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하면 떠오르는 게 있다.
"친구."
어릴 때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목욕탕을 가곤 했다.
씻는다. 는 명분이고 시원하게 물놀이 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평일 낮에는 목욕탕을 이용하는 아저씨도 없고 때밀이 아저씨도 주무시는 경우가 많아
무더운 이때쯤에는 목욕탕이 참 좋았다.
어제는 퇴근하고 목욕탕을 찾았다.
몸은 조금 나아졌지만 두통이 심했다.
속이 안 좋아 몸을 좀 따뜻하게 하면 괜찮을까 싶어 찾았는데 생각 외로 좋았다.
뜨거운 물에서 몸을 데우고 또다시 차가운 물에 들어가 오랜 시간 잠수를 하니 잠시나마 두통이 사라졌다.
그리곤 뭔가 하나의 두통을 없애는 방법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하고 시계를 봤더니 겨우 2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어릴 땐 그렇게 친구들과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몸도 두통도 어느 정도 가신 것 같아 목욕탕을 나섰다.
집으로 가는 길, 뭔가 허전해 친구에게 전화했다.
모처럼의 전화에 놀란 친구에게 대뜸 목욕탕을 가자고 했다.
대번에 정겨운 욕과 함께 하남으로 넘어오란다, 좋은 찜질방 있다고.
애 재우고 갈 수 있다고.
짧은 통화였지만 우리 서로의 사정과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언젠가를 기약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다 문득 집 앞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일요일에 목욕탕 가실래요?"
나와 가장 오래된 친구가 좋다고 말했다.
내 어린친구까지 셋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