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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동댁 Jun 28. 2024

아이를 태권도에 보내는 이유


아이는 일주일에 3번 태권도 학원에 간다. 주 5일 보내면 좋았겠지만 아직 센터수업을 종결하지 못했고, 아이가 좋아하는 수학 학원도 가야 하기에 3일로 타협을 봤다. 

아이의 인지가 올라오고 사회성도 향상되고 있다고 느꼈던 작년 봄에서 여름사이, 남편과 나는 센터수업을 서서히 줄이고 사교육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센터 수업은 전문 치료사들이 일대일로 하는 지라 지금 다니고 있는 수학 학원비의 두 배 이상이다. 사회성이 필요한 아이에게 소그룹으로 하는 사교육 수업을 늘려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으나, 그 시점을 언제로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했다.


남편은 센터나 사교육 과목을 정할 때에도 대부분 내 의견을 따라 주었지만, 이전부터 한결같이 얘기했던 건 태권도는 꼭 시켜야 한다는 거였다. 남자아이들 세계에서 그래도 운동을 조금은 할 줄 알아야 센 친구들이 함부로 건들지 않는단다. 아이는 어깨너머에서 하늘로 뻗치는 공 던지기를 5살이 거의 다 돼서 했을 정도로 대근육이 늦게 발달했다. 훌라후프처럼 요령만 터득한다면 할 수 있는 운동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운동을 시켜야 하는 것에는 동의했으나, 태권도가 최선일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감각이 예민한 아이에게 수영이 도움 되듯이, 태권도는 사회성의 끝판왕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네 돌이 됐을 때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권도 체험 수업을 보냈다. 5살이 어리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내내 태권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유아 체육, 줄넘기, 레크리에이션 등 전혀 힘들 것이 없다는 관장님의 말에 혹해 줄넘기 수업하는 날에 갔었다. 관장님은 회원을 한 명이라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텐데, 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녀 위험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겠다고 하셨다. 나중에 커서 오라는 얘기다. 유치부와 초등부가 분리되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사고가 생길 수 있어 서로 조심해야 했다. 그리고 띠 별로 품새 연습 한 번씩하고 나머지는 앉아서 기다리는 식이라, 돌아다니는 아이라면 관장님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6세가 되었을 때 다시 태권도 학원에 가보자고 설득을 했으나 아이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 후 7세가 된 올 1월에 친구들도 많이 다니니 한 번 가본다고 했고, 그게 반년을 이어오고 있다. 


아이의 사회성 때문에 나처럼 태권도를 고민하는 부모들도 많을 것이다. 내가 다니는 기관 말고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사귈 수 있는 장소임엔 틀림없으나, 


이것 자체가 사회성을 향상해 주느냐고 묻는다면 글쎄다. 대신 자조 능력을 올려주는 데는 도움이 된다. 


아이가 할 일을 스스로 하지 않는다면 집에서는 부모가,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이 말로 다시 한번 알려주신다. 하지만 도장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가방 정리를 하고, 탈의실에 들어가서 도복으로 갈아입은 다음, 자신이 입고 있었던 평상복을 본인 가방에 넣으면서 정리를 해야 한다. 양말은 잃어버리지 않게 신발에 넣거나, 유치원 가방에 챙겨 넣는 건 본인이 선택할 일이다. 띠가 잘 매 지지 않는 것은 사범님께 부탁드리면 된다. 집에 갈 때도 똑같이 옷을 갈아입고, 양말을 챙겨 신고 픽업차량에 알아서 올라타는 일까지 아이가 해낸다. 처음에 얼마나 걱정스러웠는지 모른다. 일주일에 한 번은 가방, 도복이 바뀌어 오거나 놓고 오는 일이 허다했다. 본인이 한 실수를 알아채면 다시 왔던 길을 거슬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울었다. 걸어서 5분 거리라 데리러 가고 싶었지만 꾹 참았고, 아이가 혼자서 차를 타고 그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 말로 해결할 수 있기를 기다렸다. 만약 데리러 갔더라면 뭔가를 놓고 오는 일이란 없었을 것이다. 아직도 드문드문 놓고 오는 일이 생기지만, 자기 물건을 제대로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오늘은 승급심사가 있는 날이다. 아이는 지금 초록띠이고, 주 3회만 가다 보니 품새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어제는 승급심사가 오늘인걸 알고는 엉엉 울면서 태극 2장을 알려달라고 했다. 밥 먹고 놀이터도 참고는 유튜브를 보며 열심히 따라 한다. 엉성한 모습이지만 자기 전까지 연습했고, 아침에 일어나 또 연습했다. 숫자는 참 잘 외우면서 얼마 되지 않는 품새는 영 아닌가 보다. 픽업 시간이 기다려진다. 아이는 어떤 모습으로 내게 안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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