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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시간

by 꿈부자

비밀이 있다.


가족도 친구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


회사에는 있고 회사에는 없는 그 은밀한 나만의 시간.


토요일이 되면 출근을 한다.


진짜 출근과 가짜 출근.


나란 사람의 존재가 일에 매몰되어 버렸기에 내가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드는 데까지 꽤 오래 시간이 걸렸다.


치밀해야 했고 완벽해야 했으며 알리바이도 있어야 했다.


오늘도 회사 출근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한 덕에 숙취가 있었지만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쓸 수 있단 생각에 그 피곤함도 가벼이 밀어내고 출근했다.


운전대는 회사가 아닌 찜질방.


가볍게 샤워를 하고 찜질방을 두어 번 들락날락하며 눈에 보이는 소재를 핸드폰에 메모했다.


'전신 문신한 사람의 삶은 어떨까?'


'아이와 함께 온 아빠와 아들, 아들의 눈에 비친 저 사람은 어떻게 생각될까?'


아침 8시가 넘었지만 명절 앞에 둔 목욕탕은 활기찼고 찜질방은 고요했다.



한참을 메모하고 적고 식혜를 마시며 힐끔힐끔 시계를 봤지만 겨우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열 시까지 쉬고 오랜만에 도서관을 갈까? 등산을 갈까? 그냥 빈둥거릴까?


1년 간의 노력으로 이룬 나만의 비밀 시간.


이제 일만하는 나란 사람이 사라질 시간이다.


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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