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9일부터 7월 1일, 그리고 2015년 7월2일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에서의 나날들은 심플했다.
아침엔 일어나서 서핑을 간다. 선생님을 만나면 como estas와 muy bien을 주고받는다. 선생님은 muy bien 이 아닌 Perfectamente bien을 연습시킨다.
바다에 둥실 떠서는 해변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파도가 오면 선생님 사인에 맞춰 서핑을 한다. 때로는 캘리포니아에서 방학 때마다 서핑하러 온다는 한 무리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질투하고, 여기에서 보낼 날짜가 하루하루 줄어드는 것에 슬퍼한다.
서핑이 끝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운 한낮이 된다.
에어컨은 안 나오지만 그늘은 있는 옆집 카페에 가서 점심을 먹거나, 서핑 선생님이 추천해 준 피시 타코 집을 간다. 내 인생 첫 피시 타코이면서도 내 인생 제일 맛있었던 그 집. 처음 갔을 땐 너무 허름한 데다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어서 아리송했지만 한입을 먹자마자 반해버렸던 그 집.
제일 더운 두시정도가 되면 다시 오아시스로 돌아간다. 스페인어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오일정도만 짧게 배우는 거라 큰 의의를 두고 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남은 일정동안 맛있는 음식을 잘 골라서 먹고 싶었다. 그래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서 쓸 수 있는 말들을 알려달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끝까지 cuchillo와 cuchara를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수업사이나,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호스텔로 돌아와 드러눕는다. 그늘에 걸쳐있는 해먹에 누워 책을 읽거나,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잤다. 해가 그나마 기울면 마트로 걸어간다. 마트는 내가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찾은 에어컨이 나오는 곳이다. 마트에서 병맥주랑 간식거리를 사들고 호스텔로 돌아오면, 공용 부엌에 몇 명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도 슬쩍 옆에 껴서 맥주를 먹고 있노라면 한두 마디씩 함께 나누기도 한다.
적당히 먹은 술은 노곤노곤함을 더 불러오는 법. 나는 항상 이른 시간 잠에 들었다. 그리고 이른 시간 일어나 서핑엘 갔다. 단순하고 행복했던 나날들.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에서의 마지막 날은 예상했던 대로 아주 시원섭섭했다.
이 여행에서의 마지막 서핑. 이 아름다운 해변의 마지막. 반해버렸던 smoked 피시타코도 마지막.
서핑하다가 다른 사람 보드랑 박기도 했던 날이지만 마지막 날이니 더 열심히 했다. 점심으로는 평소에 하나만 먹던 타코를 두 개나 먹었다. 뭐 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고 즐기려고 최선을 다했다.
서핑 사진도 샀다. 250페소에 CD를 받는 꼴이었다. 그제야 발견한 나의 웃긴 서핑 포즈들은 좀 민망했지만 좋았다. 못생겨도 이 시간을 잘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이제 곧 여섯 시 반 차 타고 열두 시간 동안 버스 타고 산 크리스토발로 가야 한다.
나는 뭐 잘 자니까 금방 가겠지!
Adios Puerto Escondido, Hasta luego! 꼭 다시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