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러 가는 날이다.
아니 축구하기로 한 날이다.
약속은 했지만 정해진 날짜 없던 그날, 오늘이 되었다.
어제 저녁 거래처와의 갑작스러운 술자리가 생겼다.
새벽 1시가 조금 넘어 들어와 씻고 잠이 들었는데 6시가 채 되지 않아 동규가 내 귀에 속삭였다.
"아빠, 축구하러 가자."
"오분만."
"가위바위보 이기면 5분 더 재워줄게."
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이겼다.
난 보자기를 동규는 주먹을... 근데 동규가 말했다.
"아빠 내가 이겼어!"
"거짓말하면 10분 잔다."
"알았어, 5분 후에 출발이야!"
잠깐 눈을 감고 일어났는데 이미 동규는 옷을 갈아입고 현관문 앞에 서있다.
기다리는 동규의 모습에 서둘러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열심히 축구화 신발끈을 매는 동규.
운동장에 와서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고 축구를 했다.
확실히 전보다 공 차는 데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았다.
몇 번은 최선을 다해서 막고 몇 번은 은근슬쩍 골을 먹었다.
그는 의기양양했고 힘들다고 투덜 되는 나에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줄게라며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셨다.
돌아가는 길에 다리 아프다고 안아달라고 한 건 안 비밀.
어쨌든 오늘,
언젠가 약속했던 동규와의 약속을 지켰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은 상쾌하다.
약속은 역시 지켜야 제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