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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녜 Mar 11. 2023

Hasta Luego, Puerto escondido

2015년 6월 29일부터 7월 1일, 그리고 2015년 7월2일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에서의 나날들은 심플했다.

아침엔 일어나서 서핑을 간다. 선생님을 만나면 como estas와 muy bien을 주고받는다. 선생님은 muy bien 이 아닌 Perfectamente bien을 연습시킨다.

바다에 둥실 떠서는 해변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파도가 오면 선생님 사인에 맞춰 서핑을 한다. 때로는 캘리포니아에서 방학 때마다 서핑하러 온다는 한 무리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질투하고, 여기에서 보낼 날짜가 하루하루 줄어드는 것에 슬퍼한다.


서핑이 끝나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운 한낮이 된다.

에어컨은 안 나오지만 그늘은 있는 옆집 카페에 가서 점심을 먹거나, 서핑 선생님이 추천해 준 피시 타코 집을 간다. 내 인생 첫 피시 타코이면서도 내 인생 제일 맛있었던 그 집. 처음 갔을 땐 너무 허름한 데다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어서 아리송했지만 한입을 먹자마자 반해버렸던 그 집.

피시타코 뽕에 취해 피시타코 전도사가 되게 한 그 맛

제일 더운 두시정도가 되면 다시 오아시스로 돌아간다. 스페인어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오일정도만 짧게 배우는 거라 큰 의의를 두고 하는 건 아니었다. 그냥 남은 일정동안 맛있는 음식을 잘 골라서 먹고 싶었다. 그래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서 쓸 수 있는 말들을 알려달라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끝까지 cuchillo와 cuchara를 구분하지 못했던 것 같기도.


수업사이나, 수업이 끝나고 나서는 호스텔로 돌아와 드러눕는다. 그늘에 걸쳐있는 해먹에 누워 책을 읽거나, 침대에 누워 낮잠을 잤다. 해가 그나마 기울면 마트로 걸어간다. 마트는 내가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찾은 에어컨이 나오는 곳이다. 마트에서 병맥주랑 간식거리를 사들고 호스텔로 돌아오면, 공용 부엌에 몇 명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도 슬쩍 옆에 껴서 맥주를 먹고 있노라면 한두 마디씩 함께 나누기도 한다.

적당히 먹은 술은 노곤노곤함을 더 불러오는 법. 나는 항상 이른 시간 잠에 들었다. 그리고 이른 시간 일어나 서핑엘 갔다. 단순하고 행복했던 나날들.




푸에르토 에스콘디도에서의 마지막 날은 예상했던 대로 아주 시원섭섭했다.


이 여행에서의 마지막 서핑. 이 아름다운 해변의 마지막. 반해버렸던 smoked 피시타코도 마지막.

서핑하다가 다른 사람 보드랑 박기도 했던 날이지만 마지막 날이니 더 열심히 했다. 점심으로는 평소에 하나만 먹던 타코를 두 개나 먹었다. 뭐 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고 즐기려고 최선을 다했다.

서핑 사진도 샀다. 250페소에 CD를 받는 꼴이었다. 그제야 발견한 나의 웃긴 서핑 포즈들은 좀 민망했지만 좋았다. 못생겨도 이 시간을 잘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거니까.

이제 곧 여섯 시 반 차 타고 열두 시간 동안 버스 타고 산 크리스토발로 가야 한다.

나는 뭐 잘 자니까 금방 가겠지!


Adios Puerto Escondido, Hasta luego! 꼭 다시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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