내 시간이 엄연히 생겼는데도 왜 아이에게 올인하지 못하는 걸까. 역할놀이를 더 해야 하고, 놀이 상황 속으로 더 들어가야 하는데, 왜 이리 지치는 건지.


분리수거할 쓰레기를 한 아름 안고 나가 버린 후, 주민센터 3층에 있는 공립 작은 도서관에 들려 책을 몇 권 빌렸다. 자가격리 지원금을 신청하러 온 사람들로 주민센터는 북적였고, 오면서 아파트 벤치에 들려 빌려온 책을 좀 읽으며 햇볕 쬐다 올까 하다가 그냥 집으로 왔다. 미세먼지가 없고 깨끗하길래 현관문만 빼고 죄다 열어젖히고, 식탁에 앉았다.


나에게도 이 시간이 왔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넘어져 내 무릎이 아픈 것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보다 뒤처졌으니 무조건 일어나 달려야 한다며 매 순간 나를 채근했다. 양육에 있어 일등은 못하더라도 중간은 하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물 마시려 잠시 쉬는 데, 그제야 무릎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서는 주저앉고야 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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