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이가 유치원에 갔다.
아이가 친하게 지내던 이사간 친구네 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왔는데, 거기서 아이와 내가 옮았는지 A형 독감에 허덕인지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그래도 아이는 독감 예방접종을 한 탓인지 보통 감기 정도로 지나간듯 했으나 문제는 나였다. 15년간 병원에서 일할 때도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했으나 단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고, 퇴직후에는 3년 전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유행일 때 한 번 맞은 게 전부.
뭐 걸리겠어? 접종한 사람도 걸린다는데 뭐하러 맞아? 그런 생각이었다. 소아과까지 갈 힘도 없어 남편은 출근도 못했고, 그의 도움을 받아 수액을 맞고는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코로나 이후로 격리라는 명목하에 가정 보육을 시작했다. 이틀까지는 아이와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었다. 그 시간이 지나가고 나니 실수로 쏟은 물에도 짜증을 내게 되고, nut가 뭔지 계속 잊는 만5세 아이에게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했다.
그런데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니 해방감은 잠시, 적적하기도 하고 목표를 잃어버린 듯한 기분까지 드는 오묘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아이는 만5세, 올해 7세가 되었다.
간단히 상황을 말하자면 아직 센터 신세를 지고 있지만, 치료는 많이 줄인 상태다.
현재 놀이 짝치료 1회, 언어치료 1회를 받고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팩토학원과 소근육을 길러주기 위한 미술학원, 그리고 대망의 태권도 학원까지.. 일주일이 꽉 찬 스케줄로 학원을 다니고 있다.
센터 수업을 줄이고 소그룹 학원을 늘리게 된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있으나, 아이의 일반화에 힘을 더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백날 치료사 일대일의 수업에 의존하기 보다는, 또래를 모방하고 그들과 부딪히게 하는 게 더 중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일반화에 욕심을 내게 된 데는 아이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을 쓰지 않았던 그 사이 소아정신과 빅3에 해당하는 대학병원 진료도 보았고, 올 여름엔 종합심리검사인 풀배터리 검사도 앞두고 있다. (아이가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걸었던 병원 진료를 보았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써볼까 한다.)
오늘 서울엔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눈으로 한가득 도로를 덮은 뒤에도 눈발은 오락가락 하고 있고, 나는 또 아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