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창동댁 Jun 27. 2024

처음 춥니다. 줌바하는 아줌마!

"어머, 진짜요? 저라면 절대 안 했을 거예요. 호호호."


구민회관에서 하는 '줌바&스트레칭' 프로그램을 접수했고, 곧 다닐 거라고 했더니 같이 다니자는 말도 안 했는데 아이 친구 엄마들은 이미 손사래를 친다.

'음.. 줌바가 웨이브가 들어가긴 했어도 점핑보다는 덜 뛰는 정도의 댄스 같은 거 아니었나?' 뭔가 잘못됐나 싶어 급히 면밀한 검색에 들어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이 친구 엄마들과 커피타임을 갖는다. 딱히 정해놓은 날은 없고 등원 후 단톡방에 누군가 번개를 제안하면 만나는 식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 아이와 같이 놀리려 연락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다른 기관으로 뿔뿔이 흩어지긴 했어도 만남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구성원은 4명인데 나보다 적게는 2살, 많게는 5살 차이가 나지만, 그저 7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적정선을 지키며 친하게 지내고 있는 편이다.


새해가 되거나 자극받는 일이 생기면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며 마음먹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던 것처럼 운동도 그랬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다짐은 평생의 숙제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늘 시작하지 못했고, 막상 하려고 하니 나한테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더라. 그렇다면 어디 보자. 2~30대에 내가 무슨 운동을 했더라?


헬스장은 등록했다 안 할게 뻔했고, 필라테스와 요가는 몸이 유연하지 못한 터라 따라가질 못했다. 스쿼시는 자세 잡는 연습만 몇 달째 벗어나질 못했었고, 탁구는 같이 칠 짝꿍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새로운 운동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실패해도 돈이 아깝지 않게 가성비가 좋은, 구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센터를 둘러보니 몇 개가 눈에 들어왔다. 수영은 뭔가 더 큰 어나더 레벨의 다짐이 필요했고, 점핑은 허리 디스크와 무릎에 무리가 갈 것 같아 제외했다. (하 쓰고 나니 핑계가 참 어마어마하다.)

그렇다면 남은 건 줌바다. 헬스장에 등록하면 이것저것 다른 운동을 배워볼 수 있는데, 그중에 댄스는 난생처음이다. 스트레칭도 같이 수업한다고 하니 크게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수업 첫날.

맘카페에서 줌바수업에 가면 폭주족(?) 같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해서 약간 긴장했다. 헐렁한 형광색 민소매 티를 입은 사람들은 몇몇이었고, 나머지는 평범한 복장이었다. 출석체크는 따로 하지 않았고, 그래서 존재 감 없이 구석자리에 자리 잡고  수 있었다.

강사는 쨍한 화장에 어울리는 옷을 입었고, 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눈 맞춤을 했다. 줌바를 열심히 해도 식이조절을 하지 않으면 살은 빠지지 않는다는 것일까. 선생님이 생각보다 날씬하지 않으셔서  약간의 실망을 했다. 고인 물과 새내기도 적절한 비율인듯했다. 강사는 모든 동작을 다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맨 앞줄에 선 잘하는 사람을 타깃 삼고 어찌어찌 따라갔다.


맨 뒷줄에 섰지만 움직임에 따라 거울에 내 모습이 슬쩍슬쩍 비치기도 했다. 춤추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건 매우 생경한 일이었다. 나름대로 몸동작을 크게 하며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울에 비친 나는 정말 하기 싫어서 억지로 따라 하는 사람 같았다. 하 그리고 강사는 자꾸만 함성을 요구하셨다. 즐겁게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면 재밌겠으나 허허 나는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닌데요 선생님..


줌바를 추고, 중간에 걸그룹 댄스도 따라 하고, 힙합댄스도 췄다. 고작 동작 몇 개만을 따라 했기에 춤을 추었다고 말하기에는 좀 민망하다.  손발이 따로 노니 앞에서 보면 정말 웃길 것 같은데, 남 신경 많이 쓰고 사는 나지만 이상하게 부끄럽진 않았다. 음악이 빨라서 남을 볼 시간도 없고, 남들도 날 보지 않았다. 손끝이 바닥에 닿지 않아도, 몸부림에 가까울 만큼의 춤이라 해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운동이 끝나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무리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것도 작은 성공 경험이라고 해야 할까.

한 달만 일단 버텨보자!!

  

화요일 연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