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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동댁 Jun 26. 2024

7세에게 기대하는 사회성이란

교구 수업이 끝나고 여느 때처럼 그룹 내 친구 둘과 함께 놀이터에 갔다. 예전 어린이집 친구부터 친구의 친구들까지 꽤 여럿이 모이게 되었고, 자연스레 잡기 놀이로 이어졌다.

하원 후 아이와 놀릴 친구가 필요했다. 애석하게도 조리원 동기도 없었고, 내 친구들 아이는 이미 초등 고학년쯤이거나 지방에 살았다. 그래서 젤리, 초코송이, 워터젤리 등 아이는 먹지도 않는 간식을 늘 에코백이 불룩하도록 채워 다녔다. 괜히 기관 근처에서 하원하는 친구들을 찾아 어슬렁거리기도 했고, 그들을 유혹할 공과 비눗방울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이 엄마들과 내 성향이 맞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가까운 곳에 살아서 자주 만나기 부담 없는, 우리 아이와 같이 놀, 사회성 올리기 실전 경험을 시켜줄 친구가 필요했다.


감사하게도 성품 좋은 엄마 몇과 친분이 생겼고, 단톡방을 통해 아이들과 놀릴 약속을 잡곤 했다. 아쉬운 건 성비였다. 기관이나 학교 어딜 가나 남아들이 성비의 절반을 웃돌지 않았던가. 출산 후 입원실과 조리원에서도 월등히 남아 비율이 높아서 우리 이래 가지고 애들 장가보낼 수 나 있을까요? 하며 우스갯소리를 했었더랬는데, 만날 친구들은 모두 여아였다.

오랜만에 또래 남자아이를 관찰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아이들은 자진하거나 가위바위보, 혹은 돌아가면서 술래를 했다. 한 남아가 술래가 되었고, 나머지 아이들은 절대 잡히지 않겠다는 듯 소리 지르고 깔깔거리며 도망 다니기 바빴다. 그러다 여자아이가 넘어졌고, 더디게 일어나면서도 잡히지 않으려 애썼다. 분명 잡힐 만한 거리였다. 하지만 술래는 잡지 않았다. 놀다가 이런 일이 생기면 넘어진 아이는 아파서 혹은 관심 끌기 위해 우는 등 어쩔 수 없이 놀이가 멈추곤 했다. 그런데 술래인 남자아이는 천천히 걸으면서 친구가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었다.


가르쳐서 될 게 아니었다. 덕분에 놀이는 중단되지 않고 이어졌다. 분명 매너 있고 기품 있는 행동이었다. 내가 너 일부러 안 잡은 거야!! 하며 외치는 게 아닌, 뛰다가 자연스레 속도를 줄이며 이마의 땀을 훔쳐내는 모습. 정말 부러웠다. 그걸 나만 보고 놀랬던 게 아니었나 보다. 한 엄마가 말하길, 저 친구는 남자친구들한테는 안 그러는데, 여자친구들한테는 봐주고 넘어가 주곤 한단다. 7살에게 기대하는 사회성이란 큰 것이 아니었는데, 강강약약이라니. 꽤나 성숙하고 신사다웠던 그 아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예전에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쓴 칼럼에서 내 눈에 예쁜 옷보다 남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옷을 입는 게 사회성이라고 했다. 남을 의식하는 게 사회성이다. 질서를 지키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내가 조금 기다리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것. 친구의 기분을 살피는 것. 흐름을 깨지 않고 유연하게 넘어가는 것. 내 행동이 친구에게 끼칠 영향을 상상하는 것. 가르쳐서 될 것이 아니더라도 오늘 이 상황에 대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 아이는 내게 어떤 말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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